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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중가요-서울을 노래하다>는 서울이 주제인 대중가요 1141곡과 그 관련 자료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다. 서울을 노래한 곡들이 주제이지만, 우리의 대중가요를 가닥지어 정리해 볼 수 있는 전시이기도 하다.

서울을 주제로 한 최초의 곡은 무엇이며, 어떤 곡들이 있을까? 우리 대중가요는 어떤 시대들을 거쳐 어떤 변화를 했으며 오늘을 노래할까? 서울을 통해 우리들이 지난날 위로받고 꿈꾸었던 희망들은? 이런 것들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정리, 전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대중가요-서울을 노래하다>-청계천 문화관 ~2010.5.23
 <서울 대중가요-서울을 노래하다>-청계천 문화관 ~2010.5.23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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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중가요-서울을 노래하다> 전시관 일부
 <서울 대중가요-서울을 노래하다> 전시관 일부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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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람의 희로애락을 가감 없이 표출한 대중가요는 당대의 유행가이면서 서민들의 심금을 울린 시이자 산문으로 사회사적으로나 문화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일제강점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울을 노래한 대중가요를 정리하여 개최하는 이번 전시는 본격적으로 대중가요를 주제로 한 최초의 전시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당대 히트곡 뿐 아니라, 시적 여운이 철철 넘치는 문학적으로도 아름다운 가사와 훌륭한 작곡솜씨가 어우러진 음악성 높은 노래와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한 역사성을 가진 소중한 노래들도 함께 소개한다. -<서울 대중가요-서울을 노래하다> 설명 중에서

이제까지 알려진 '서울' 관련 첫 곡은 <경부철도가>, 창가 형식으로 1908년에 발표됐다. 1929년에 발표된 랑소희의 <서울마치>도 이른 시기에 서울을 주제로 했다는 것으로 기념비적인 곡. 광복 이전에 나온, 서울을 노래한 곡들은 대체적으로 종로와 한강을 배경으로 한 것이 많단다.

그러다가 광복이후 서울가요들은 명동이나 소공동, 광화문 등으로 좀 더 다양해진다. 1950년대, 음악 감상실과 극장쇼 무대가 등장하면서 좀 더 다양해진다. 대표적인 곡에는 해방의 감격을 표현한 현인의 <럭키서울>, 장세정의 <울어라 은방울> 등이 있다.

<서울의 집웅밑>음반과 악보
 <서울의 집웅밑>음반과 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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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의 미아리 고개>음반과 악보
 <단장의 미아리 고개>음반과 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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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도 순애보'란 부제가 붙은 '서울의 집웅밑'이란 LP음반이 재밌다. <단장의 미아리 고개> 음반 재킷 사진은 너무 사실적이어서 충격이었다. 이제까지 만난 음반재킷 중 가장 리얼한 것 같다.

단성사, 대한극장, 아세아극장 등 극장 쇼의 전성시대로 명동 인근은 젊은이들의 중심지로 록과 포크 가수들의 근거지가 되었다. 당시 유명한 음악다방으로 '쎄시봉', '오비스케빈', '포시즌스', '미도파싸롱' 등이 있었고 , 여러 호텔에 나이트클럽 무대와 고고장이 생겨났다. 또한 TV 방송들이 생겨나고 본격적인 LP 시대가 개막되어 지구, 오아시스, 유니버살, 신세기, 미미, 아세아, 럭키, 오리엔탈레코드사가 생겼으며 미8군 클럽이 활성화되면서 한명숙, 현미, 최희준, 패티김, 이금희, 위키리 등의 가수들이 인기를 끌었다.
-전시설명 중에서

극장이나 다방 등의 문화공간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하는 1960년대 전시공간에서 제일 눈에 띈 것은 이미자의 <서울이여 안녕>(1968년) 음반 재킷이었다.

유행가가 무엇인지 모르던 내 어린 시절, 라디오를 틀었다하면 이미자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또, 어른들 몇이 모였다 하면 "그랬다네" "그랬다더라" 등 이미자를 두고 참 많은 이야기들을 했다. 이런 주인공을 처음 만난 것은 아마도 10살 때 쯤? 눈깔사탕만한 동그라미 속 흑백사진의 이미자는 뽀글뽀글 파마를 한 아줌마? 너무도 평범한 사람이라 실망했지 싶다.

1968년에 발표한 이미자 <서울이여 안녕>
 1968년에 발표한 이미자 <서울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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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에 발표한 고 이주일의 서울 참새 시골참새
 1982년에 발표한 고 이주일의 서울 참새 시골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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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기 전까지 그때 그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되고 있었다. 이래서 사람의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하나보다. 이후 이미자를 TV 등을 통해 수도 없이 봤지만 그때 그 첫 만남은 절대 잊혀지지 않아 결혼 전의 이미자는 그런 촌스런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던 터였다. 때문에 놀라움이 컸다. 아마도 이 재킷은 오래 기억되리라.

