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대표하는 공원이 있다면 여미지식물원과 한림공원이 있다. 연일 관광객으로 붐비는 이곳은 여행자의 발길을 망설이게 하는 곳이지만 봄빛 완연한 공원을 애써 무시할 수 없어 공원으로 향했다. 가족들에게는 꽃이 주는 화사함을 선물해 주었고 여행자는 제주의 동굴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림공원은 재암 송봉규 선생이 1971년 협재리 바닷가의 황무지 모래밭을 사들여 야자수와 관상수를 심어 가꾼 사설공원이다. 1981년에는 공원 내에 매몰되었던 협재동굴의 출구를 뚫고 쌍용동굴을 발굴하여 두 동굴을 연결한 뒤 1983년 10월 공개함으로써 공원기반을 조성하였다. 1986년에는 아열대식물원을 준공하고 1987년 재암민속마을, 1996년 재암 수석전시관, 1997년 제주석분재원을 개원하는 등 매년 지속적인 시설 확충으로 제주를 대표하는 한림공원을 만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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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열대식물원 2천여 종의 아름답고 희귀한 식물들이 있는 테마정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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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안은 예상대로 사람들로 붐볐다. 미로 같은 전시관을 둘러보는 데만 한 시간 이상이 걸렸다. 제일 먼저 하늘을 찌를 듯한 야자수길에서 시작하여 갖은 꽃들이 만발한 아열대 식물원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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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자수길 야자수와 선인장으로 조성된 야자수길은 1971년도에 모래밭에 씨앗을 심어 가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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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향기가 가득한 식물원을 지나면 동굴이 나온다. 협재굴과 쌍룡굴이다. 10만 년 전에서 2만 오천 년 사이에 만들어진 360여 개의 오름이 지상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화산지형이라면 용암동굴은 그보다 훨씬 이전에 지하에 형성된 대표적인 화산지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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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재굴 천연기념물 제236호로 용암동굴이면서 황금빛 석회동굴로 변해가는 2차원적 복합동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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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공원 내에는 천연기념물 제236호로 지정된 용암동굴지대가 있는데, 일반에 공개된 굴은 이곳 협재굴과 쌍룡굴이다. 이 외에도 황금굴, 소천굴, 초깃굴 등 20여 개의 동굴이 있으나 아직 공개되지 않는다. 동굴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 길이만 해도 무려 1만 7천 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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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룡굴 용 두 마리가 굴 내부에 있다가 빠져나간 듯한 형체가 뚜렷한 동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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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재굴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서늘한 공기가 피부에 감긴다. 연중 15도 안팎을 유지하는 동굴 안은 용암동굴이면서도 석회동굴의 특징을 함께 갖추고 있는 독특한 굴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뻥 뚫린 동굴에 불과하여 사람들은 휑하니 동굴을 빠져나가 버린다. 육지의 이름난 고수동굴이나 대금굴, 환선굴 등의 화려함을 이미 본 사람들은 이곳에서 실망을 하기 십상이다. 협재굴과 쌍룡굴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이들에게는 아무런 감동을 주지 않는다.
마그마가 계속 흘러가면서 내부가 텅 비어 생겨난 곳이 용암동굴인데 이 두 동굴에서는 석회동굴에만 있는 석순과 종유석이 자라고 있다. 동굴 벽면을 자세히 보면 석회분이 얼룩덜룩 붙어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원래 검은 색인 용암동굴이 석회수가 스며들면서 황금빛 동굴로 변해가는 신비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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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벚꽃동산 재암수석관 뒤에는 왕벚꽃과 유채꽃이 드넓게 펼져진 동산이 있다. 아쉽게도 왕벚꽃은 이미 져버린 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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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재굴은 페루의 돌소금동굴, 유고의 해중석회동굴과 함께 세계 3대 불가사의 동굴로 꼽힌다. 현재는 길이 160m 높이 6m 폭 12m 정도만 일반에게 공개되어 있다. 협재굴을 빠져나오면 곧바로 쌍룡굴이다. 쌍룡굴은 용 두 마리가 굴 내부에 있다가 빠져나간 듯한 형체가 뚜렷한 동굴이다. 이 동굴에서는 용암이 흘러간 자국인 물굽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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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 방문 기념비 한림공원은 중국 장쩌민주석, 일본 나까소네수상 등 저명한 인사들이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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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을 빠져나오니 봄은 다시 시작되었다. 갖은 수석과 분재 식물이 가득한 분재원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고 민속마을로 향했다. 제주도 중산간지역에 있던 실제 초가를 원형 그대로 옮겨 복원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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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림공원 한림공원은 재암 송봉규 선생이 1971년 협재리 바닷가의 황무지 모래밭을 사들여 야자수와 관상수를 심어 가꾼 사설공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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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관 뒤로는 유채꽃밭이 넓게 퍼져 있었다. 얼마 전에 이곳에서 왕벚꽃 축제가 열렸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왕벚꽃은 이미 져버려 볼 수 없었다. 연못정원에 이르니 인공폭포 아래로 단체관광을 온 노인 분들이 사진 찍느라 분주하다. 자식들이 효도관광을 보내 주었거나 아니면 쌈짓돈을 아껴 모아 이곳에 왔을 것이다.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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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못정원 천연 용암 암반 위에 자연지형을 최대한 살려 조성한 곳이다. 효도 관광 온 노인분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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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 0년 4월 16일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