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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들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핸드폰 선물이 무척 좋나 봅니다. 5학년이라 좀 늦은 축입니다. 이제 엄마에게 꽉 잡힌 줄도 모르고, 짜~식.

 

"그렇게 좋아."

"예. 엄마 아빠 짱!"

 

그러면서 아들은 친구에게 "나 핸폰 샀다~" 문자를 보냅니다.

 

"뭐가 그렇게 좋아?"

"친구들과 통화도 마음대로 하고, 문자도 보낼 수 있잖아요. 어쨌든 짱 좋아요."

 

그러는 사이 핸드폰 구입을 축하하는 첫 문자가 왔습니다. 문자 신호색이 빨간 노란 파란 색으로 변하는 걸 보더니 "졸라 간지 난다"고 합니다. 간지 뜻을 물었더니, 폼 나고 멋있다는 말이더군요. 멋있는 남자를 보고 '간지남'이라 하는 것과 같다나요.

 

어쨌든 문자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웬걸, 내용이 얄궂습니다.

 

"○○○○ 쾅~~

(   ) 내 발이야

 )  / 냄새나지?

( _ / 니 핸드폰

이제 무좀 걸렸다!

ㅋㅋㅋㅋㅋㅋ"

 

신세대는 신세댑니다. 그냥 "축하한다!"는 내용보다 이런 게 폼 나는 세대인가 봅니다. 좋아하는 걸 보니 옛날 생각이 나더군요. 전화가 귀했던 시절에 툭하면 동네 마이크에서 나오던 방송이 있었지요.

 

"○○ 엄마, 서울에서 전화 왔어요. 마을회관에 와서 빨리 전화 받아요."

 

종종걸음으로 전화를 받아야 했던 시절이 까마득하게 여겨집니다. 지금은 거의 한 사람 당 1대의 전화가 있는 셈이니, 당시 이런 시절이 올 줄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세월의 변화가 빠르긴 빠릅니다.

 

 

아내가 낸 핸드폰 사용 면허증 따기 10문제

 

핸드폰을 사다 준 아내가 "자동차 운전할 때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운전할 수 있듯, 핸드폰도 면허증을 따야 쓸 수 있다."며 "핸드폰 사용 설명서와 핸드폰 사용 예의 등 10문제를 맞춰야 정식으로 허락하겠다"는 엉뚱한 제안을 합니다.

 

이 무슨 일입니다. 그런 것도 있나? 한참 웃었습니다. 핸드폰 사용 요령 10가지 문제입니다.

 

1. 이 핸드폰은 어린이 날 선물일까? 아닐까?

"어린이 날 선물이다. 어린이 날 선물 안 주셔도 돼요. 그냥 뽀뽀만 해 주세요."

 

2. 사람들이 많을 때 핸드폰 관리는 어떻게 할까?

"그럴 땐 진동이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거든요."

 

3. 핸드폰을 걸고 받을 때 목소리는 어떻게?

"옆 사람이 피해 받지 않도록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서 소곤소곤 통화한다."

 

4. 학교 수업 중 휴대폰을 켠다, 안 켠다?

"수업 중에는 휴대폰을 꺼요.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휴대폰을 켜요."

 

5. 휴대폰 통화 후 끄는 방법은?

"그냥 끄면 됩니다."

 

- 땡! 휴대폰은 그냥 끄는 게 아니라, 꼭 종료 버튼을 눌러 끈다. 왜 그럴까?

"아~, 종료 버튼을 눌러 꺼야 1초라도 요금을 아낄 수 있어요."

 

6. 핸드폰은 어떨 때 사용할까?

"꼭 필요할 때만 쓴다. 급하지 않은 전화는 참았다가 집 전화를 쓴다."

 

7. 핸드폰을 잊지 않는 방법은?

"손에 들고 다니지 않고 주머니나 가방에 넣고 다닌다. 그렇지 않으면 잊을 수 있다. 이거 맞죠?"

 

8.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요금은 얼마일까?

"월 만이천 원. 이게 넘으면 전화를 걸 수 없고, 받는 전화만 가능해요. 문자는 50개가 공짜. 최대한 문자를 이용해 요금 낭비를 줄여요."

 

9. 휴대폰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때는 언제일까?

"휴대폰 없는 친구들이 꼭 필요할 때를 빼곤 빌려주지 않는다."

 

10. 아빠와 누나가 핸드폰 사주는 걸 왜 동의했을까?

"놀다가 집에 늦게 오는 날이 많아, 어디 있는 줄 몰라 답답해서. 그래서 늦을 때는 먼저 전화해 꼭 양해를 구하라고요."

 

한 문제가 틀렸지만 90점이라, 말로 '핸드폰 사용 면허증'을 수여했습니다. 녀석 친구들의 축하 전화와 메시지가 쇄도합니다. 그걸 보던 아내가 제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을 했습니다.

 

"핸드폰 위치 추적 서비스가 돼 있거든요. 이제 엄마한테 꼼짝 마라야. 그것도 모르고 좋아서 저 난리네."

 

아들에게 핸드폰이 없으니 아들보다 아내가 더 불편했는데 생색까지 내다니…. 참 편한 세상입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SBS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핸드폰, #사용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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