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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는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훌륭한 문학

영어권에서 널리 읽히고 있는 성서는 제임스 왕의 흠정역(欽定譯)이다. 영국의 작가 '로즈 메콜리'는 영어가 이 지구상에 다 사라져도 오직 이 책만 있으면 영어의 아름다움과 힘의 전모를 전하기에 족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성서는 교회보다 더 오랜 것이다', '성서는 빛을 던지고 돈은 온기를 던진다'는 스웨덴과 유태인의 속담에서도 나타나듯이, 세상에서 성서보다 많이 읽히는 책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 '성서는 교의가 아니고 문학이다'라고 말했듯 비기독교 교인에게도 성서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번도 꼭 읽어야 책이다.

문학가 러스킨은 자신의 작품 속에 무려 5000여 회나 성경구절들을 인용하고, 밀톤의 작품들도 성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도와 바꾸지 않겠다는 셰익스피어, 콜리지, 스코트, 포프, 브라이언트, 롱펠로우, 키플링, 카알라일, 매콜리, 호오던, 어빙, 소로 등 세계적인 문호의 작품 속에 성서의 구절들이 많이 인용되고 있다. 문학뿐 아니라 미술 음악 영화(시나리오) 등 서양 예술에서 성서는 그 예술의 밑그림이 되고 있다 하겠다.

닫힌 마음의 문을 여는 지혜가 필요할 때 '성경 읽기'

나는 살아가면서 마음이 나태해지거나, 마음이 힘들 때 친구를 찾듯이 성경을 읽곤 한다. 그러면 내 닫힌 마음의 문을 여는 지혜를 찾을 때가 많다. 난 어릴적 교회에 많이 다녔으나, 지금은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 그러나 성경 책은 늘 가까이 머리맡에 두고 즐겨 읽는다. 그 어떤 문학책보다 내게 훌륭한 책이다. 그런데 나는 성경 중에 '시편'을 많이 읽고 시편 23장은 특히 좋아한다.

그런데 이 시편 23장 구절은 더러 영화의 대사에 많이 인용되거나 내레이션 자막에도 자주 나온다. 그리고 이렇게 대사로 인용되는 성경구절은 영화에 상당한 무게를 주거나 주제를 확장시킨다. 니키타 미할코프의 영화 <싸이베이리아>는 제 52회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인데, 이 영화의 주인공 고고학자 안드레이 밀러는, 2차 대전 이후, 헬레니즘 유적(이란에서)을 발굴하던 중 소련 스파이란 누명을 쓰고 시베리아 수용소로 압송된다.

그는 그곳에서 이방인이란 이유 하나로 동료 죄수로부터 말할 수 없는 핍박을 받는다. 그는 그곳에서 '안나'라는 미국인 여자를 만나 사랑하지만, 그가 고뇌와 절망으로 절규할때 그에게 마음의 힘을 준 것은, 성경의 (시편 23;1-6)의 구절이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가으로 인도하시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도다/ 내가 사랑의 음칠한 골짜기로 다닐찌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베푸시고/기름으로 내 머리에 바르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나의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정녕 나를 따르니/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거하리로다(시편 중)"

닫힌 마음의 문을 여는 지혜
 닫힌 마음의 문을 여는 지혜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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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 성경이 어려울 때, 성경을 인유한 '성경 읽으며'를 읽는다

부산 지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였던 고(故) 정영태 시인(1949년생-05년)은 부산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의사 시인이다. 그는 살아생전 <성경을 읽으며>이란 제목의 연작시를 쓴 바 있다. 성경을 소재로 시를 쓴 한국 시인 가운데서, 정영태 시인만큼 수준 높게 승화된 기독교시를 작품으로 남긴 시인도 흔치 않을 것이다.

