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여기저기서 '복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 그렇습니다. 복지란 말만큼 두루뭉술한 단어도 없고, 이곳저곳 갖다붙이기 손쉬운 말도 없을 겁니다. 이 말은 곧 복지라는 게 결국 '복지향상'과 전혀 상관없는 홍보성 구호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최근 서울시에서 내놓은 '서울형 그물망 복지'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촘촘한 씨줄·날줄의 복지그물망을 만들어, 사각지대 없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겠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그 실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전히 내실이 없고 실제 보강되는 서비스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구호는 요란하지만 내용은 텅 빈 전시성 사업, 복지는 그 표적이 되기 쉬운 대표적인 분야입니다.
서울지역의 진보적 복지운동을 지향하는 서울복지시민연대는 이런 선거를 앞둔 전시성 복지사업 및 공약이 확산되는 걸 막고, 오는 6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시민들의 실질적인 복지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복지담론이 확산되는데 기여하고자, 일곱 가지의 복지공약 제안사항을 내놨습니다. 특히 이 제안은, 현 오세훈 시장의 복지 분야에서의 미비점을 분석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 제안을 위한 간담회가 8일 오후 7시부터 광화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세미나2실에서 진행됐습니다. 여기서 나온 논의들을 정리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안1] "서울 25개 자치구의 복지자원 불균형 및 격차 해소""서울 25개 자치구의 사회복지자원 불균형 및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복지수요가 많은 구가 재정적으로는 열악하다. 지역 간 불평등과 격차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기초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자원 격차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의 감세정책은 되레 세수를 감소시켜, 또다시 복지예산이 축소되는 연쇄효과를 낳게 하고 있다."김형용 서울복지시민연대 정책위원장(동국대 사회학과 교수)의 주장입니다. 실제 서울의 각 자치구별 재정력 격차는 점차 심각해져, 2009년 기준 재정자립도는 중랑구 30.5%, 노원구 30.5%, 강북구 30.9%, 관악구, 33.1%, 금천구 35.5%인 반면, 서초구 88.9%, 중구 87.6%, 강남구 86.8%를 나타내는 등 큰 편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1인당 지방세부담액 격차도 노원구 3만1천원, 중랑구 3만3천원, 관악구 3만5천원에 비해 중구와 강남구는 각각 74만6천원, 40만5천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기초생활보장을 제외한 대다수의 사회복지서비스사업은 기초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됐으며, 이에 따라 지자체의 배분권한이 강화됐고 동시에 자치구 부담을 증폭시켰다"며 "서울시의 복지사업은 기초지자체의 불평등을 개선하는데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한 실현방안으로 김 위원장은 '예산지원조례 제정' 또는 '사회복지세 도입을 통한 해결' 등을 제시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시는 조례를 통해 세입 중 지방세법 제5조에 따라 부과되는 취득세·등록세 합산액의 일정 금액을 '사회복지격차해소사업비'로 정하고, 지원금의 목적과 조건 등을 격차해소 계획에 따라 분배할 수 있어야 함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회복지세법이 채택될 경우, 그 사용의 방식은 기초지방자치단체별 복지격차를 해소하는 데에 일 부분을 명시하여 사용할 수 있어야 함 등을 주장했습니다.
[제안2] "서울시 차원에서 서울시민 복지기준선을 마련"김수정 서울복지시민연대 교육위원장(국제디지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서울시민 복지기준선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지역별 생계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최저생계비를 적용함에 따라 물가가 비싼 서울의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수급권자에 포함되기가 어렵다. 이로 인해 서울시는 전국에서 재정여건이 좋은 반면, 국민기초생활 수급율은 2.1%내외로 낮다." 김 위원장은 "현재 서울시는 'SOS위기가정지원사업'으로 최저 생계비 170% 이하의 가정을 최대 3개월까지 지원하고 있으나, 이건 'SOS'라는 말 그대로 임시방편일 뿐 실제 서울의 물가를 고려한 지원은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며 근본적인 기초안전망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서울시민 복지기준선'의 구체적 사항으로는 ▲서울시 최저생계비를 130%로 높여 실질적 기초생활 보장 ▲최저생계비 170%의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 강화(SOS위기가정지원사업 대상자를 서울시 차상위계층으로 정의) ▲근로능력 판정 기준 내실화 ▲서울시민 특성에 맞는 생애주기별 보장 방안 마련(서울시 물가 감안해 노인·장애인·한부모가족 등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기준선 마련) ▲체계적인 사례관리 시스템 운영 등을 제시했습니다.
