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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4일 뒷산 산책길에서 갑자기 내린 눈을 맞으며 산길을 걷다가 잠시 눈을 피해 들어선 한 묘지에서 제비꽃이 수줍게 피어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내리는 눈을 맞으면서 정말이지 수줍은 새색시 마냥 피어있는 그 모습이 너무 애틋합니다.

 

그래서 한참을 무덤 주위에 머물며 녀석들의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신기한 기분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춘삼월도 아닌 사월에 내린 눈도 신기하지만, 그 눈을 맞으면서 무덤가에서 수줍게 핀 제비꽃은 더욱 애틋하고 신비한 느낌을 전해 주더군요.

 

순간 이건 한편의 그림이란 생각이 스쳤고, 우연히 가지고 간 카메라에 그 순간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제비꽃은 이렇게 무덤가에 많이 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제가 봄에 제비꽃을 본 곳도 거의 무덤가였으니 말입니다.

 

무덤가의 제비꽃과 '오랑캐꽃' 이야기

 

왜 그럴까요? 그래서 혼자 곰곰 생각해봤습니다. 제비꽃은 다른 말로 '오랑캐꽃'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 이유가 이 제비꽃이 한창 피어나는 4월은 예전엔 지독한 춘궁기였습니다. 일명 보릿고개라고도 하는 이 배고픈 시절이 오면 어김없이 오랑캐들이 쳐들어와서 그나마 남아있던 식량마저 약탈해 갔고, 그래서 이맘때 꼭 피는 꽃이라고 해서 '오랑캐꽃'이란 이름이 붙었다지요. 이것이 저 어여쁜 꽃에 이런 흉측한 이름이 붙은 이유입니다.

 

그러니 크게 환영 받았던 꽃은 아니었던 게지요? 그래서일까요? 산 사람들이 그들을 반겨주지 않으니, 이렇게 죽은 사람들 곁에서 피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지요. 일리가 있나요?

 

그런데 제비꽃은 빛깔도 보랏빛을 띄고 있기에 더욱 묘소와 잘 어울린다 싶기도 합니다. 왜, 보라빛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잖아요. 암튼 꽃과 묘지, 어떻게 보면 전혀 궁합이 맞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이 이렇게 잘 어울려 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그런데 거기에 눈까지 더해지니 더욱 신기합니다. 그런 '낯선' 모습을 보고 있으니, 또 더 깊은 무엇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눈 속의 오랑캐꽃을 보면서 또 사색에 잠겨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대자연의 반격이 두렵다

 

4월에 눈이 내린 이런 광경도 기상이변의 한 종류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며칠 전부터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어제 오후부터 이곳 대구는 갑자기 날이 어두컴컴해졌고 급기야 눈까지 내린 것이지요. 비록 진눈깨비였지만, 꽃도 이미 다 핀 춘삼월도 아닌 사월에 눈이 내리다니, 이런 경험은 제 평생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장면을 볼 때면 저는 늘 인간의 탐욕에 의한 지구별의 생존 한계에서 오는 이상기후의 징후가 아닌가 싶어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어젠 중국 서부지방에서 또 강진이 발생해서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정말이지 대자연의 반격인가 싶어 불안해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더 슬픈 것은 이런 '대자연의 반격'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환경 문제를 유발시키는 장본인들이 아니라 가난한 서민들이란 사실입니다. 이번 지진에서도 또 가난한 서민들이 많이 피해를 봤다고 하지요. 정말 아이러니한 현실이고, 슬픈 현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쩌면 이 땅에서도 이런 대자연의 역습이 있을지도 모르겠단 불안감이 큰 것이지요. 잘 아시다시피 지금 '삽질 각하'의 주도하에 '한반도의 생태적 재앙'이라고 일컬어지는 '4대강 죽이기 사업'이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땅에서도 곧 대자연의 역습이 일어날 것만 같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생존 한계에 부딪힌 대자연의 반격말입니다. 그들도 살아야 할 것이기에 말입니다. 사실 한반도의 젖줄이라 일컬어지는 '4대강'의 전 구간에 걸쳐 지금 도륙을 벌이고 있는 것이 '4대강 사업'이잖아요.

 

한반도의 젖줄인 '4대강'을 지키는 것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일

 

한반도 지도를 놓고 가만히 한번 보십시오. 한반도를 흐르는 강의 모습은 마치 육체의 핏줄과도 꼭 같습니다. 그러면 4대강은 무엇을 말하는가요? 바로 인체의 대동맥과 같습니다. 그 막히지도 않고 잘 흐르는 대동맥을 막혔다, 죽었다고 규정하고는 마구 그 안을 헤집고 있는 것이 지금 그들이 벌이는 짓거리입니다. 진짜로 정체된 모세혈관과도 같은 지천들은 그냥 두고, 한반도의 명줄이 달린 대동맥을 건드리고 있는 것이 이 '4대강 사업'입니다

 

이런 지경이니 어찌 대자연이 가만히 있을 것인가 말입니다. 그들도 살기 위해선 무슨 대책을 마련할 것이고 그러면 지금 저 아이티에서, 칠레에서, 중국에서 일어난 일과 같은 일이 이 땅에서도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재난 사태를 당하면 꼭 농민들이나 가난한 서민들이 피해를 당한다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따라서 '4대강 죽이기 사업'을 막아내는 것은 사회정의을 지키는 일이기도 한 것이지요. 그러니 이것이 당장 이 '미친 삽질'을 중단시켜야 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눈이 내린 사월, 무덤가에 수줍게 핀 제비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들이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것처럼, 저 4대강도 지금 바들바들 떨고 있는 듯해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하루 속히 저 탐욕의 '4대강 죽이기 사업'이 중단될 수 있기를, 저 어여쁜 '오랑캐꽃'을 보면서 빌고 또 빌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블로그 앞산꼭지(http://apsan.tistory.com)'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제비꽃, #눈 속의 제비꽃, #4대강사업, #오랑캐꽃,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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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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