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패션계의 새로운 경향으로 '가치소비'라는 말이 등장했다. 이처럼 새로운 경향이 등장한 것은 어려운 경기, 곧 경제적 현실 탓이다.
2008년 말 전 세계로 확산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내 세계 실물 경제 위기로 확산 되었다. 이로 인한 세계 경제 위기는 곧 소비자의 소득축소와 함께 실직위기라는 미래 불안을 동시에 연출했다.
이러한 경제동향으로 인해 소비자는 자연히 보다 이성적인 소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의 행동이 보다 신중해지는 등 소비행태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고 있고, 이로 인해 등장한 것이 바로 가치소비다.
이러한 소비자 행동을 미리 파악한 세계 패션계는 기존의 고가, 명품 생산의 툴을 벗어던지고, 중저가 브랜드 출시에 본격 나선 것이다. 이와 함께 기존의 유통구조를 혁신해 물류비용을 절감하는 등의 방법으로 옷의 가격을 현저히 낮추기도 했다.
한편 패션계에 이 같은 가치소비가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인터넷의 영향과 함께 소비구조 탓도 있다. 경기가 나빠 소득이 축소되면, 소비자가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이게 되는 것이 바로 의식주 중 의(衣) 부문이며, 새 옷을 사기보다는 가급적 기존의 것들을 충분히 다시 활용하게 된다.
패션계를 시작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이 같은 가치소비는 향후 산업전반으로 확산될 개연성이 크다. 이후 소비자는 실속을 중시하는 소비행태를 지속적으로 이어 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단 자동차의 경우에도 기존의 소비구조는 중대형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국제유가의 급등과 함께 이후 소비는 중저가의 소형차 중심으로 옮겨갈 것이다. 이미 자동차 시장에 그러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현명한 소비자 행동으로서 가치소비에는 오로지 경제현실만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인본주의적 혹은 범인류적이라는 공통된 인식까지 담겨 있으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 현상과 함께 지구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류의 사명감까지 함께 담겨 있다.
이제는 우리 모두 어떤 상품이든 마구 쓰는 시대가 아니라 가급적 적게, 가급적 오래 써야 하는 시대를 맞은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 같은 가치소비의 시대가 앞으로 또 어떤 변화를 부를 것인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미 모든 산업의 신상품 라이프 사이클이 매우 짧아지고 있는 점에 유의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소비패턴이 등장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우리는 산업시대의 대량생산체제가 새로운 소비형태의 등장과 함께 주문형 소량 생산체제로 변화되리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 같은 생산경향의 변화를 사회발전에 기초한 개인의 기호변화에서 찾았다. 그런데 최근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 소비의 확장은 곧 환경파괴를 부른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가 사용한 모든 것은 환경으로부터 얻거나 취득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과소비는 환경파괴를 부를 수밖에 없다(엔트로피 법칙). 이런 이유로 이후 인류는 가급적 모든 소비를 줄여 나가는, 곧 인류가 사용하는 모든 것은 에너지를 보존한 물질 혹은 물체로써 그 소비가 늘어나면 날수록 환경의 오염 확대 혹은 환경 파괴의 확대로 나타난다.
이러 점들을 인정하면, 현재 소비자가 추구하는 가치소비는 가장 이성적인 인간이 취하는 보다 새로운 소비 형태이다. 인간은 소비행동에 있어서 늘 이성적으로 행동한다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의 소비행태는 그렇지 못했다. 다분히 충동적 소비행태를 보였거나, 모방적 소비행태를 보여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후 인류의 소비는 그 같은 소비경향을 탈피해 모든 소비자들이 합리적 소비, 곧 가치소비에 나설 것이 틀림없다. 이 같은 소비자의 태도변화는 종래 산업 및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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