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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 먼 북어(北魚)처럼
블라디보스토크 연안을 출발
청진 앞바다에서
간신히 물 한모금 얻어마시고
배 밑창에서
똘똘 몸을 말아 숨기고
캄캄한 동해 북평항까지
손에 땀을 쥐고
죽은 물처럼 흐르고
흘러 흘러
예까지 왔네.
아무리 둘러봐도
낯 익은 얼굴 하나 없는
내 오마니 쪽빛 치마폭 같은
자유 품에 한 사흘
자유의 지느러미 흔들며
참 행복했었네.
시간이 흘러 갈수록
내가 찾은 자유가
그물 속 같아서
눈 먼 북어처럼
자꾸만 어두웠네.
자유 찾아
부모 형제 아내 자식
다 버리고 왔으나,
아무리 따뜻한
자유 품에 안겨도
나는 외로와
내 매일밤 흥건한
베개잇 적시는
눈물 바다 속을
지느러미 긴 그리움
닳도록 헤엄쳤네.
어떤 이는 오복을 비는 젯상에
꼭 올려야 한다고,
어떤이는 술이 취해
꼬이고 꼬인 속을 풀어야 한다고,
밤이면 꿈길을 거슬러
거슬러 찾아와,
물에 퉁퉁 불려
살점 떨어지는
매질을 가했네.
오, 통재라,
저 엉성한 자유에의 그물망에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내 순수한 아둔함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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