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13일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에 이 수석의 고소장이 접수됐다. 김영국 조계종 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좌파 주지' 발언은 사실"이라는 기자회견을 하기 전날 밤 이 수석이 회유와 협박으로 김씨의 회견을 막으려 했다는 명진 스님의 11일 법회 발언이 허위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수석은 미국에서 열리는 핵안보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하기 위해 워싱턴DC에 머물고 있다. 이 수석이 14일 귀국 예정인 것을 감안하면, 봉은사 파문을 막기 위해 이례적으로 빠른 대응에 나선 셈이다.
봉은사가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고소를 일삼는 이 수석은 명진 스님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면 즉각 고소하기 바란다"고 밝힌 것이 이 수석으로 하여금 고소를 서두르게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수석은 고소장을 통해 "나는 김영국씨와 면식이 없고 전화 통화를 한 사실도 없다"면서 "명진 스님이 불교계 내부의 일에 허위사실로 나까지 끌어들인 것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수석은 "이번 고소는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가려 개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지 명진 스님이나 불교계와 대립하려는 의도로 진행하는 게 아니다"며 "지금이라도 명진 스님이 사실 관계를 있는 그대로 바로잡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한편 봉은사의 한 관계자는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라"면서 "고소를 계기로 진실이 명백히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