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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지난해 9월 24일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0조 야간집회 금지규정 개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정부는 4월 임시국회를 법 개정의 '마지노선'으로 삼고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MB 정부가 이처럼 서두르는 이유는 오는 6월 30일까지 법 개정을 하지 않으면 야간집회가 전면 허용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둔 MB정부로서는 악몽과도 같은 일이다. 야간집회가 전면 허용될 경우 지난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당시 시위대와의 충돌보다 더 힘든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4월 국회를 집시법 개정 시한으로 잡은 것은 정치 일정과도 무관치 않다. 4월 임시국회가 끝나고 5~6월이 되면 여야는 지방선거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6월 2일 선거가 끝나더라도 승패 여부에 따라 여든 야든 극심한 후폭풍을 맞게 된다.

 

또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5월 3일과 7일 원내대표 선거를 치르고나면 후반기 원구성을 새로 해야 한다. 양당 모두 전당대회를 열어 당지도부도 선출하는 일정도 잡혀 있다. 7월 28일에는 서울 은평을을 비롯, 지방선거로 공석이 된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미니 총선'도 예고된 상태다. 국회를 열어 집시법을 개정할 물리적 시간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8월 휴가철을 지나고 9월 정기국회를 열더라도 2011년 예산안과 국정감사 준비 등으로 국회는 바쁘게 돌아가게 된다. 최악의 경우,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11월까지 집시법은 손도 대지 못한 채 정치 일정에 끌려갈 수 밖에 없다.

 

5월~7월, 지방선거→후반기 원구성→전당대회→국회의원 재보선... 법 개정 '난망'

 

한나라당 소속인 조진형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집시법 개정안의 4월 국회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못 박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가능한 빨리 집시법 개정안을 행안위 전체회의에 상정해 오는 22일께 처리하고 법사위로 넘기는 '속전속결' 전략을 세웠다.

 

MB 정부와 여당의 개정안은 '밤 10시~새벽 6시 야간 옥외집회시위 금지'가 골자다. 정부는 야간집회를 전면 허용할 경우 ▲ 야간집회 시위 빈발 ▲ 폭력집회 변질 가능성 ▲ 민생치안 상대적 소홀 ▲ 국민 휴식권 및 기본권 보장 등의 이유를 들어 '8시간 금지' 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MB 정부를 두렵게 하는 것은 한 차례 경험한 대규모 야간 촛불시위와 국제회의 때마다 벌어지는 시위대와의 충돌이다.

 

지난 2008년 5월~8월 사이 열린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경험은 MB 정부로선 악몽이다. 검찰 통계에 따르면 106일간 계속된 촛불시위에 연인원 93만2600여 명이 참가했다.

 

당시 정부는 경찰관 68만4500여명을 동원해 촛불시위를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 사과하고, 정운천 농수산식품부장관이 경질된 뒤에야 촛불시위는 사그라들었다. 정부는 촛불시위 기간 동안 발생한 폭력시위 중 84%가 오후 10시 이후에 발생했다는 점을 야간집회 금지 근거로 삼고 있다.

 

오는 11월 열릴 G20 서울 정상회의도 MB 정부의 고민거리다. "국격을 한층 높인다"며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지만, 자칫 전세계의 시위대를 서울로 불러 모을 수 있다. 지난 2000년 10월 서울 ASEM 회의(1만 명),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1만2000명), 2009년 4월 런던 G20 정상회의(5000여 명), 2009년 9월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2000여 명) 등 국제회의 때마다 회의장에 대규모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따라서 야간집회가 허용된다면 정부로선 감당하기 힘든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는게 사실이다. 정부·여당이 '4월 중 집시법 개정'을 적극 밀어붙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 '24시~06시 제한적 금지' 주장... "집시법 외 현행법으로도 제어 가능"

 

하지만 민주당은 "집시법 개정안 4월 처리는 어렵다"(이강래 원내대표)며 반대하고 있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또 19명 의원들이 서명한 집시법 개정안(강기정 의원 대표발의)을 따로 제출했다.

 

민주당 안은 야간집회를 전면 허용하되 집시법 제8조에서 제한한 장소(주거지역, 초중등학교, 군사시설)에 한해서만 24시~06시 집회를 금지하자는게 핵심이다.

 

강기정 의원은 "오는 19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집시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면서도 "반드시 4월 내에 처리할 이유는 없다"고 못 박았다. 오는 6월 30일 이후 야간집회가 전면 허용되더라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게 민주당 입장이다.

 

강 의원은 "6월까지 법 개정이 안되더라도 나쁠 것은 없다"며 "야간집회로 인해 소음 등 민원이 발생한다는 정부 주장이 있지만, 현행법으로도 이를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그:#집시법, #야간집회, #개정, #촛불시위, #G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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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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