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9일 경기도지사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이 의원의 중도 포기로 김진표 최고위원이 단수후보가 돼 사실상 공천이 확정됐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패배를 인정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불공정과 변칙은 인정할 수 없다"며 경선 불참 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경선 방식 등에 대해 수차례 이의를 제기해온 이 의원의 '쓰린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난 발언이었다.
이 의원은 경선 불참을 선언한 후 기자들을 만나 "손과 발이 묶여있는데 상대 '플레이어'는 '심판'까지 겸임하고 있었다"며 "역동적 의외성을 그토록 강조했지만 지도부가 경선 분위기를 냉각시키는 마당에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경선 방식을 최종 의결하는 최고위원회에 '경쟁자'가 여전히 참석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었다.
"선거인단 명부를 어제(8일) 받았는데 더 이상 선거운동을 할 만하지 않다고 느꼈다. 현장에 가면 경선 자체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출마했던 서울시장 후보 경선 당시 모였던 당원이 전체 당원의 4% 밖에 되지 않았다. 서울보다 지역이 더 넓고 오가기 힘든 경기도의 경우, 얼마나 당원이 모일지도 걱정이 됐다. 경선 룰에 매달려 힘 빼는 후보가 저로서 끝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초등학교 선거보다 못하다고 손가락질 받는 경선에 침묵으로 편승 할 수 없다"
이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공정하고 깨끗하나 역동적인 경선을 통해 김 최고위원과의 격차를 극복해보고자 했지만 정세균 지도부는 저에게 그런 기회조차 허용하지 않았다"며 경선 불참 이유를 '불공정한 경선 룰'에 두었다.
그는 또 "민주당에서 민주주의와의 정의를 바로 잡고자 기자회견을 4차례나 했고 경선관리의 공정성과 원칙을 요구하는 공문을 7차례나 보냈지만 공식적인 답변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다"며 자신의 무력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국민참여경선답게 TV토론과 경선일정 조정을 요구했지만 불가하다는 답변 뿐이었고 단 한 번의 후보자 합동연설회도 허락되지 않았다. 선거인 명부의 열람과 배포도 하지 않겠노라고 했다. 선거시행세칙은 모순투성이라 후보의 정견을 밝히는 선거공보물도 발송할 수 없었다. 후보는 지도부에 의해 선거운동을 사실상 금지당했고 선거인단은 후보를 몰라 '묻지마 투표'를 강요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의원은 지난 7일부터 이틀 간 치러진 국민여론조사 경선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그는 지난 8일에도 ▲경선시행세칙 소급적용 ▲무효표 재투표 강제 방침 등의 문제점을 들며 선관위가 불공정한 여론조사 경선을 강행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날도 "응답자가 기권표를 던졌으나 재차, 삼차 심지어 사차 질문으로 재투표를 강요하는 것은 여론조사 전문가도 지적하는 샘플조작의 전형적 사례인데 (선관위는)이를 강행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찌어찌해서 경선을 완주했다는 스스로의 당당함과 주변의 인정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개탄했다.
이 의원은 이어 "민주당의 경선이 초등학교 선거보다 못하다는 손가락질을 받는 상황에서 침묵으로 편승할 수는 없다"며 "정세균 대표와 일부 친위세력이 가진 한 줌의 권력으로 얻고자 한 것이 저의 패배라면 깨끗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저를 지지하거나 가깝다는 이유로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들이 공천권 때문에 사실상 지지활동을 할 수 없단 얘기도 전해 들었다"며 "이런 우려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변칙과 불공정으로 상처받는 경선, 경기도가 마지막이어야"
이 의원은 무엇보다 "변칙과 불공정으로 상처받는 경선은 경기도가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국의 경선후보들이 상대 후보가 아닌 정세균 지도부와 경선을 치르는 파행이 속출하고 있다"며 "전국의 경선 파행을 정상화시키고 야권단일화라는 국민의 준엄한 요구를 위해 결단하라"고 지도부에 촉구했다.
이 의원은 "야권단일화라는 엄중한 요구를 정 대표와 일부 친위세력의 당권 욕심이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며 "저는 비록 패배했지만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선 불참을 선언했지만 경기도에서만 기호2번 민주당 후보가 700여 명이 뛰고 있는 현실을 비추어 볼 때 광역단체장 후보도 민주당 기호2번으로 통일되는 것이 좋다고 본다"며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긍정했다.
하지만 그는 "민주당의 '민주주의'가 죽어가는 것을 두고 보지도 않겠다"며 '마지막 각'을 세웠다.
이 의원은 "저는 하나지만 경기도의 경선을 주목했던 당원과 국민의 눈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의 승리를 위한 쇄신에 온 몸을 바치겠다, 함께 할 수 있는 많은 분들과 '민주당의 승리', '당의 쇄신'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못 박았다.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 '무산' 이어 전남도지사 후보 경선도?
한편, 이 의원의 중도 포기로 끝난 경기도지사 경선만 아니라 전남도지사 경선 역시 같은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여 당내 파문은 더 확산될 예정이다.
박준영 현 전남도지사와 경쟁 중인 주승용·이석형 예비후보는 지난 7일 이 의원이 제기했던 여론조사 방식 등 경선 룰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경선 후보 등록 무기한 유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 중앙당 선관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 후 "지난 8일 밤 10시까지 연장등록을 추진했으나 최종 등록 마감 결과 박준영 후보자 1인만 등록했다"며 두 후보의 '배수진'을 인정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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