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송단은 낙동강에 보를 설치하면 수질이 나빠지고 홍수도 나고 더러워지면서 환경파괴가 된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나 정부 측은 보로 인해 수질이 깨끗해지고 홍수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완전히 반대되는 주장을 폈다. 재판을 본 뒤 어떤 기준을 잡아야 할지 더 모르겠더라. 사실 관계를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다."
'4대강사업 위헌·위법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이 국토해양부장관과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을 상대로 낸 '하천공사 시행계획 취소 소송'(일명 낙동강 소송)의 첫 변론을 지켜본 간디학교(제천, 고교 3년) 최용헌 군이 한 말이다.
그는 지난 2일 오후 부산지방법원 306호 법정에서 부산지법 제2행정부(부장판사 문형배) 심리로 열린 '낙동강 소송'을 지켜봤다. 이날 재판은 오후 2시부터 시작해 7시 10분까지 열렸는데, 최군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는 공책을 펴놓고 원고·피고 측 변호사와 증인들의 주장을 꼼꼼하게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법정에는 간이 의자를 가져 와야 할 정도로 많은 방청객이 몰려들었는데, 최용헌 군은 최연소라 할 수 있다.
최군은 이번 달부터 4개월간 체험활동(인턴십) 과정을 밟고 있다. 경남 진주지역 서너개의 시민단체에서 한 달 가량 활동할 예정이다. 첫 번째로 진주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고 있다. 평소에는 서류를 챙기는 등 잡무를 도와주다가 이날 4대강사업 관련 재판이 있다고 해서 나선 것.
법학 공부에서 관심이 있어 선뜻 나선 것이다. 최용헌군이 법원 재판을 지켜본 것은 두 번째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간디학교(산청) 최보경 교사(역사)의 재판을 보기 위해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 한 차례 지켜본 적이 있다.
- 4대강사업 관련 첫 변론을 지켜봤는데, 소감은?
"4대강정비사업이나 낙동강과 관련해 많이 알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여러 논쟁에 대해 원고와 피고 측이 각각 주장을 폈는데, 가슴에 와 닿는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국민소송단이나 정부 측의 주장 모두 깊이 공감하는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 원고와 피고 측의 각각 주장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도 해서, 열심히 듣고 공책에 받아 적기도 했다. 국민소송단과 정부의 주장은 완전히 반대였다. 국민소송단은 낙동강에 보를 설피하면 더러워지고, 수질이 오염되며 홍수위험이 있다고 했다. 환경파괴라고 했다. 그런데 정부 측은 보를 설치하면 수질이 깨끗해지고 홍수도 막는다고 했다. 사실 재판에 가기 전에는 환경단체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 변론을 본 뒤 기준을 정확하게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겠더라. 각자의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더 알아봐야 할 것 같다."
- 이전에는 4대강사업에 대해 어떤 생각이었는지?
"신문 기사를 보고, 책을 조금 읽어보는 정도였다. 주변 친구들이나 부모님,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도 했는데, 환경단체의 주장에 더 귀를 기울이는 편이었다. 막연하게 4대강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만 했었다. 4대강사업을 하면 분명히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4대강사업을 정부가 너무 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막아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 첫 변론의 진행 상황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앞으로 법학 공부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지, 판사의 진행에도 관심이 있었다. 법정의 진행 방식이나 분위기는 흥미로웠다. 원고와 피고의 입장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서로 다르기도 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서로 주장이 다르지만, 판사는 전체 흐름 속에 조율하면서 진행하는 것 같았다. 그런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나 할까. 서로의 주장을 융화시키려고 한다는, 합리적으로 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재판 진행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시간 배분을 들 수 있다. 원고와 피고 측에 각각 2시간씩을 주고 주장하도록 했다.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하고 나서 제한된 2시간이 조금 넘어 갔는데, 한 쪽에서 계속 이야기를 하려고 했을 때 조율했다. 또 판사는 다른 사건 이야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름 없는 사람들의 사건도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 말이 인상 깊었다. 그래서 이 소송 재판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장검증 일정을 결정할 때 시간을 고려해서 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 재판 진행을 보면서 학생으로 배울 점은?
"원고와 피고가 각각 서로 주장하고 나서, 반론이나 반대심문을 나중에 하도록 한 게 인상적이었다. 원고나 피고나 자기들 이야기를 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을 보았다. 대개 일상 속에서 보면, 싸움이나 논쟁에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충분히 듣지 않는 경우를 본다. 그런데 그날 재판에서 보면, 상대방 입장도 듣는 속에, 논쟁의 바람직한 결말로 나아가는 것을 봤다. 재판 진행 과정을 보면서 일상 속에서도 배울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 정부측에서 4대강정비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처음에는 피고 측 이야기를 들으면서 솔깃했다. 그런데 재판 뒤 환경단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객관적이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어떤 게 거짓이고 진실인지, 사실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를 좀 더 해 보고, 누가 진짜 옳은 주장을 하는지 판단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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