록과 포크, 고고, 디스코가 유행했고 음악다방이 전성기를 이룬 1970년대 전시코너에서 눈길을 끈 것은 혜은이와 조용필의 '뽀샤시'한 LP음반 재킷사진이다. 어린 우리들 사이에서도 워낙 인기 있던 가수들이고 낯익은 모습이라 더욱 반가웠나 보다.

1970년대 설명에 '청량리가 새로운 지역으로 등장했지만 여전히 명동이 주류였으며 명동 YMCA의 '청개구리 홀', 여성회관의 '해바라기'가 청소년들 사이에 유명했다'고 되어 있는데 시골태생인 내겐 전혀 실감나지 않는다. 하지만 유행가가 뭔지도 모르던 그때, 친구들과 라디오 주변을 둘러싸고 유행가를 따라 부르던 그리운 한때가 모락모락 떠올랐다.

통행금지가 해제되고 민주항쟁의 열기가 서울을 뒤흔든 1980년대에는 어떤 가수들이 어떤 서울을 어떻게 노래했을까? 그리고 1990년대 서울을 노래한 곡들은?

1982년에 발표한 이주일의 <서울참새 시골참새>는 새로운 즐거움이다. 재미있는 제목으로 기억되고 있던 음반이기 때문이다. <신사동 그 사람>, <밤 깊은 서초동> 등과 같은 강남과 관련된 음반들, <59년 왕십리>, <내 고향 삼선교>처럼 강북과 관련된 음반들 등, 1980년과 1990년대 전시물 중에는 낯익은 음반들이 많았다.

한때 유행했던 음악다방
 한때 유행했던 음악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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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공간을 바라보고 입장했을 때 왼쪽에는 시대별 전시를, 오른쪽에는 지난날 어느 집에나 한 두 권은 반드시 있었을 노래책 등이 전시되고 있다. 그리고 한쪽에는 1960년대에 생겨나 1970년대에 성행하였으며 1980년대 전성기였던 음악다방을 재현, 옛 추억에도 젖고 듣고 싶은 노래를 들을 수 있게 했다.

1970~80년대에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고 시골태생인지라 음악다방에 대한 추억은 그다지 없다. 80년대 후반에 서울 변두리에서 음악다방을 잠깐 만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돈을 넣고 띠별 운세를 보기도 했던 재떨이, 음악 신청 용지, 1970년대와 1980년대 교실에도 있었던 물 컵 등 낯익은 것들이 눈길을 끈다.

<서울 대중가요-서울을 노래하다>는 주제는 '서울 노래'로 한정되어 있지만, 우리가요계를 이끌었던 가수들이 서울을 노래로 했으며, 우리나라 문화 중심지인 서울인 만큼 우리나라 대중가요 전반 그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 같다. 특히 서울을 주제로 한 노래들을 처음으로 한곳에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 같다.

30년대 스켓치 종로의 밤 가사집
 30년대 스켓치 종로의 밤 가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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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대한으로 도라 온 계수남 그랜드쑈 노래하는 자서전(1958)"이라 써있는 신문 광고
 "자유대한으로 도라 온 계수남 그랜드쑈 노래하는 자서전(1958)"이라 써있는 신문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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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오랫동안 서서 그 설명들을 빠짐없이 읽었던 것들은 1970년대 이전 전시물들이다. '자유대한으로 도라 온 계수남 그랜드쑈 노래하는 자서전(1958)' 등 한시대의 사건을 알 수 있는 자료들과 '30년대 스켓치 종로의 밤 가사집(1938)'처럼 처음 보는 자료 몇 점이 전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가극단 국도극장 전면광고(1955), 쑈의 왕자 프린스 대공연 전단지, 이미자의 최고 인기상 수상 장면, 남진 귀국쇼 장면 등이 눈길을 끈다. 기름종이에 한자로 쓴 '조선가사'와 '최신류행노래' 노래집은 어렸을 때 본 친정아버지의 노래책을 떠올리게 했다. 그때 왜 그것의 소중함을 몰랐을까? 라디오에서 전혀 듣지 못한 노래들이 정말 많이 적혀있었는데.

이 외에도 시대별 가사집 혹은 노래책들, 가요 관련 각종 트로피들, '반야월에게 듣는다'와 서울 노래 영상 등 볼 만한 것들이 많아 전시장에 머무는 오후 내내 꽤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쉽다면 전시회 장소가 너무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전시는 청계천 문화관 1층에서 열린다.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청계천 복개를 두고 발전적이지 못하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그래서 그런지 참 알찬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아 한편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전 추억속의 음반들을 만날 수 있고 청소년기 열광했던 노래들과 그 노래들을 부른 가수들의 젊은 날의 모습, 노래와 관련된 많은 자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이처럼 지극히 대중적인 전시는 발길이 좀 더 쉬운 공간에 마련,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전시는 5월 23일까지, 장소는 청계천 문화관 1층이다.

덧붙이는 글 | ※ 4월 15일에 다녀왔습니다.



태그:#서울 대중가요-서울을 노래하다, #청계천 문화관, #대중가요, #이미자, #이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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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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