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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사 진달래

 

산자락에 붉은 빛이 비친다. 진달래가 피기 시작한다. 햇살도 따스하다. 진달래축제로 유명한 영취산 맞은편 산을 걸어보고 싶다. 여수는 항구도시지만 산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여수시내에 우뚝 선 구봉산을 비롯해서 고락산을 타고 여수의 진산인 진례산까지….

 

여수의 산들은 진달래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진달래 산으로 유명한 영취산을 비롯해서 산 어디를 올라도 진달래가 지천이다. 여수만 그러겠느냐마는.

 

진달래는 우리와 너무나 친근한 꽃이다. 봄이 오면 산자락부터 붉은 진달래가 하나둘 피기 시작한다.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전령사 진달래. 그 옛날 처녀가슴에 바람이 들게 만들었던 꽃도 진달래. 겨우내 얼었던 마음을 붉은 빛으로 들뜨게 하는 마법의 꽃. 진달래를 보면 절로 노래가 흥얼거린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오거든

꽃 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가 주

 

진달래 보며 산길을 걷는다

 

산으로 향한다. 영취산이 진달래 축제(4월2일~4일)가 한창이지만 좁은 산길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다보면 산은 몸살을 한다. 화사한 봄날 북적거림도 좋지만 조용한 산길을 걷고 싶다. 여수 봉화산으로 향한다. 영취산을 마주보면서 바다를 끼고 능선으로 이어진 산길이 있다.

 

봉화산은 말 그대로 옛날 봉수대가 있어서 봉화산이다. 참 흔한 이름이면서도 산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산이다. 봉화산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대표적인 등산로가 미평저수지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오르는 길이지만 교통편이 좋지 않다. 시내버스를 타고 선경2차아파트에서 내려서 산행을 시작한다.

 

젊은 처자는 언감생심. 아내와 함께 산길을 걷는다. 봄날 나른한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산길을 오른다. 여기저기 피기 시작하는 진달래가 큰 나무아래서 고개를 돌리며 수줍게 웃는다.

 

봉화산 정상에는 돌로 만든 탁자가 있다

 

산길은 조금 올라 전망대를 만난다. 여수 시내가 산들 사이로 이리저리 비집고 자리를 틀고 있다. 전망대부터는 산길이 산책로로 조성되어 넉넉하고 부드럽다. 편안한 길을 도란도란 걷다보면 임도와 만나고, 소나무와 편백나무가 적당히 어울린 산길로 접어든다. 쭉쭉 뻗은 편백나무 숲길은 청량하다. 푸른 바탕에 군데군데 핀 붉은 진달래는 더욱 붉게 보인다.

 

산길은 가파르게 올라간다. 돌로 정비된 계단길로 이어지고, 줄을 잡고 올라가야 할 정도로 경사가 심하다. 숨이 차고 힘들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서니 하늘과 맞닿은 봉화대가 보인다. 봉화산(460m) 정상이다.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화물선들이 바다에 떠있다. 대충 쉬어보니 40여척 정도다. 푸른 바다를 보면서 시원한 맛을 즐긴다. 봉화대는 최근 복원되어 주변으로는 쉬어갈 수 있도록 바위로 탁자도 만들어 놓았다. 돌의자에 앉아 커피 한잔 마신다.

 

능선을 따라 신덕까지 가는 길

 

산길은 천성산을 거쳐 오천동으로 내려가는 길과 산등선을 타고 오천저수지로 가는 길로 나뉜다. 오늘 목적지는 산등선을 타고 신덕해수욕장이 있는 신덕마을까지 가야한다. 산길은 내려선다. 잠시 내려섰다가 300m급 봉우리들이 연달아 이어진 산길을 간다. 편하다. 옛날 같으면 말을 타고 가도 될 정도다. 산길에는 아주머니 몇 분이서 산나물을 뜯는다.

 

산길을 시멘트로 포장된 호명고개를 건넌다. 다시 가파르게 올라간다. 산을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가는 것은 힘들다. 산길은 바위 암봉을 만나고, 바위를 기어오르듯 올라선다. 바위 능선을 몇 번 오르내리면 다시 부드러운 산길을 간다. '신덕 가는 길'이라는 리본을 만난다.

 

하얀 숲에 붉은 진달래가 피었네

 

산길은 능선을 타고 이어진다. 바다도 옆으로 따라간다. 남해가 건너편이다. 여수와 남해사이에 커다란 수로가 있다. 컨테이너선이 급하게 바다를 가르며 지나간다.

 

산등선은 진달래 군락이다. 키를 훌쩍 넘는 진달래 나무들이 마치 원시림처럼 덮고 있다. 아쉽게도 아직 만개하지 않았다. 하나둘 피기 시작하는 진달래도 나름대로 담백한 맛이 느껴진다. 나무들이 봄 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난다. 소사나무와 어울려 숲이 하얀색이다. 이산에 진달래가 어우러진다면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낼 것 같다.

 

하얀 숲길을 이리저리 구불구불 걷다보면 멀리 신덕마을 포구가 보인다. 그 옆으로 해수욕장도 보인다. 산길은 내리막이다. 산행을 한 지 5시간이 넘어간다. 조금 힘들다. 도로로 내려서서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마을로 들어선다. 마을은 조용하다. 담장 위로 앵두나무가 꽃을 피웠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슈퍼에서 차 시간을 물으니 방금 떠났단다. 다음차를 타려면 35분을 기다려야 한다. 슈퍼 평상에 앉아 차를 기다린다. 슈퍼 앞에는 플라타너스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다. 봄 햇살을 받아 열매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씨앗을 하나둘 날려 보낸다.

덧붙이는 글 | 찾아 가는 길 : 봉화산 전남대 여수캠퍼스 뒷산으로, 입구까지는 여수시내에서 777번 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올라가는 등산로가 많다. 산행 종점인 신덕마을까지는 73번 버스가 3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4월 3일 풍경입니다. 이번주면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겠다.


태그:#진달래, #여수 봉화산, #신덕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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