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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날 에워 싸고
씨나 뿌리고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고 살아라 한다
(중략)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구름처럼 살아라 한다
바람처럼 살아라 한다
- 박목월 <산이 날 에워싸고> 중
 
벚꽃은 한자로 앵두나무의 앵(櫻)자를 쓴다. 이 글자를 들여다 보면 조개 패(貝)자가 두개에 계집 녀(女)의 모음의 글자임을 알 수 있다. 한자는 한글과 달리 그 말에 풀이가 회화적으로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벚꽃나무는 화사한 여인의 장식 같이 아름답다는 뜻이로 읽힌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을 읽으면, 벚꽃 열매(버찌)를 먹이는 장면 나온다. 버찌는 이 작품에서 진한 사랑의 구애를 상징하는데, 우리의 문학 작품에서 벚꽃이나 버찌는 이별과 눈물 등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국화가 벚꽃이라는데 은연 중에 이를 의식함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정말 벚꽃은 벚꽃일 뿐일 터다.
 

부산은 지금 온통 벚꽃 천국이다. 부산 시내를 조금 벗어난 기장군도 행정관할상 부산이다. 어제(11일) 인척의 결혼식을 마치고, 오랜만에 일가 친척들이 기장 산성산(옛 이름 구령산. 성산)의 테마 임도(벚꽃길)을 구경했다.
 

약 10km 이어진 벚꽃 터널길은 걸을 때 허리를 굽혀야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축 늘어진 벚꽃나무들이 빼곡하게 줄지어 있었다. 이 벚꽃들은 기장군에서 벚꽃 테마 길을 만들기 위해 심은 길이다.
 
너무 조용하고 한적하고 길도 정리가 잘 되어 있어 걷기가 좋았다. 일가 친척들은 이런 좋은 길이 부산에 있었는지 몰랐다고 모두 감탄했다. 오랜만에 가족 소풍 나들이를 환영하는 듯 활짝 벚꽃은 만개해 미소 짓고 있었다.
 

테마 임도(벚꽃길)는 '기장산성'으로 가는 길과 이어져 있다. 기장산성은 부산시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기장산성은 그 옛날 선인들이 자주 노략질하는 왜구를 막기 위해 쌓은 성이다.

기장산성은 1993년 이 일대 18필지 1830㎡가 경남 기념물 제131호로 지정된 바 있으나, 부산광역시로 편입된 이후 96년에 부산광역시 지정기념물 제40호로, 문화재 및 보호구역으로 재차 지정됐다. 산성산(옛 이름, 수령산 혹 성산) 정상에 올라오면 남부 동해가 눈안에 들어온다. 
 

용소 웰빙 공원에서 이어진  테마 벚꽃길은 '기장산성'이란 안내팻말의 갈림길이 끝이며
여기서 산성방향으로 향하면 정상 100m 전쯤 산성 안내판 뒤로 산성으로 보이는 돌무더기가 보인다. 정상의 산불초소가 있는 그 발밑으론 광활한 동해바다 위의 갈매기들 손짓하듯 날아오른다. 희미한 벚꽃 군무 속 너머 푸른 대변항이 목측이다.
 

 
일가 친척 모두 오랜만에 벚꽃 구경 진달래 구경에 동심으로 돌아온 듯했다. 진달래 군락지도 벚꽃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봄의 미혹이었다. 그러나 중간 중간 누가 버린 것인지 쓰레기가 눈에 띄어서 마음이 몹시 언짢았다.
 
좋은 벚꽃 구경하면서 쓰레기를 마음대로 버리고 가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공공의 장소를 잘 이용하는 것도, 마음 즐겁게 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 벚꽃 구경하는 마음과 별로 다르지 않을 터인데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부산 시내 버스 39번, 1003번 등 타고 KT기장 전화국 앞 하차하여,용소웰빙 공원의 계단길따라 벚꽃 테마 임도는 시작된다. 벚꽃 뿐만 아니라 진달래 군락지 등을 감상하면서 기장 산성이 있는 산성산에서 해운대 장산으로 이어지는 등산코스를 택할 수도 있다.


태그:#벚꽃 천국, #기장군, #웰빙 공원, #기장 산성, #산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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