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도 타들어가는데 상민이 엄마 아빠 가슴은 말해 뭐 합니까. 이미 다 타서 사막이 됐다고 합니다. 무슨 말을 해도 위로가 안 되겠지요."고 이상민 병장(89년생)의 친척이라고 밝힌 이아무개씨는 대구에 산다. 이씨는 17일 오전 대구에서 첫차를 타고 11시께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 도착했다. 이씨는 "조카의 죽음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며 "다 키운 자식이 갑자기 물에 빠져 죽었으니 부모 마음이 어떻겠냐"고 혀를 찾다.
이씨는 "그동안 모든 일가친척이 비상에 걸려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못했다"며 "가능성이 희박해도 기적을 믿었는데, 모든 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2함대 사령부가 제공한 버스에 올라 부대 안으로 들어갔다.
이씨처럼 주말을 맞아 해군 2함대 사령부를 찾는 천안함 희생자 친척들과 지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가족들을 위로하고 희생자들을 조문하기 위해서다. 희생자 지인들은 2함대 사령부 정문에서 신원 확인을 거친 뒤 부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군은 "평일 150~200명 정도 방문했는데, 오늘은 몇 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국 천안함 실종자가족협의회 대표는 "주말을 맞아 내일까지 약 10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찾아올 것 같다"며 "친인척과 지인들의 방문이 많이 지친 가족들에게 큰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찾아온 장아무개씨는 "뉴스로만 지켜보다가 시간을 내 찾아왔는데, 실제로 보니 희생자 가족들이 너무나 많이 힘들어 한다"며 "특히 시신조차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은 더욱 크게 낙담해하고 있어 곁에서 지켜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전했다.
한편 16일 저녁 백령도를 떠난 천안함 함미는 이날 오후 8시께 평택 해군 2함대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해군에 따르면 3000톤급 바지선 '현대프린스'호에 실린 함미는 예인선 두 척에 이끌려 시속 약 10km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군·민 합동조사단은 함미가 도착하면 곧바로 사고 원인에 대한 정밀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함미는 평택에 도착해서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시신을 찾지 못한 8명의 실종자 가족들과 유가족들은 직접 함미에 들어가 내부를 살펴볼 예정이다.
또 희생자 가족들과 군은 주말 동안 장례 절차 등에 대해서 의견을 조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