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돌산도의 남쪽 끝 마을

 

여수시내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돌산도를 가로질러 1시간 10분을 더 들어가면 성두마을이 나온다. 버스종점이자 돌산도의 남쪽 끝 마을이다. 길은 율림치를 넘어 향일암으로 갈 수도 있으나, 버스는 더 이상 가지 않고 고개를 돌린다. 버스에서 내린다. 같이 내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바다가 보이는 밭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마을로 내려간다.

 

시원하다. 마을 앞으로는 바다가 있고 커다란 섬 금오도가 병풍처럼 막아선다. 병풍이 끝나는 곳에는 아득한 바다 수평선이 이어진다. 돌산도의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을사람들은 머리라고 생각하고 성두(域頭)마을이라고 부른다. 바다로 향하는 곳.

 

한적한 도로를 활개치고 가는 기분

 

길을 걷는다. 오늘은 성두마을에서 돌산읍내까지 10여㎞를 걸어볼 생각이다. 버스를 타고 온 길을 다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멋쩍은 기분이 들지만, 바다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길을 걸어보지 않으면 그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없다. 길은 거친 해안선을 따라 산 언저리를 구불구불하게 이어간다.

 

길가로 노란 배추꽃이 바다와 어울린다. 해안가에 저절로 피어난 개복숭아꽃도 요염한 자태로 바다를 희롱한다. 도로 가드레일 너머로 야생보리가 가시를 잔뜩 세우고 있고, 거문딸기는 하얀 꽃을 활짝 핀 채 무리지어 피어 있다. 작은 꽃이라도 바다를 배경으로 피어나니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길은 바닷가를 따라 자연스럽게 구불거린다. 모퉁이를 돌아서면 다시 구불거리는 길로 이어지고, 그러기를 몇 차례 한다. 산모퉁이를 돌아서는 길은 바다로 향하듯 시원스런 경치를 보여주고, 산을 안고 가는 길은 파도가 찰랑거리는 해안의 싱그러움을 보여준다.

 

도로는 차가 뜸하다. 노란선이 가운데로 지나가는 아스팔트 도로위로 양팔을 벌리고 간다. 한적한 도로를 걸어가는 기분. 이 기분에 자꾸만 도로를 걷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바닷가 마을을 지나고

 

길은 거친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더니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마을 앞 선착장 방파제 끝에는 빨간 등대가 아름답게 서있다. 작금마을이다. 아스팔트 도로를 벗어나 마을로 들어선다. 낚시가게가 길을 따라 있다. 슈퍼도 있다. 마을은 조용하기만 하다. 갈매기들만 끽끽 울어대며 하늘을 배회한다.

 

길은 다시 구불거리는 포장도로를 걷는다. 도로변으로 바다가 내려다보는 곳에는 아름다운 찻집도 있다. 차 한 잔 마시고 가면 좋겠다. 길은 구불거리며 오르내리더니 다시 마을과 만난다. 신기마을이다. 바닷가 넓은 평지에 자리한 쾌 큰 마을이다. 선착장에는 금오도 가는 여객선이 다닌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바닷가로 반듯하게 난 길을 따라 걷는다. 마을이 끝나는 바닷가 언덕에 정자가 있다. 경치구경하며 쉬어가기 좋다. 바다는 다리공사가 한창이다. 돌산도와 월호도를 잇는 다리가 건설 중이다. 섬사람들에게는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항상 뭍으로 나갈 수 있는 다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봄기운을 느끼는 길을 따라

 

마을이 끝나는 곳에서 밭 사이로 난 시멘트 포장길로 올라선다. 밭에는 마늘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조그만 밭들 사이로 길이 구불거리며 올라간다. 자연스럽고 꾸미지 않은 길이다.

 

길에서 뱀을 만난다. 꽃뱀이다. 이른 봄에 아직 옷을 갈아입지 않았다. 꽃뱀도 계절 따라 옷을 갈아입는가 보다. 길가 밭두렁에 돌나물이 싱싱하다.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돌나물의 풋풋한 맛이 입가에 맴돈다. 달래도 보인다. 달래도 몇 뿌리 캔다. 새콤한 초장에 묻혀 봄기운을 느낄 수 있겠다.

 

길은 바다를 따라 구불거리며 이어진다. 작은 마을을 지나고 다시 밭 사이로 난 길을 걷는다. 정감이 넘치는 길을 따라 가면 돌산중학교가 나온다. 돌산향교를 지나고 초등학교를 지난다. 벚꽃이 활짝 핀 운동장에는 애들이 축구에 열심이다. 천진난만하게 하루를 즐기는 모습이 부럽다.

 

가는 길에서 벗어나지만 은적암을 안 들를 수 없다.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은적암으로 오른다. 은적암은 입구에 굽은 소나무가 인상적이다. 절집은 푸른 상록수림에 숨어 있다. 그래서 은적암인가? 동백은 한두 송이 남았다. 계곡을 건너는 돌계단 길을 따라 절집으로 올라선다. 커다란 후박나무 두 그루가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다.

 

절집은 마당도 없이 올망졸망하다. 그래도 유래가 있는 절집이다. 옛날 보조국사가 남면 금오도에 송광사를 창건하였고, 이후 순천 선암사를 오가면서 중간 휴식처로 1195년(고려 명종 25년)에 은적암을 세웠다고 한다.

 

돌산도의 중심이었던 돌산항

 

푸른 숲속에 숨어있는 절집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다시 돌아 나온다. 큰 도로에서 벗어나 걸어가다 보면 크게 돌아내려가는 길 아래로 돌산항이 보인다. 항구에는 수협건물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수산물 경매장은 조용하다. 아침 일찍 웅성거리며 북적거리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 듯하다.

 

돌산읍은 예전에 수군이 주둔하던 방답첨사진(防踏僉使鎭)이 있던 자리다. 한때 돌산군으로서 돌산도의 중심이었던 곳이다. 아직까지 굴방이던 선소가 남아 있으며, 방답진성의 일부가 있다. 거리는 오래된 도시를 걸어가는 기분이다. 옷가게는 '추리닝'을 줄줄이 걸어 놓고, 선술집이 골목골목 자리 잡고 있다.

 

마을을 걸어 나와 버스를 기다린다. 11㎞ 정도의 거리를 4시간 걸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느라 여유 있게 걸어선지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든다. 그래도 시원한 바다풍경을 눈에 가득 담았고 봄기운을 가득 머금고 돌아간다.

덧붙이는 글 | 돌산도 끝인 성두마을 가는 시내버스는 109번 114번, 116번 3대가 수시로 다니며, 돌산항이 있는 군내까지는 106번이 다닌다.

해안가 따라 걷는 길은 신기마을까지는 아스팔트 도로를 걷는데 차량은 가끔 지나간다. 신기마을부터는 밭 사이로 난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간다. 걷다가 힘들면 언제든지 오는 버스를 타고 돌아갈 수 있다.


태그:#성두마을, #돌산, #은적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