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계최대 벽화 등재 초읽기에 들어간 태안 이원방조제 '에버그린 태안 희망벽화'가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손도장찍기를 제외한 전 사업이 완료됐지만, 벽화 작업에 참여했던 희망근로자들의 임금이 미지급된 것으로 알려져 씁쓸한 뒷말을 남기고 있다.

 

태안군이 복군 20주년을 맞아 기름유출사고를 극복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세계 최대 규모의 벽화 기네스북에 도전하고 있는 이원방조제 'Evergreen 태안- 희망벽화 그리기'는 지난해 3월 23일부터 방조제 빗면에 희망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총 7만여면 중 3만2천여면을 채워 미처 완성되지 못한 손도장 찍기를 제외하고는 모든 벽화를 완성하기까지 길이 2730m, 높이 7.2m 규모의 방조제에 총 제작기간 9개월(공식인정기간은 5. 28~11. 31 6개월), 그림 49점, 참여인원 일반근로자 3119명, 희망근로자 1581명 포함 5700여명에 18리터 수성페인트 1600통 등 갖가지 기록을 남기며 희망벽화는 태안군민과 123만 자원봉사자들의 희망이자 상징으로 가슴 속에 영원히 아로새겨 있을 것으로만 여겨졌다. 투입된 예산만도 후원금 1억3천만원을 포함해 군비 등 3억8천만원이 들어갔다.

 

특히, 지난해 11월 13일에는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이같은 기록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최고기록 인증서를 수여받기도 했으며, 각종 언론 등에도 소개되면서 '희망벽화'는 명실공히 태안의 상징으로 자리잡는 듯보였다.

 

희망벽화추진위 갖은 핑계로 지급 미뤄... 근로자들 노동청에 진정서 제출

 

하지만, 사업이 완료된 지 한달여의 시간이 흐른 지난 1월 희망벽화에 참여했던 30명의 근로자들이 인건비를 받지 못했다며 태안군과 희망벽화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고 희망벽화에 큰 흠집을 남기게 되었다.

 

문제가 확산되자 태안군은 사업을 담당했던 추진위측에 군에서 집행했던 보조금에 대한 예산정산을 시급히 요구했고, 정산 이후 예산집행이 합당하다면 추경예산으로 예산을 확보해서라도 미지급된 근로자들의 인건비를 지급해 줄 예정이었다.

 

그러나, 추진위는 정상적인 사업비 집행 결과를 정산하지 못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반발하는 근로자들에게도 갖은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했다.

 

게다가 올해 희망벽화 보수 등 사업비가 나오면 인건비 먼저 해결해 주겠다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약속까지 하면서 시간끌기식으로 근로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도 보였다고 근로자들은 전했다.

 

태안군 관계자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군 보조금 예산집행 관련) 잡음이 들려 지난해 8월경에 예산정산을 요구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공문을 보냈지만 추진위에서 예산정산을 하지 못했다"며 "현재는 당초 사업계획에 의거해 집행했던 군 보조금에 대해서는 정산이 어느 정도 된 상태여서 보조금 집행에는 문제가 없지만, 나머지 자담금이나 후원금에 대해서는 군에서 손 댈 수 없는 예산으로 추진위에서 어떻게 사용했는지 모르겠다"고 난처한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또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이 군에 찾아와서 하소연했지만 이 문제는 전적으로 추진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후원금 등이 군청을 거쳐서 집행이 되었다면 문제가 없었을텐데 아쉽다"고 전했다.

 

이같이 추진위의 미지근한 태도가 이어지자 그동안 추진위의 말만 믿고 인건비가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근로자들은 최근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며 추진위원장인 문아무개 위원장과 태안군을 상대로 대전지방노동청 보령지청(이하 보령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지난 15일 근로자 대표 9명과 문위원장, 그리고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추진위 박아무개 사무국장 등이 보령지청에 출두, 조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이에 앞서 문위원장을 고소한 근로자 대표 장아무개씨(1천여만원 체불)는 "노동청에는 추진위와 태안군 모두를 고소했는데, 노동청에서 태안군청은 일단 조사가 불필요하다는 연락을 해 와 추진위측 임원들만 조사에 임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어 태안군은 이번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장씨는 또 "이번 일이 벌어지게 된 데는 희망벽화 사업에 모든 예산을 관할했던 총괄지원단장(추진위 사무국장)의 책임이 가장 큰 데 근로자들이 인건비를 요구하면 '자신도 피해자다', '사업비 나오면 주겠다'는 등 갖은 핑계를 대며 계속 미루기만 했다"며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진정 배경을 전했다.

 

보령지청, 태안군 조사 불가피 "군 조사 후 체불금액 확정할 것"

 

하지만, 조사를 마친 뒤 노동청 관계자는 태안군도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혀 사건은 다시 근로자-추진위-태안군의 3자 갈등 구조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사건조사를 담당한 보령지청 감독관은 기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태안군은 참고인 조사를 하려 했지만, 진정인(근로자측)이 태안군에 대해서도 진정을 넣은 상태이기 때문에 조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뒤, "태안군으로부터 (조사에 필요한)자료를 받을 것도 있고 해서 조만간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고 태안군 조사 후에 체불금액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추진위와 관련해서는 "문 위원장과 박 총괄지원단장도 조사했는데 위원장이 관리자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박단장도 참고인 조사를 했는데 검찰 조사와는 별개로 책임 소지를 판단하고 있다"고 말해 노동청이 추진위에 대한 판단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추진위 내부갈등 암시, 문위원장 진정서 제출

 

이와 관련해 사업을 담당했던 추진위의 문위원장은 관리책임은 인정하면서도 근로자들의 체불임금과 관련해서는 모든 예산을 담당했던 박아무개 사무국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문위원장은 "희망벽화 사업 추진위원장으로서 관리 책임은 있지만, 모든 사업예산은 사무국장에게 일임해서 잘 모른다"며 "창피한 일이지만 이번 일과 관련해서 사무국장을 상대로 법원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라고 사업을 추진하면서 조직 내부의 갈등이 심했음을 암시했다.

 

문 위원장이 박 사무국장을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한 사건은 현재 경찰에서 박 사무국장에게 '업무상 횡령죄'를 적용해 검찰에 기소한 상태로 3천여만원 이상 횡령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문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근로자 임금의 일부라도 책임진다는 말을 한다면 고소를 취하시킬 생각도 있다"며 "하지만, 노동청 조사 이후에도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말하고 있어 사법기관의 절차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노동부 보령지청에서 조사를 받은 근로자들은 연락이 닿지 않은 근로자를 제외한 27명으로 조사결과 최초 근로자들이 제시했던 체불액인 4천만원보다 늘어난 4천9백여만원의 임금이 체불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최종 체불금액은 태안군의 조사가 끝난 뒤 확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세계 최대규모 벽화 기네스북에 도전하고 있는 이원방조제 희망벽화는 지난해 11월 10일 사단법인 한국기록원의 실측을 마치고 현재 영국의 기네스북 월드레코드사에서 자체 심의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오는 5월 중에 등재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임금체불로 인해 희망벽화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희망벽화, #희망벽화추진위원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