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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봉은사 사태에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이 지난 대선에서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돕기 위해 노골적으로 나섰다는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의 주장에 대해 조계종이 "종단 전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근거를 밝히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은 11일 기획실장인 원담 스님(대변인) 명의의 보도자료를 내고 "봉은사 직영 전환이라는 종단 내부의 결의에 맞서 종단의 대표자를 비롯한 종단 전체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는 명진 주지의 행위가 정도를 넘어 매우 위험한 것임을 엄중 경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명진 스님은 이날 일요법회에서 "지난 2007년 대선 막바지에 당시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을 맡고 있던 자승 스님이 힐튼 호텔에서 이명박 후보 측과 회동을 가졌다"며 "이 자리에서 자승 스님은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건배사를 했다, 이게 중이 할 짓이냐"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총무원은 "자승 스님은 지난 대선 시기에 힐튼 호텔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와 만난 사실도 없으며 힐튼 호텔 자체에 간 일이 없다"며 "또한 그 어떤 자리에서도 건배사를 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이 주장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부인했다.

 

총무원은 이어 "종단 수장에 대해 거짓주장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제대로 된 근거를 밝히지 못한다면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총무원 "종단 수장에 대한 거짓주장... 책임 물을 것"

 

총무원은 또 "지난해 말 자승 총무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조찬하던 중 10여 분간 배석자 없이 단독회동했는데 이때 봉은사 이야기를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명진 스님의 주장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2009년 12월 15일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조찬을 함께 한 사실은 이미 언론에 기사화된 바 있다. 종단 최고 지도자와 국가 수반이 만난 자리에서 한 사찰의 문제가 다뤄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은 것이다."

 

앞서 명진 스님은 일요법회에서 "봉은사 직영 사찰 전환 안건을 조계종 중앙종회 총회에 상정한 지난 3월 3일 원담 기획실장이 청와대에 들어갔다"며 "왜 그날 청와대에 들어갔는지, 누구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밝히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총무원은 "원담 스님은 평소 청와대를 (명진 스님이 말한 것처럼) '밥 먹듯이' 드나든 적이 없으며,  3월 3일 역시 청와대에 출입한 사실이 없다"며 "원담 스님은 당일 강북삼성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다. 명진 주지는 발언의 이유와 근거에 대해 밝혀야 한다"고 반박했다.

 

총무원은 특히 "봉은사 일요법회를 통해 명진 주지가 이야기한 것은 법문이 아니라 막말에 가까운 표현과 내용으로 차마 일일이 입에 담지 못할 저속한 수준"이라며 "계속적으로 신도들 앞에서 허위사실을 공개 거론하여 유포하는 것은 수행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총무원은 또 "개인 소유의 사찰도 아닌 천년고찰의 신성한 법당에서 확인되지 않은 일, 이리 저리 떠도는 말, 분별과 편견에 사로잡힌 말들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이 올바른 법회의 모습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방적인 주장을 무책임하게 외치기보다는 종단 내의 절차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고 바로잡도록 힘써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국 기자회견 청와대 회유설'에는 침묵

 

그러나 총무원은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영국(전 조계종 총무원장 종책특보, 현 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씨의 기자회견을 막기 위해 직접 나서 회유·협박했다는 명진 스님의 주장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아,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영국씨는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봉은사 외압은 모두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명진 스님에 따르면, 이날 김씨는 기자회견에 앞서 대통령 직속기구에 소속된 인사를 만났는데, 이 인사가 그 자리에서 이동관 홍보수석에게 전화를 해 직접 김씨를 바꿔줬다는 것.

 

명진 스님은 이어 "당시 이동관 수석은 김 거사에게 '선거법 위반으로 사면 복권이 아직 안 됐을 텐데, 모두 풀어줄 테니 기자회견 하지 마라, 네가 원하는 것 다 해주겠다'고 회유했다"며 "김 거사가 기자회견을 취소할 수 없다고 하니 이동관 수석이 전화기에 대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쌍욕을 다 했다"고 김씨의 말을 전했다.


태그:#봉은사, #조계종 총무원, #자승 총무원장, #명진스님, #이명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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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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