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천안함 침몰 20여일 동안 '인양중단', '인양재개'라는 두 단어 사이를 오가던 언론의 보도프레임은 조문정국과 북한개입 '가능성', '대응 수준' 단계로 건너뛰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진실에 목말라 하는 한편으로 젊은 날을 바다에 바친 장병들을 애도하고 있다. 더불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사고 경위 때문에 정서적 공황 상태를 맞고 있다.

 

분단 상황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국민들로서는 이미 저마다 가슴 속에 진실을 아로새긴 채 3시간 만에 인양된 천안함이 왜 20일 넘도록 물 속에 잠겨 있었는지에 대해 실종자 유가족 만큼이나 답답하다. 연일 계속되는 공식발표마다 속 시원한 대답 한번 내놓지 못하면서도 "초동 대응은 잘됐다"고 장담한 정부가 이번에는 국민담화 형식을 빌린 발표에서 "미흡했던 초동조치를 인정하며 군 기강을 재정비하는 등 군이 거듭나는 기회로 삼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민들이 할말을 잃은 것은 바로 이런 대목이다. 대형사건마다 늘 반복되는 홍보프레임을 우리 국민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거기에 북한의 공격 때문이냐 아니냐 라는 문제 또한 보다 전문적인 원인규명 결과를 기다리면 될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민심의 눈높이를 너무 낮게 인식하고 고질적 권위주의를 내세우며, 모든 사건을 덮고 끌고 가는 식의 안보문제 접근 방식이다. 어느 국민이 국가 비밀을 공개하라고 하겠는가. 퍼주기가 어뢰로 왔다는 한 국회의원의 말처럼, 진정성 없는 정치성으로 이 거대한 국민 담론에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 16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는 현 시점에서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매우 명료하고 진지한 진단과 처방을 내놓았다. 이 방송은 1, 2부로 나누어 천안함 침몰을 비중있게 진단했는데, 1부에서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가 "좌 전방 쪽에서 어뢰가 우측 후방 쪽으로 진행하면서 폭발했다"면서 "이는 어뢰가 중국방향에서 쐈다는 증거이며 반대쪽은 절벽임으로 잠수함이 갈 수 없어 어뢰를 쏠 수가 없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 대담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과 이뤄졌다. 정 의원은 "북한이 관련되었을 것이라는 의심은 상당히 깊이 들지만 그 물증을 확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정부와 똑 같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면서도 북한을 의심하는 이유로 "원래부터 긴장이 높았던 지역이고요. NLL을 무력화하려는 북한의 기도와 도발이 올 초부터 시작됐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천안함 사건 후 북한의 반응이 "83년에 아웅산 사건과 87년 KAL기 사건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지적하고 "상식적으로 그 바다에서 우리 해군을 향해서 바다 밑에서 몰래 어뢰를 쏠 수 있는 주체가 누가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한 대응수준에 대해서는 "이런 도발을 또 했을 때 어떤 값을 치러야 하는지, 대한민국 군사력이라든가 국방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부담을 안아야 하는 지에 대해 제대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 방법은 군사적 타격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2부에서는 천안함 침몰 원인과 함께 이 사건 발생 배경 전반에 대해 청와대, 정부, 야당의 스탠스와 정치적 함의가 없는지, 향후 남북관계 전망과 대안에 대해 다뤄졌다. 1부에서 제기된 문제를 보다 심층적이고 다각적으로 접근했다. 대담은 청와대 국정상활실장을 지낸 세계와 동북아평화포럼 장성민 대표였다.

 

장 대표는 천암한 침몰 직후부터 이를 북한 어뢰로 분석하고 '제4차 서해대전'이라고 규정해왔던 인물. 그 원인으로 제3차 서해교전 때 북한군이 우리해군에게 당했던 것에 대한 기습적인 보복행위, 한미간에 합동 군사훈련 실시에 대한 김정일 위원장의 대반격, 서해북방한계선의 무력화 시도 차원에서 이뤄진 북한의 일관된 정책의 일환, 점진적으로 남북교류중단으로 가고 있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북한의 시도차원으로 분석했다.