[제안3] "사회서비스분야에서 '좋은 일자리' 10만개 확충"남기철 서울복지시민연대 정책위원(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서울시는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좋은 일자리를 10만개를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청년·여성·노인·중장년층 할 것 없이 서울시민의 일자리 문제는 심각하다. 게다가 서울은 실업의 여파로 영세자영업과 요식업·택시·택배 등에 과잉인력이 몰려 현재의 고용이나 산업구조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정부의 공공일자리사업은 급여도 낮고 지속적이지도 않았다. 청년층은 공공근로프로그램에 나가는 것을 기피하게 됐고, 어르신들은 노인일자리사업, 희망근로사업 등 여러 사업이 체계화되지 않아 나은 프로그램을 찾아 전전하기만 했다. 정부의 근로 프로그램을 보다 좋은 일자리(Decent Job)로 보강할 필요가 있다."남 위원은 "서구 선진국에서도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에 공공 휴먼서비스 중심으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실업문제에 대처해왔다"며 "2007년 기준으로 사회서비스 일자리 비중이 노르웨이는 19.4%, 덴마크 16.7%, 스웨덴17%, 영국 11.7%, 미국 10.8%, 일본도 9.5%에 이르는데 우리나라는 3.2%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복지종사자 인력의 대다수는 요양보호사 종사인력 12만명, 보육시설 종사자 21만 명의 상당수 등과 같이 극히 열악한 고용조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복지 및 보건 분야 등 사회서비스분야에 대한 공공투자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매우 중요한 지상 과제"라는 것이 남 위원의 주장입니다.
남 위원은 "사회서비스 일자리 수의 수량적 확대에만 치중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최소한의 질적 수준을 담보한 좋은 일자리(ILO의 '좋은 일자리' 권고 기준에 맞춘)가 되도록 추진해야"한다고 전제한 뒤, "또한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그 숙련도 수준에 따라 분화하여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사회복지 전문가 수준의 일자리, 준전문적 일자리, 돌봄지원 일자리로 3분화하여 배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전문숙련수준 일자리 1만개, 준전문적 수준 일자리 3만개를 포함하여 10만개 서비스 일자리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날 서울복지시민연대는 이외에도 '서울시 사회복지 예산을 총계예산 대비 30%까지 확대', '사회복지실무자 간 처우불균형 해소', '현장성 강화를 위한 전달체계 개선방안 마련', '영유아 보육의 모든 사항 서울시가 전담' 등의 복지 분야 7대 제안사항을 밝혔습니다.
임성규 서울복지시민연대 대표는 "그간 복지계의 단체나 직능협회들은 선거에서 사회복지사 처우개선 문제 등 철저하게 복지계 중심의 이슈파이팅에만 그쳤던 한계가 존재했다"며 "우리는 실제 복지의 주체가 돼야할 시민들의 입장에서 사회전체의 실질적인 복지향상을 담아내겠다는 지향으로 이번 제안사항을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오늘 논의된 제안사항을 바탕으로, 6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진짜 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밖의 4가지 제안사항은... |
[제안4] 서울시 사회복지 예산을 총계예산 대비 30%까지 확대
□ 최근 서울시의 사회복지예산은 서민복지의 후퇴 반영 - 서울시 사회복지예산은 총계예산규모의 19.2%(2010년 기준)에 불과. 그러나 2010년도 서울시는 복지 분야에서 감액예산을 편성. 감액은 주로 저소득 취약계층에 두드러지며, 긴급복지 지원 및 틈새계층 특별지원(75.51%), 임대주택 매입(72.2%), 임대주택 주거환경 개선 추진(74.77%), 지역치매센터 운영(65.62%) 등의 부문에서 큰 폭의 삭감률을 보임. 또한 복지예산의 26.6%(1조 844억원)를 차지하는 기초생활보장과 의료급여사업이 각각 10.1%, 5.5%가 감소. 이는 현 정부의 감세와 4대강 사업에 따른 예산 삭감에 동반되는 결과임.
