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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봄꽃보다 먼저 지방선거 후보들의 얼굴이 피어났다. 선거사무소 건물 외벽에 큼지막하게 내걸린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의 현수막.

정당에 따라 바탕색은 다르지만 현수막 속 예비후보들의 얼굴은 한결 같이 웃는 표정이다. 개나리꽃 터널처럼 도심의 어느 대로변은 후보들의 웃는 모습이 담긴 현수막이 즐비하다. 먼저 핀 것은 후보들이지만 서서히 피어나는, 그러나 더 오래 지속될 다른 꽃도 있다. 웃음 뒤에 숨겨진 후보들의 진실과 정책을 검증하고 당선 이후까지 그들의 행적을 좇을 꽃, '유권자운동'과 풀뿌리 활동가 3인을 소개한다.

친환경 무상급식, '시민의 힘' 뒷받침돼야

 안충섭 친환경무상급식천안연대 집행위원장
안충섭 친환경무상급식천안연대 집행위원장 ⓒ 윤평호
친환경무상급식천안연대(천안연대) 출범 기자회견이 열린 3월 30일 오전 천안시청 브리핑룸. 천안연대에 참여한 22개 단체 대표자들과 회원들로 브리핑룸이 꽉 찼다. 친환경 무상급식의 열망은 다들 같았지만 안충섭 집행위원장은 감회가 특히 남달랐다.

안충섭 천안연대 집행위원장은 올해로 4년째 학교급식운동에 몸 담고 있다. 2007년 4월 천안학교급식협의회 창립 때부터 줄곧 사무국장을 맡아 '친환경 무상급식' 의제를 제기했다. 교육운동에서 출발해 학교급식운동으로 잔뼈가 굵은 그이지만 친환경 무상급식 의제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처럼 핵심 이슈로 부상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수장이 바뀌면 행정도 달라지는 풍토에 따라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당선된 뒤 그의 대표 공약인 무상급식 시행도 무난히 진행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한나라당 도의원들이 그렇게 극구 반대할 줄은 몰랐죠. 국지적인 사안에 그칠 수 있었던 무상급식 이슈가 한나라당과 MB정부가 너무 이념적으로 접근하며 오히려 반발심을 부추기고 사안의 확대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무상급식 이슈가 지방선거에서 부상하면서 한나라당을 제외한 주요 야당들은 친환경 무상급식에 다들 동조하는 분위기이다. 천안에서는 친환경 무상급식에 동의하는 충남지역 야 5당의 공동 정책토론회도 열렸다. 안충섭 집행위원장도 그 자리에 발제자로 참석했다. 정치권의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만큼 지방선거 이후 친환경 무상급식 실현의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일까. 안 위원장은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때에도 무상급식은 공약이었지만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더 많은 지방선거 후보들이 친환경 무상급식 실현을 공약화 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거철 공수표로 귀결되지 않기 위해 결국 '시민의 힘'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지방선거 맞아 고교평준화운동 재점화

 김난주 천안평등학부모회 집행위원장
김난주 천안평등학부모회 집행위원장 ⓒ 윤평호
친환경 무상급식만큼은 아니라도 지방선거가 가까워올수록 천안에서는 고교평준화 도입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치러진 두 차례의 교육감 선거에서도 천안지역 고교평준화 문제는 단골 사안으로 등장했지만 실제 시행으로는 진척되지 못했다.

작년 3월 결성된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천안학부모회(평등학부모회)의 김난주 집행위원장. 김 위원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교평준화운동의 불길을 재점화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달에는 천안의 시민사회단체들에 고교평준화 재추진운동을 위한 연대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최근 열린 첫 회의에서 교육, 복지, 노동 등 20여개 단체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8일에는 출범 기자회견도 열릴 예정.

지난해 11월부터 평등학부모회 집행위원장으로 활동중인 김난주씨는 고교평준화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미완의 꿈'이라고 말했다.

"작년 일제고사 성적만 봐도 천안지역 고교비평준화의 폐해는 고스란히 입증됐습니다. 비평준화로 학력은 다른 평준화 지역보다 뒤처졌지만 정작 안에서는 비평준화의 경쟁에 내몰리며 초등학생들까지 방학을 반납하고 문제풀이에 내몰리는 현상이 비일비재했죠."

천안지역 고교 입시제도가 95년 평준화에서 비평준화로 바뀐 뒤 고교평준화 도입은 매 선거철 의제로 대두됐지만 번번이 성과는 없었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고교평준화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실현 여부에는 회의적인 분위기도 적지 않다.

"만만한 싸움은 아니다"라고 밝힌 김난주 집행위원장은 "시민들이 달라지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평준화의 폐해를 겪으면서도 자기의 자녀들만은 최고의 학교에 진학할 것이라는 욕망, 명문고라고 자부하는 일부 고교와 동문회의 비뚤어진 이기심이 고교평준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지방선거 후보들을 강제하는 것 못지 않게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들의 의식 전환을 꾀할 계획입니다."

매니페스토운동, 선거 이후에도 계속

 정병인 천안아산경실련 사무국장
정병인 천안아산경실련 사무국장 ⓒ 윤평호
3월 27일 오후 천안 아라리오 광장에서는 돈 선거 근절과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정착을 위한 캠페인이 펼쳐졌다. 캠페인을 주최한 곳은 매니페스토 충남본부.

천안아산경실련은 지난해 말 매니페스토 충남본부 사무국을 맡아 이번 지방선거에서 매니페스토 선거문화 정착에 힘 쓰고 있다. 그 역할의 중심에는 천안아산경실련 정병인 사무국장이 활동하고 있다.

매니페스토 충남본부는 작년 말부터 전문가 델파이 조사와 시민정책수요조사를 통해 공교육 활성화, 시민참여형 감사기관 운영 등 10대 아젠다를 선정, 올해 초 책자 형태로 묶어 충남지역 정당들에 전달했다. 각 정당 대표자들과 매니페스토 선거를 다짐하는 협약식도 가졌다. 지방선거 초, 중반이 경과한 시점에서 정병인 국장이 체감하는 매니페스토의 온도는 얼마나 될까.

"무상급식 사안이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지만 여전히 중앙정치의 정당논리에 크게 좌우되는 분위기입니다. 단체장이나 기초, 광역의원 후보들은 정당을 초월해 지역 문제의 대안을 내놓고 유권자들은 그것을 판별해 지지 후보를 선택해야 하지만 많은 후보들이 중앙정치의 바람에 기대고 있습니다. 유권자들의 '묻지마' 투표 행태가 재현될 우려도 지울 수 없죠"

정병인 국장은 현역 국회의원이 중도 사퇴로 보궐선거 실시의 원인을 제공하면서까지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매니페스토 정신에 어긋난다며 일침을 가했다. 그는 "2년전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유권자들에게 공약을 제시하고 성실한 이행을 약속했던 사람이 더 나은 자리로 이동을 위해 중도사퇴해 보궐선거 실시가 불가피해지면 소속 정당과 본인이 유·무형의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에 나서는 천안지역 모든 후보들의 홍보물과 공보를 수집중이라는 정병인 국장은 선거가 끝난 뒤 '잊혀진 공약'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더욱 치밀한 매니페스토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68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천안유권자운동#안충섭#김난주#정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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