 

그는 "합참의장 49분 행방불명 사태는 최소한 49분 동안은 대한민국의 안보위기경보기능이 작동되지 않고 마비되어 있었고 잠들어 있었던 시간으로 봐야한다"며 "어쩌면 천안함 침몰 사태보다도 더 큰 국가 비상사태다, 그 시간에 어디서 무엇을 하게 있었는지 이 부분도 철저히 규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시간은 북한 전투기가 서울에 날아와 완벽하게 초토화 시키는 임무를 마치고 북쪽으로 귀한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라며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북한 미사일은 1분 내에 서울을 공격할 수 있다, 미사일 비행시간이 짧아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방부장관과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대통령이 한밤중에 긴급 안보관계 장관 회의를 소집할 때까지도 왜 대통령이 긴급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도 모르고 청와대를 향했다는 것 또한 또 하나의 안보위기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과 정무적 판단의 개입여부 가능성에 대해 장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만에 하나 이번 상황이 정치적으로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청와대 나름의 국정운영상 불기피한 사정을 고려한 차원에서 그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그것은 북한의 준잠수함의 어뢰공격을 받아서 침몰한 것으로 원인이 밝혀진다면 틀림없이 보수 강경세력들은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 왜 북한에 군사적 보복을 즉각 단행하지 않느냐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나올 가능성이 있고, 또한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조금 엉뚱하게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번지수를 잘 못 잡고 헛발질만 하고 있습니다만 이번 사건을 가지고 이명박 정부가 또 다시 북풍을 조장해서 6.2일 지방선거에 활용하려고 한다는 정치적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기 때문에 청와대는 이런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국민 상식상 너무 명백한 사태 원인을 규명하는데 계속 시간끌기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대목은 천안함 침몰 후 20일 동안 각종 언론보도에서 정면으로 다루어지 않았던 상당히 예민한 대목이다. 보수, 진보, 야당 등 어느 진영이든 속앓이를 하는 대목이고 특히 이러한 삼각관계서 청와대가 선택할 카드가 마땅치 않아 '시간끌기'를 택할 수밖에 없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장성민 대표는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 출신인 장 대표는 야당의 천안함 스탠스에 대해서도 "봄날 장터의 각설이 타령"이라거나 "막연한 억측과 추측으로 말하는 현 정세균 대표체제하의 민주당은 구석기시대의 부족정치수준", "지금 죽이 끓는지 장이 끓는지 인식을 못하고 있다, 뜨거운 팥죽을 먹고 싶은 고양이가 팥죽 단지 주면만 맴맴 돌고 있는 모습"이라고 매섭게 몰아쳤다.

 

끝으로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핵안보 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을 남한으로 초청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라고 묻자,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데, 국민 생각에 역주행 발상, 포용이 아니라 굴욕"이라고 말했다.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면 개편"을 주문하고 "햇볕정책을 무조건 정략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정치적 감정에 따라서 나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좋은 점이 있다면 이를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매우 필요하다고 판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아무튼 어느 때보다도 천안함 사건은 당파성을 따른 이념적 잣대보다는 보다 진정성 있는 접근으로 원인규명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 더 발전적인 남북관계를 모색하는 길만이 희생 장병과 실의에 빠진 민심을 진정시키는 일에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 박상건 기자는 샘이깊은물 편집부장, 한국기자협회 자정운동추진 특별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이다.


#천안함#해군#백령도#북한#어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인, 언론학박사, 한국기자협회 자정운동특별추진위원장, <샘이깊은물> 편집부장,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학회장, 국립등대박물관 운영위원을 지냈다. (사)섬문화연구소장, 동국대 겸임교수. 저서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여행> <바다, 섬을 품다> <포구의 아침>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예비언론인을 위한 미디어글쓰기> 등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