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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초등학교 6학년인 큰 아이는 감기에 걸리면 며칠을 고생합니다. 밥도 먹지 못하고, 잠도 잘 못 잡니다. 3ᆞ5학년 동생들은 아파도 밥 잘 먹고, 잠도 잘 잡니다. 맏이지만 아프면 완전히 막둥이가 됩니다. 하지만 혼자 병원에 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난 7일에도 집으로 돌아오면서 자기 혼자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의사가 "내일 하루만 병원에 나오면 더 이상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한 걸, 병이 다 나았다는 뜻인 줄 알고 학교 앞으로 다시 돌아가 가게에서 파는 500원짜리 라면을 사 먹었다고 합니다. 마흔 다섯살 된 나도 초등학교 다닐 때 항상 선생님께 '불량식품을 사 먹지 말라'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습니다. 요즘도 학교 앞 먹을거리는 '불량식품'으로 자주 언론을 통해 보도됩니다.

500원짜리 라면이 불량식품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8일 밤 큰 아이는 잠깐도 쉬지 않고 기침을 했고, 몸은 불덩어리였습니다. 다 나았다고 믿었던 감기가 큰 아이 온 몸을 휘감은 것입니다. 새벽에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학교를 조금 늦게 가더라도 병원에 들르기로 했습니다. 아내가 큰 아이를 데라고 치료를 받은 후 학교에 보냈습니다. 그런데 큰 아이는 어린아이가 다 되었는지 자기 엄마에게 학교가 끝나면 데리러 오라고 했습니다.

"여보 나중에 인헌이 데리러 가세요."
"다 큰 녀석이 데리러 오라고! 참내 완전히 아이가 되었구먼."
"어떻게 하겠어요. 오늘 6시간 하니까 2시 40분쯤에 학교 후문으로 가세요."
"알았어요."

수업 끝날 시간이 되어 학교에 갔습니다. 그런데 먼저 눈에 띄는 녀석은 막둥이었습니다.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얼굴을 보지 않고서도 막둥인지 알았습니다. 막둥이는 자기 반 동무들과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계단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든 막둥이는 상상만 해도 신기했습니다. 막둥이가 제일 잘하는 일이 집안 물건 망가뜨리고, 온 방안을 어지럽히는 것입니다. 그 전날 밤에도 태권도 연습을 한다고 방문을 발로 차 부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녀석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청소를 하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계단 청소를 열심히 하고 있는 막둥이
 수업을 마치고 계단 청소를 열심히 하고 있는 막둥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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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청소하는 막둥이
 계단 청소하는 막둥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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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막둥."
"아빠가 왜 여기 왔어요."
"형이 아프잖아. 형 데려가기 위해 왔어. 우리 막둥이 청소하네."
"예. 우리 반 청소구역이에요."
"막둥이 혼자 청소해?"
"아니. 저쪽에 다른 아이들이 청소해요. 나는 이곳을 청소해야 해요."
"우리 막둥이가 제일 잘하는 것이 어지르는 일이고, 어제는 방문 발로 차서 부순 것 아빠가 다 알고 있어. 그런데 네가 청소를 하는 것일 보니 이상하다."
"선생님이 하라고 하셨어요. 아빠 청소 다 했어요."
"뭐라고 이것이 청소 다 한 것이라고?"
"다 했어요.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요."
"청소하기 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은데. 여기 봐라. 모래가 그대로 있잖아. 형 왔다. 막둥이 너 청소 더 해야겠다."
"형은 좋겠다. 아빠하고 같이 가고."
"청소 빨리 끝내고 집에 와. 아빠 형하고 먼저 간다."

막둥이가 청소한 계단. 청소를 한 것인지 하지 않은 것인지 구별을 할 수 없다.
 막둥이가 청소한 계단. 청소를 한 것인지 하지 않은 것인지 구별을 할 수 없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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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는 아마 청소를 끝내도 다른 동무들처럼 집에 바로 올 수 없습니다.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수학 미도달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빠와 형이 먼저 집에 가는 모습을 본 막둥이가 힘들어 할까봐 뒤를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왔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빠와 형은 집에 가는데 자기는 남아서 미도달 공부까지 해야 하니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하지만 집에 온 막둥이는 웃음쟁이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태그:#막둥이,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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