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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상기 시인 시집 '와와 쏴쏴'
강상기 시인 시집 '와와 쏴쏴' ⓒ 시와에세이
전두환 정권 시절 대표적 조작사건인 '오송회' 사건에 연루됐던 강상기 시인(65, 사람일보 주필)이 세 번째 시집 <와와 쏴쏴>를 출간했다.

강상기 시인은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군산 제일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1982년, 이광웅 시인(작고), 박정석 교사 등과 함께 시와 문학, 정의와 조국을 노래했다는 이유로 '오송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고 해직, 고통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이후 강상기 시인은 1998년 교단에 복직하고 지난해 정년을 했으며, 2008년 11월 법원의 재심을 통해 '오송회' 사건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음으로써 26년간 짊어진 '이적단체'의 멍에를 벗고 명예를 회복했다.

이번에 출간된 <와와 쏴쏴>는 조국 분단과 억압의 모진 세월로 청춘을 보낸  시인의 아픔과 깨달음, 그리고 희망이 오롯이 담겨 있다. 또한, 절제된 시어와 간결한 시편에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 그리고 휴머니즘에 기초한 창조적 상생의 정신이 담겨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대공분실 지하실에서 발가숭이가 된 나는 쇠파이프에 매달려 아직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나는 영영 파멸의 인생이 되어 이 사회에 내팽겨진다" - '통닭구이' 중에서

"이 밤은 달고 없고 손가락도 없다" - '그믐밤' 전문

"똥밭에 사는 나를 구더기라고 비웃지 마라 똥밭으로 알고 사는 것은 구더기가 아니다 똥밭을 황금밭으로 알고 사는 구더기들아" - '구더기' 전문

"한 순간만이라도 뜨겁게 살고 싶다 타서 죽을지언정 어둠 속을 헤매지는 않겠다" - '불나방' 전문'

"살아남기 위한 싸움이 숲 속에도 있다......그러나 아름다운 숲으로 모든 식물은 하나가 되는 고요한 지혜가 숨 쉬고 있다" - '숲' 중에서

<와와 쏴쏴>에 대해 유안진 시인은 "부조리한 사회 현실을 통해 사랑과 정의, 세계와 우주를 온몸으로 수용한다"며 "고공 투쟁하는 벼랑 끝 절망에서도 결코 '희망'을 놓지 않으며 눈물을 부르는 '상처'까지 제 살붙이처럼 뜨겁게 끌어안는다"고 말한다.

이가림 시인은 "너절한 산문성을 깔끔히 제거해버린 침묵공간의 담백한 언어미학 또한 오랜 내공의 축적에서 얻어진 자연스런 성취라 할 수 있다"며 "삶과 현실의 단면을 예각적으로 도려내어 보여주는 그의 시편들은 일차원적 구도의 싱거운 삽화들이 아니라, 우리를 새삼 진실 발견의 기쁨에 빠지게 하는 세상의 축도(縮圖)로서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날렵한 묵화(墨畵)들"이라고 평한다.

20세 청춘에 등단한 이후 40여 년 동안 자연과 사회, 그리고 인간을 통찰한 강상기 시인의 고통과 좌절, 희망과 깨달음으로 농축된 감동의 시편들이 독자들을 기다린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사람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와와 쏴쏴

강상기 지음, 시와에세이(2010)


#강상기 #인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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