□ 사회복지예산을 총계예산 대비 30%까지 확대해야 - 한국의 공공사회지출은 2005년 기준 6.9%로, 멕시코 7.4%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 OECD 평균의 39%에 불과한 최저수준임.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 부문 예산투자를 보다 더 확대해야 하는 이유이며, 세입의 30% 또는 세출의 30%(연간 6조 3천억원)은 사회복지예산으로 편성하여야, 기초생활보장과 시급한 보편적 복지를 최소수준으로 실현할 수 있음.
[제안5] 영유아 보육의 모든 사항, 서울시가 전담
□ 서울형 어린이집 인증으로 보육의 책임을 민간에게 교묘하게 전가 - 서울시의 국·공립 보육시설 11%, 이용아동은 25%에 불과. 그러나 국공립 보육시설 신축계획은 거의 없음. 공공보육시설을 확대하지 않는 상태에서 서울형 어린이집 인증으로 민간보육시설 지원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민간 중심 보육이 더욱 강화돼 서울시 책임은 줄어들게 됨.
□ 영아 및 시설 미이용 영유아 양육 지원 미약 - 보육시설이나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는 영유아의 대부분(62.3%)은 영아기(0~2세)에 집중되어 있으며, 유아기(3~5세)의 경우 전국 영유아의 20.2% 정도가 시설을 이용하지 않음. 시설중심 보육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보육시설의 미이용 영유아의 경우, 자녀양육과 관련된 지원 및 부모교육, 시간제 보육 등에 대한 요구가 발생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
□ 취학 전 영유아 양육과 의료의 공공성 강화(무상보육·무상의료 실현) ➀ 무상 보육: 국·공립 보육시설 비율 30%이상 확대 및 보육교사 인건비 지원 확대. 서울시의 영유아 양육비 기준선을 마련해 시설 이용 여부와 상관없이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비용 지원. ➁ 무상 의료: 비급여 부분을 포함한 총 진료비 중 본인부담분 전액을 서울시에서 지원함.
[제안6] 현장성 강화를 위한 전달체계 개선방안 마련
□사회복지 현장을 배제한 홍보성 복지의 폐해 - 서울형 복지와 그물망 복지는 실질적으로 서비스 자체의 확충이나 휴먼서비스를 전달하고 사례관리를 수행할 인력 보강 없이 추진되고 있음. 이는 기존 사회복지 인프라에 대한 과도한 추가부담 전가와 복지서비스의 실질적 효과를 감소시키는 등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음.
□ 서비스 현장성을 보강하는 전달체계 구성 - 서비스 현장 자체를 보강하는 방향을 전달체계의 구성 및 개편의 원칙으로 삼아야 함. ➀ 서울형 복지와 그물망 복지를 실제로 구현토록 5,000명의 사례관리 인력 보강 ➁ 공공 사례관리를 현실화하는 1,000명의 계약직 사회복지직 공무원 충원 ➂ 서울시 이용시설과 생활시설에 대한 인력 보강 : 각 1,000명 ➃ 노인일자리사업을 보강할 수 있도록 구별로 지역사회시니어클럽 설치(현 4개소) ➄ 주거취약계층의 주거문제를 지원하는 주거복지센터 구별 설치(현 4개소) ➅ 현장 실무를 추진하는 서울광역자활센터의 설치 ➆ 국공립 수준의 보육시설 3,000개 확보 ➇ 노숙인 쉼터에 대한 시설기준충족 마스터플랜 마련 ➈ 교육-복지 연계체계 강화 : 학교와 지역사회의 복지자원 연계를 서울시가 주도
[제안7] 사회복지 현장실무자 간 처우불균형 해소
- 사회복지현장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실무자의 처우는 공무원 및 다른 휴먼서비스 종사자에 비해서 낮은 편으로 개선 필요. 특히 자활지원, 주거복지와 노숙인 복지 등 일부 분야의 종사자들은 다른 복지분야에 비해서도 특히 낮은 처우 수준에 머물러 있어 서비스의 전문성과 충실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태임. 최근 들어 발표되는 서울시의 여러 복지 관련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인력도 낮은 보수수준의 일용직․계약직으로 사회복지사를 충원하도록 하고 있음
- 전반적인 처우 수준 확대와 아울러 모든 사회복지 현장의 종사자 처우 수준을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원칙에 맞게 현재의 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처우수준으로 균형 있게 상향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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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송주민 기자는 서울복지시민연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