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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프로그램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내레이터가 잇따라 출연해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김인규 KBS 사장이 지난 5일 주재한 임원회의에서 방송인 김미화씨의 내레이션이 문제로 지적됐다. 4월 3일 방영된 <다큐멘터리 3일> '장사동 기계공구 골목' 편의 내레이션을 김씨가 맡은 게 부적절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날 임원회의의 지적사항은 '임원회의 결정사항' 형태로 제작현장에 하달됐으며, 향후 내레이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내레이터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적임자를 선정하도록 하는 방향까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엄경철 본부장)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6일 오후 성명을 내고 "윤도현·김제동 그리고 김미화, KBS에 진정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가" 묻고 "국가기간 공영방송인 KBS 임원회의 수준이 이 정도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개탄했다.

 

KBS 본부는 "KBS 임원들이 특정 연예인을 두고 자의적으로 '논란의 대상'이라 치부할 만큼 편협한 시각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한심스럽다"며 "도대체 누가 무슨 기준으로 김미화씨를 '논란의 대상'으로 낙인찍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KBS에 연예인들의 동향이나 성향을 기록해 출연 여부를 가늠하는 블랙리스트라도 존재한다는 것이냐"고 한탄했다.

 

무엇보다 KBS 본부는 임원회의의 이율배반적 태도에 분개했다. 지난해 12월 2일 방송된 <환경스페셜>의 내레이터를 맡은 김미화씨는 심의위원으로부터 '정감있는 따뜻한 목소리로 효과적이었다'고 평가받았는데, 이번에는 부적절했다는 평가를 듣는 기준이 무엇이냐고 따지기도 했다.

 

MC 선정위원회, 내레이터 선정위원회 이어 인터뷰이 선정위원회?

 

특히 KBS 본부는 "우리는 이를 웃고 넘길 해프닝으로 볼 수 없다"며 "이미 사측은 봄개편을 앞두고 'MC선정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도 새노조 조합원인 아나운서들이 프로그램을 많이 맡고 있다는 근거없는 마타도어 이후 벌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 MC선정위원회가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이제 '내레이터 선정위원회'라는 해괴망측한 '위원회'까지 만들겠다고 하니 차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며 "천안함 침몰 특별기획에서 명진 스님이 '열심히 기도하겠다'고 한 인터뷰까지 문제삼는 임원회의라면 앞으로 인터뷰이 선정위원회까지 만들겠다고 나서지 않을까 두렵다"고 질타했다.

 

2008년 이병순 사장체제 출범 이후 윤도현, 정관용, 유창선 등 정권에 밉보인 인사들이 줄줄이 프로그램에서 잘려나가는 대대적인 물갈이가 단행됐고, 지난해에는 방송인 김제동씨도 별안간 하차하는 일까지 발생했는데, 향후 눈엣가시인 직원들에 대한 보복뿐만 아니라 출연자들에 대한 숙청까지도 이뤄진다면 KBS는 더 이상 수렁에서 벗어날 길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강선규 KBS 홍보팀장은 "내레이터선정위원회에 대해서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 "다만 심의실에서 지적된 사항에 대해서는 개선책을 모색하는 정도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태그:#김미화, #김인규,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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