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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금은 학생뿐만 아니라 전체 교직원 및 예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드리게 되며, 종교적인 것이기에 희망자에 한하여 자의적으로 참여합니다. 학교에서의 헌금은 감사하는 마음, 베푸는 마음, 이웃을 돕는 마음을 가르치고자 하는 교육의 목적도 가지고 실시하오니 학부모님들의 이해가 있으시기 바랍니다. 헌금은 선교, 불우이웃 돕기, 장학사업 등에 사용됩니다.' - Y여고 가정통신문.

4월 초 은평구 Y여고 1학년인 딸 은영이가 가져온 가정통신문 내용이다. 기독교를 건학 이념으로 삼아 설립된 학교로서 기독교와 관련된 여러 종교 행사와 사회봉사활동에 쓰이는 헌금이라지만, 종교를 믿지 않는 은영에게는 결국 돈 내라는 소리로만 들린다.

'희망자에 한하여 자의적으로 참여'한다는 통신문 내용과는 달리, 헌금은 모든 학생들이 선택할 여지없이 반별로 한꺼번에 걷는다.

은영이 말에 따르면 "선생님이 동전은 내지 말고 모두 1000원 짜리로 통일해서 내라"고 했단다. 마음에서 우러나와 바치는 돈인 '헌금'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자의적이지만, "헌금은 1000원 짜리로 통일해서 내라"

조폭들이 자릿세 뜯어가듯 앞줄에서 뒷줄까지 일률적으로 걷는 것이 헌금일까. 첫 단추부터이러니 거둔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궁금한 마음도, 물어볼 생각도 들지 않지만, '이웃을 돕는 마음을 가르치고자 하는 교육의 목적도 가지고' 있다니, 한 말씀 드린다.

헌금이란 이름으로, 1번부터 39번까지 반 학생들 주머닛돈을 '곶감 빼 먹듯'했으니, 그 돈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몫은 학생에게 돌려주는 것이 그나마 '바친 돈'이란 이름에 어울리지 않을까.

학교에서 '헌금은 선교, 불우이웃 돕기, 장학 사업 등에 사용'된다고 가정통신문에 두루뭉술하게 말했지만, 어디에 어떻게 쓸지는 헌금을 내는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베푸는 마음, 이웃을 돕는 마음을 가르치기 위해 헌금을 걷는다는 이 학교의 교육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학생들(총학생회)에게 헌금을 운용할 기회를 주는 일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내가 한 작은 행동(헌금)이 이웃을 살피고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스스로 느끼고 알 수 있도록 하자. 아무리 '친구 따라 강남 가 듯' 얼떨결에 낸 헌금이라도, 쓴 보람은 있어야하지 않겠나, 이 말이다.


#헌금이야 갹출이야?#헌금은 동전말고 지폐로 통일해 #헌금이 무슨 뜻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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