정영태 시인은 09년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김언 시인의 탁월한 문학적 재능을 20대에 발견하고 그를 <시와 사상>의 신인상을 통해 문단에 배출한 바 있다. 그는 <시와 사상> 시잡지 발행인 및 책임 편집을 맡았고, 나는 <시와 사상> 창간 멤버 동인(편집장)으로 자주 그와 공적인 업무로 만나야 했는데, 그는 대화 중에도 성경 구절을 사용하여 얘기하거나, 시편의 경우는 거의 외우다시피 하여서, 나는 그가 정말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고 착각한 바 있었다.

이런 그에게 나는 왜 시의 소재를 성경책에서 찾느냐고 물어 본 적이 있었다. 그는 성경은 '사랑의 책'이라고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이 책은 사람들도 읽으면 좋지만, 풀과 나무, 바람과 새들에게도 많이 읽어주면 좋은 책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가웃거렸다.

성인과 성경
 성인과 성경
ⓒ 영화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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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알도 칭찬에 꽃을 피운다

그러나 얼마전 텔레비전 뉴스에서, 어느 과학자가 밥알 두 개를 각각 다른 통에 나누어 넣어두고 목소리가 아주 아름다운 성우를 통해 날마다 각각의 밥알에게 한쪽은 '밉다 밉다' 라고 말해주고, 또 한쪽의 밥알에게는 '이쁘다 이쁘다'라는 말을 얼마간의 일정한 시간동안 반복해 들려 주었다. 시간이 지나 그 안을 들어다 본 결과는 예상 외였다. 밉다고 반복해 얘기를 들려 준 밥알은 까맣게 썩었고, 이쁘다고 말해 준 밥알은 아주 이쁜 색깔의 곰팡이꽃을 피우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뉴스를 접하면서 문득 정영태 의사시인의 풀과 나무들에게 성경책을 읽어주어야 한다는 당시로서는 황당한 주장에 뒤늦게 무릎을 쳤다. 그렇다. 말 못하는 식물도 이러하거늘, 그래서 칭찬이 '황소'를 부린다는 말도 있는 것 같다. 사람은 말(言)로 살아가는 동물이라고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말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보석과 같고, 그 보석들 중에도 가장 귀한 보석의 말로 엮어진 성서는 그 어떤 종교도 뛰어 넘어, 사람의 마음과 양식이 되는 책인 것은 틀림이 없는 것이다….

'성서'에게 부채질, 음악까지 들려준다

북부의 인도에서는 성서를 마치 살아 있는 왕후 같이 대접한다고 한다. 시크교도(힌두교 종파)의 성서인데, 이 성서에는 시중꾼까지 있고, 하루 종일 황금의 자루가 달린 공작날개로 된 부채로 하루종일 시원히 해주고, 심심해 할까봐 오케스트라가 즐거운 음악까지 연주한다고 한다.

얼핏 웃음이 나올 듯 하지만, 생각해보면 성서는 말씀으로서 이루어진 사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성스럽게 섬기는 것도 당연하겠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그래서 저 신전과 같은 법을 다루는 법정에서도 죄인과 증인에게 성경 위에 손을 얹게하고, 진실만을 말하게 하지 않나 싶다.

어디까지 읽었더라
아무리 되풀이해 읽어 보아도
사랑을 다 읽을 수 없다.
모두 돌아간 빈 들판,
나무 찍는 소리가 아직 들린다.
두려워 잠 못 드는 풀과 나무에게
소리 내어 성경을 읽어준다.
천상의 별보다 더 밝고 따뜻한
지상의 낡은 램프 하나 커들고
나의 사랑은
만리길 더 갈 신발을 깁는다.
성경의 말씀들이 바람에 날려
한갖 먼지로 쌓인다 해도
그대 가고 있는 들판을 향해
더 큰 목소리로 성경을 읽어주마.
천상의 모든 별빛을 끄고
지상의 램프를 켠다.
죄와 사랑을 한 무릎에 앉히고
성경을 읽어 준다.
두려움을 벗은 풀과 나무들이
지상의 강과 사막을 건너가기 시작한다.
<성경을 읽으며 6>- 정영태


태그:#성경, #시, #영화, #예술, #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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