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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에포 단편영화 전문 온라인 영화관
유에포단편영화 전문 온라인 영화관 ⓒ 유에포

영화 사이트에서 다른 영화 사이트 대표를 인터뷰하는 것은 상당히 황당한 시추에이션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다른 영화 사이트 대표를 인터뷰하게 된 것은 충분히 소개할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들은 개봉할 수 있는 극장을 제대로 구하지 못해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 들어 이런 현상은 더욱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업적인 가치가 현격히 떨어지는 단편영화들이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통로는 더 좁은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단편영화들은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도 만약 관람료를 지불하고 보라면 비용이 상당히 아까운 경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 상업영화나 저예산 영화 혹은 독립영화들과 달리 그 상영시간이 너무나 짧고 영화 완성도 역시 기대 이하인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단편영화 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영화가 산업이 아닌 문화적인 시선으로 접근을 하면, 하위문화 자체가 튼튼하게 형성되어 있어야 앞으로 상위 문화가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이런 단편영화들을 정말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이 볼 수 있는 기회 정도는 제공되어야 한단 의미입니다.

 

그런 면에서 온라인단편영화상영관 유에포(http://www.youefo.com/)는 존재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한번쯤 알아둘 가치가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곳에 올라와 있는 작품들이 좋은 영화들이라 이야기하진 못하겠습니다. 대부분 대학생들 혹은 대학졸업생들 위주의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에포에 있는 단편영화 감독들 중에서 시간이 지난 후 정말 뛰어난 감독으로 한국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다면, 먼저 그 감독 영화를 봤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감정을 느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영화 즐기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보석을 자신이 먼저 알아봤다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의 초기작 및 배우 김동욱(<국가대표>, <반가운 살인자>)의 출연작 등 1000여 편 작품이 회원가입 절차 없이 무료상영 중이기도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유에포는 영화를 본 후 영화가 마음에 들 경우 관람료를 지불하는 후불제란 독특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보고 영화가 마음에 들었을 때 적당한 관람료를 후불로 지불한다는 점에서 분명 특색 있습니다.

 

그래서 유에포 대표 박병운씨를 서면으로 인터뷰하여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목적과 현재 어려움은 무엇인지 알아보았습니다. 회신은 지난 2일 받았습니다.

 

- 박병운 대표님 안녕하세요. 온라인단편영화상영관 유에포를 운영 중에 계신데요. 처음 어떤 의도로 이런 사이트를 기획하고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학교 다닐 때 영화동아리에서 활동했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크고 작은 영화제에 참석하게 되었고 흔히 볼 수 없는 영화를 많이 접할 기회를 가졌는데요. 그런데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다 보니 영화제를 찾아 다닐 만한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영화를 상영하는 사이트가 있다면 어떨까 생각을 했지요.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롭게 작품을 볼 수 있잖아요. 언젠가는 그런 서비스를 해도 재미있겠단 생각만 가지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유에포의 시작은 저를 위한 사이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 사이트를 보면 좀 독특한 지불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데, 관람한 영화 중에 마음에 드는 작품에 한하여 사이트를 방문한 유저들이 후불로 결제를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는데요. 이런 후불 결제를 사이트에서 채택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두 가지 목적이 있었습니다. 후불제 관람료와 관련된 보도 자료를 작성해서 유에포 서비스를 언론에 노출 시키려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었고요, 두 번째는 감독님들께 유에포에서 영화 상영을 요청할 때 유에포의 진정성을 좀 더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목적은 달성하였는데, 영화 관련 미디어에는 노출되지 못했고, IT관련 미디어에 노출되어서 방문자 유입에 큰 소득은 없었네요(^^)."

