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1월, 퇴직을 하고 다문화가정아이들을 교육하는 광주의 새날학교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온 이주여성 몇 명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나한테 한글을 배우는 베트남에서 온 레티항의 결혼식이 지난 24일 광주향교에서 있었다. 레티항은 베트남의 서울, 하노이 옆에 있는 하이퐁이라는 곳에서 왔다. 지난 1월 한국에 올 때 아마 결혼식을 안 올리고 왔나보다. 이제야 결혼식을 올린다고 해서 가 보았다.

 

결혼하기 전전날에야 레티항은 결혼한다는 청첩장을 나에게 살짝 내밀면서 서투른 한국말로 말했다.

 

"선생님, 저 결혼해요."

그래도 레티항이 한국에 와서 선생님이랍시고 나와 맺은 인연이 처음일진데 가서 축하해 주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 내일 결혼식에 갈게."

"정말요. 고마워요."

내가 결혼식에 참석한다는 말에 레티항은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레티항은 90년생이라, 우리나이로 21세다. 대학교에 다니는 내 딸아이보다 4살이나 어리다. 낯선 한국에 와서 어두운 기색 없이 명랑하게 잘 적응해 가는 레티항이 자식처럼 사랑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향교에서 활옷을 입은 레티향을 만났다. 활옷을 입은 레티항이 드라마에 나오는 궁중의 왕비처럼 아름다웠다. 레티항은 목례로 아는 체를 했다. 신랑 측 신부 측 부모들이 앉아있는 데 레티향의 부모가 베트남에서 안 왔기 때문에 늙수그레한 노인부부가 레티향의 부모를 대신하고 있었다. 

 

한국전통혼례는 무척이나 길었다. 집례사가 주문을 하면 집사들의 부축아래 레티향은 앉았다 일어 섰다를 반복하며 신랑신부 맞절을 하고 복잡한 예식을 이어가고 있었다. 레티항은 길고 지루한 절차에도 불구하고 재밌는 듯 미소를 띠었다.  

 

한국으로 시집 온 레티항은 이제 한국 사람이다. 베트남 사람이 아닌 한국 사람으로 살아 갈 것이다. 레티항이 남편의 사랑을 받으며 아들 딸 낳고 잘 살기를 바란다. 우리 국민들도 타국에서 우리나라에 시집 온 이주여성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고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어야 그들도 진정 우리나라의 훌륭한 국민으로 빨리 융화될 수 있을 것이다.


태그:#이주여성, #새날학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는 여행에 관한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여행싸이트에 글을 올리고 싶어 기자회원이 되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