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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공사가 실행되지 않아 원형 그대로의 모습이 보존되고 있는 여주 부처울 습지의 모습
 유일하게 공사가 실행되지 않아 원형 그대로의 모습이 보존되고 있는 여주 부처울 습지의 모습
ⓒ 장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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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야생 동·식물을 관찰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는?

답은, 배율 20배의 망원경과 배율 8배의 쌍안경.

하지만 꼭 이런 장비가 없다고 야생 동·식물을 관찰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임시방편으로 100원짜리 동전과 15cm자만 있어도 충분하다.

여강선원 동행취재 이틀째인 28일, 멸종위기종 수리부엉이의 서식지로 추정되는 '부처울 습지'에서 멸종위기종 야생 동·식물을 관찰하기 위해 자와 100원짜리 동전을 들고 길을 나섰다.

'부처울 습지'는 아직 4대강 사업 공사가 시작되지 않아 습지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습지 주변에서는 이미 공사가 시작됐고 부처울 습지에 서식하는 꼬마물떼새와 안락할미새 소리는 준설작업을 하는 포클레인 소리에 그 목소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일까. 습지에 들어서자 작은 나뭇가지 위해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쪼고 있는 쇠딱따구리와 만났다.

첫 임무는 새알 찾기... 대체 새알은 어디에

부처울 습지에서 고라니 배설물로 추정되는 배설물이 발견됐다.
 부처울 습지에서 고라니 배설물로 추정되는 배설물이 발견됐다.
ⓒ 장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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삵의 배설물로 추정되는 배설물의 모양. 자로 쟀을 때 크기가 7-8cm정도.
 삵의 배설물로 추정되는 배설물의 모양. 자로 쟀을 때 크기가 7-8cm정도.
ⓒ 장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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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울 습지에서 내게 주어진 첫 임무는 새알 찾기.

새들은 주로 자갈 위에 나뭇가지나 나뭇잎을 모아놓고 메추리알 만한 알을 3~4개 낳는단다. 습지에 서식하는 꼬마물떼새와 쇠제비 갈매기(갈매깃과의 철새)는 주로 자갈밭에 산란을 한다는 마용운 환경운동연합 국장의 설명에 따라 새알 찾기에 나섰다.

새알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자와 100원짜리 동전을 들고 헤매기를 1시간여….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새알을 발견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날씨는 추워졌고, 빗줄기는 더 거세졌다. 봄은 오간 데 없고 새알은 더더군다나 찾을 수 없었다.

정나래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새들은 사람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 곳에 알을 낳는다"며 "새알을 찾는 일은 어렵다"고 의기소침해 있는 나를 위로했다.

결국 '찾겠다'던 새알은 찾지 못하고 고라니와 삵으로 추정되는 동물의 배설물과 발자국만 여러 번 확인해야 했다.

삵의 배설물은 끈끈함이 덜하고 배설물에 먹잇감의 털이 뭉쳐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고라니 배설물은 크기 1cm가 채 안 되는 동글동글한 모양을 하고 있다. 애꿎은 마음에 동물의 배설물을 보며 열심히 사진도 찍고 배설물 크기도 재고 있는데, 명호 생태지평 연구원이 한 마디 던졌다.

"찾으라는 멸종위기종 수리부엉이도 못 찾고 배설물만 찾아서 오늘 밥값 제대로 하겠어요?"

"쇠제비 갈매기네요!"... "저 새는 백로랍니다"

섭금류들은 얕은 물과 자갈로 이루어진 습지에서 주로 서식한다.
 섭금류들은 얕은 물과 자갈로 이루어진 습지에서 주로 서식한다.
ⓒ 장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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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알을 찾겠다는 마음을 접고 시야를 넓히자 물가에 앉아 먹이를 쪼고 있는 안락할미새, 발을 뒤로 뻗고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는 백로, 자갈강변경계에서 서식하는 꼬마물떼새, 봄을 맞아 부처울 습지를 찾아온 제비 한 쌍이 눈에 들어왔다. 그야말로 부처울 습지는 살아있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야생 동·식물의 안락한 서식지였다. 

마용운 국장은 하늘을 나는 새들을 가리키며 "안락할미새와 꼬마물떼새는 섭금류(얕은 해안가에서 서식하는 새들의 종류)의 일종으로 물가에 사는 작은 지렁이 등 먹이를 잡아먹고 산다"며 "기본적으로 강을 단순화시켜 버리면 얕은 물가가 없어지고 저 새들의 서식지가 없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한창 새 공부 삼매경에 빠져있을 때 쯤, 강 위로 고공비행하는 하얀 새를 발견한 마 국장이 "쇠제비 갈매기"라며 손을 가리켰다. 손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하얀 새가 날렵하게 날개를 움직이며 날고 있었다.

마 국장에 따르면 쇠제비 갈매기는 갈매깃과의 철새로, 날렵하게 날아가는 특징이 있다. 반면 이와 비슷한 백로는 덩치가 쇠제비 갈매기에 비해 2~3배 크고 다리를 뒤로 쭉 뻗고 날아가는 특징이 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3시간에 걸쳐 수첩에 새들의 특징을 적었다.

수리부엉이를 찾는 특종도 못하고 밥값도 제대로 못했지만 쇠제비 갈매기와 백로만큼은 확실히 구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야생 동·식물 관찰을 끝내고 습지를 떠나는데 흰 새 한 마리가 습지 위로 날아오르는 게 아닌가.

기자 : (자신 있게)"저 새는 쇠제비 갈매기네요."
마용운 국장 : (여유 있게)"저 새는 훨씬 크잖아요. 백로랍니다."


태그:#쇠제비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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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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