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며
2010. 4. 5. 법률신문은 그 사설에서, 법학교수의 변호사 자격 이라는 제하에 법학교수에게 변호사자격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는 논지를 펼쳤다. 마침 필자는 며칠 전 "법학교수들과 변호사 자격"이라는 글에서(www.yeslaw.org) 법학교수들에게 적어도 그 전공분야에서 변호사자격을 부여함으로써 교수들의 시민 봉사적 역할을 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어서, 법률신문 사설과 반대되는 입장이라 할 수 있다. 이하 법률신문의 사설을 사설, 법과대학협의회나 법학교수회를 학계라 줄여서 살펴보기로 한다. (기타 법학교수와 변호사 자격 관련 논의는 www.lawtimes.co, 법조광장 624,625를 참조 하실 것)
II. 각 논거에 대한 반박
첫째. 법률시장의 개방과 관련하여 법률가 일원화는 피할 수 없는 명제이다.
사설은 법학계와 법조계는 이 사회에서 주어진 역할은 분명히 달라서, 법학자는 법을 학문적으로 분석하고 법이론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 그 본분일 것이고, 법조인은 법학계의 연구결과를 현실에 적용하는 법기술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그 본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설의 주장은 법조계와 학계의 일도양단적인 구분을 당연히 가능하고도 필요한 것으로 전제할 때에만 말이 된다. 법학을 순수 사변논리적인 학문영역으로 본다면 모를까, 법학을 보편타당한 이해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실제적 학문 또는 실정법의 해석학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사설이 전제한 것과 같은 구분은 애초에 불가능하고 불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설이 학문은 교수가 그리고 실무는 오직 변호사나 판검사만 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더 나아가서, 사설처럼 두 가지가 확연히 구분될 수 있는 것이라고 친다 하더라도, 양자가 손에 손을 맞잡고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학문자세 또는 실무자세가 아닐까. 끝으로, 그렇게 힘을 합쳐서 나아감으로써 거세어지는 국제적 경쟁에서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될망정, 사설처럼 함께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는 주장은 생뚱맞은 감이 있다.
또 사설이 대변하고 있는 변호사단체에서는 자꾸 자기네들 시장이 잠식당할 것만을 우려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너무도 미시적이고 짧은 안목의 소치이다. 앞서 말한 필자의 글 "법학교수들과 변호사 자격"에서 언급한 것처럼, 변호사 자격을 주어도 실제로 송무에 나설 법학교수들은 있다 하여도 극히 소수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리 법조 기득권 보호를 위해 높은 담을 쌓아도, 결국 법률시장은 개방되게 되어 있고,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외국 법조인들이 몰려들어온다. 그 때에는 폐쇄적 법조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며, 당하고 나면 때가 이미 늦는다. 법학계와 법조계가 함께 나서서 법률가 일원화를 이미 이룬 외국의 파고를 막아야 한다. 오히려 뜻 있는 변호사들이 교수들의 시장참여를 주장하는 이유를 사설은 잘 새겨야 할 것이다.
둘째, 법학교수 일부는 변호사보다 더 넓고 깊은 지식을 가졌음도 인정하라
사설은 변론의 기술(lawyering skills)이나 절차법은 차치하고 실체법에 관하여 보더라도, 일반적으로 변호사들은 법학교수의 해당 전문분야를 제외하면 다른 모든 분야의 법에 관하여 법학교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법학교수가 그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민사·행정소송의 승패, 형사소송의 유·무죄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 사설이다.
먼저, 변호사 집단과 교수집단을 함께 몰아서 어느 쪽이 더 실력 있다는 식으로 경솔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변호사자격을 주어 마땅하다는 학계의 주장은, 필자의 과문인지 몰라도, 교수들이 변호사들보다 더 잘 알기 때문이라는 우월감에서 나온 주장이 결코 아니다. 변호사도 변호사 나름이고, 교수도 교수 나름일 것이다. 어느 부류에서건 상대 부류의 일정부분보다는 더 낫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교수들 가운데는 실무적인 훈련이 (아직 덜) 되어 있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으나, 그러한 실제적인 부분만 보완한다면, 적어도 그들이 길러낸 제자 변호사들보다 훨씬 더 잘 실무적인 역량을 발휘할 사람들이 많다. 물론 반대로 변호사들 가운데에는 바쁜 가운데도 꾸준히 연구하고 공부하여 학자들을 부끄럽게 하는 이가 많음을 부인해선 안 된다.