 

- 위에 질문에 연계되는 질문입니다. 후불결제가 실제 많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시작하면서도 후불제 관람료 결제가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전혀 결제하는 관객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 많은 분들이 단편영화나 대학생 영화들은 돈 주고 보기에 아깝단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단편영화들 그리고 대학생들이 만든 영화들 위주로 상영하다보면 관객들에게 어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에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이야기 하신 것처럼 현재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처음 시작할 때부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안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는 것이고요. 단편영화라는 장르에서 분명히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는 많이 있다고 봅니다. 그 요소를 찾아내고 효과적으로 서비스 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한국에서 영화가 문화로 뿌리를 내렸는지 저한테 질문하면 전 아니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영화가 문화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국가의 경우 아무리 불법 복제가 난무해도 DVD와 블루레이디스크 판매량이 꾸준합니다. 이런 생각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과연 한국에서 온라인영화상영관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인지 예전부터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현재 직접 유에포를 운영하면서 한국 영화 시장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이야기해주실 수 있습니까?

"제가 한국영화 상황을 논할 정도의 위치는 아닌 것 같고요. 단, 이것 하나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에 발맞추어서 그 기술을 잘 활용한 영화시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 방향을 되돌릴 수는 없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영화산업에서 디지털과 온라인은 선택이 아니라 이미 필수인 상황이 되어버렸고, 그러면 어떻게 그 기술을 영화시장에 잘 녹아들게 하느냐가 관건이겠지요. 이야기 하고 보니 원론적인 이야기가 되었네요. 음악시장이 온라인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변했는지 국내외 사례를 잘 살펴본다면, 영화도 온라인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해답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아무래도 온라인단편영화상영관이다보니 대학졸업생이나 대학생들 작품이 많은 것 같습니다. 혹시 유에포에 영화를 올렸던 학생들 중에 지금 장편영화를 준비하고 있거나 감독으로 데뷔한 학생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영상원 졸업생들 말고는 제가 아는 한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이트 운영하시면서 무엇인가 목표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유에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목표가 무엇인지 이야기 해주십시오.

"처음 유에포 서비스를 시작할 때 목표는 '소통(Communicatio)'이었습니다. 단편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은 실컷 볼 수 있게 하고 또 단편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자신의 작품을 자유롭게 상영할 수 있는 '장(Platform)'을 온라인에서 만들자는 것이었죠. 그래서 '단편영화 소통(疏通)의 장(場), 유에포 yoUeFO'라고 홍보했습니다. 현재는 소통을 위한 멍석은 깔았다고 생각하고요, 앞으로는 더 효과적인 소통이 일어날 수 있도록, 그리고 방문자들이 좀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니즈를 잘 파악해서 발전시켜 나아가야겠지요. 요즘은 오프라인 상영에도 조금 욕심을 부리고 있답니다."

 

- '유에포' 같은 사이트를 기획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영화관객이 아무리 많이 들어도 저예산영화 혹은 독립영화 같은 경우 영화완성도와 상관없이 관객들에게 외면 받거나 극장으로부터 외면 받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상당히 독특한 온라인단평영화상영관 사이트를 운영 중인데요. 사이트 오픈 후 가장 마음이 뿌듯했던 적은 언제이며, 가장 실망했던 적은 언제인지 이야기해주실 수 있습니까?

"가끔 유에포 서비스를 알아봐주고 좋아하는 분들을 만나면 가장 뿌듯하답니다. 아마도 그것이 지금까지 유에포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실망했던 적은…. 글쎄요. 유에포에서 더 이상 영화 상영을 원하지 않는 분들이 가끔 계시는데 그럴 때가 아닐까 싶네요.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말이죠."

 

- 마지막 질문으로 유에포 이런 점이 다른 온라인영화상영관 보다 뛰어나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한 가지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쾌적한 작품 상영이 아닐까 싶네요. 무료로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어느 동영상 서비스 보다 버퍼링 시간도 짧고요. 전체화면으로 보아도 깨지지 않는 화질이죠. 최고의 화질을 위해서 동영상 변환은 유에포에서 직접 하고 있습니다. 원본 소스만 충분히 좋다면 상영 화질에 대해서는 자신 있습니다.

 

다만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온라인 상영을 제외한 웹적인 기능입니다. 알고 있으면서도 못하는 것도 많고 시도해 보고 싶은 기능도 많은데 못하고 있죠.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서 유에포 서비스에 관심 있는 웹 개발자 분 계시면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유에포#무비조이#MOVIE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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