사설은 법학교수가 그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민사·행정소송의 승패, 형사소송의 유·무죄로 직결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데, 그것은 그야말로 실제적인 문제로, 연수나 기교적인 부분일 뿐이다. 결정적으로 교수에게 변호사 자격을 주어서는 아니 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일정부분 미숙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의뢰인에게 베풀어지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 그리고 성실과 친절은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고 소송을 승리로 이끌어 가는 기본적 자세이다. 반드시 변호사에게만 있는 장기라고 보아줄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다.
셋째, 시급한 것은 희소성에 안주하는 자세를 불식하는 것이다
사설은 변호가가 변호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법의 모든 분야에 관하여 일정한 수준 이상의 지식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되는 데, 교수들은 그렇게 폭넓은 분야에 지식을 가지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말은 변호사들에게도 각기 전문분야가 있듯이 교수들에게도 각기 그 전공과목이 있다는 점을 간과한 짧은 판단이다. 법학교수들이 주장하는 자격부여의 문제는 일반적인 변호사 자격부여론도 있으나, 전공 법학교수에게 그 전공 분야에 한정하여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자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있는 것을 잘 모르고 쓴 것 같다. 무엇보다도 변호사들이 교수들보다 더 넒은 분야에 더 많은 지식을 가졌다고 단언하는 데에는 변호사들의 자만과 독선이라는 말 밖에는 더 할 말이 없다. 사법시험 한 번 뚝딱 합격하여 얻은 자격을 바로 이런 식으로 확대 해석하여, 그로써 세상 꼭대기까지 도달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일부 법조인들이 고쳐야 할 자세이다. 그런 자세가 의뢰인 앞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넷째, 법학교수들의 요구를 막기 위하여 유사직역으로 문제를 확대하지 말라
사설은 법학교수에게 변호사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법학교수가 아닌 법학자나 기타 법조직역 종사자와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국내외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거나 외국에서 변호사자격증을 취득하고 국내의 연구소, 대기업의 법무실 등에서 법률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 변리사, 법무사들도 들고 일어나서 변호사 자격을 주라고 할 때 이를 막을 길이 없다는 주장이다.
대학교수에게 변호사자격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어떻게 변리사나 학위 받은 이들에게도 자격을 주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지 알 길이 없다. 오늘날 법과대학의 교수는 박사학위를 취득하고서도 다른 여러 조건을 구비한 연후에야 비로소 될 수 있다. 또, 변호사자격이 있다고 해서 교수로서의 자격을 곧바로 부여받고 교수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더구나 변리사나 법무사들은 각기 그 분야에서 힘겹게 취득하는 자격이다. 법학교수에게 변호사 자격을 주려면 변리사나 법무사들에게도 주어야 하지 않느냐하는 주장은 법학교수의 수준을 변호사가 아닌 법무사나 변리사쯤으로 의식적으로 낮추 봄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그럴 양이면, 동사무소의 직원이나 은행의 대부계 대리 그리고 수사과 형사들에게도 민 형사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자격을 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그 주장을 확대해 나아갈 것이다. 사설은 문제를 법학교수와 다른 직역 종사자들 간의 알력으로 연결시키려는 매우 진지하지 못한 의도를 드러낸 것 같다.
III. 나오며
요약컨대, 사설은 순전히 이미 자격을 가진 변호사 집단의 집단적 이익을 충실히 대변하는 내용이고,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심각한 사법제도의 문제, 특히 법조인이 국민들에게 자연스러운 권위와 신뢰를 인정받기보다는 권위의식에 사로 잡혀 군림하려고 하는 자세에서 비롯하는 현상에 대한 뼈아픈 성찰이 전제되지 아니한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진정한 사법민주화를 기하는 길은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평생귀족이 되었다고 자만하는 자세,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의뢰인과 다른 직역 특히 자기의 태생기반인 법학교수들까지 깔보려는 태도를 근절하는 것 밖에 달리 있을 수 없다. 법학교수들에게 박사학위 또는 일정한 기간의 교수경력기간 등 추가적인 조건 또는 자기 전공과목에 한정한다는 제한 등을 붙여서라도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법조시장 개방에 맞서 서둘러야 할 일이다.
목원대 교수 (사법정의국민연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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