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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분위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언론의 선거보도가 지극히 제한적으로 진행되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천안함 순국 장병들의 영결식 소식으로 채워진 30일자 지역 신문 지면을 보면 지방선거 보도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영결식 여파로 후보자들이 선거운동을 자제한 측면이 강하긴 하지만 신문사 자체의 선거 기획이 부족하다보니 정당과 후보자들의 활동이 없었던 29일 같은 경우 다음날 선거보도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던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대전일보와 충청투데이가 사설과 칼럼을 통해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를 독려하고 나서긴 했지만 충실한 선거보도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공허한 외침으로만 들린다.

 

대전일보는 이날 <지방선거 구의원․교육의원에도 관심을>이라는 사설을 통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대전일보는 "지방선거의 참 일꾼을 뽑는 6.2 지방선거는 정치적 함의 이상의 중요성을 지닌다"면서 "그러나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구의원이나 교육의원에 대한 관심이 지극히 미미하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며 유권자들의 특별한 관심과 참여가 요구된다고 썼다.

대전일보는 "구의원이나 교육의원의 역할은 공히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면서 "단체장이나 교육감 만은 못하지만 권한이나 비중으로 보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자리"라고 구의원과 교육의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충청투데이는 나인문 정치부장의 데스크칼럼 <'사기꾼' 뽑는데 '구경꾼' 될건가>를 통해 유권자의 선거 관심을 촉구했다.

 

나 부장은 칼럼에서 최근 발생한 민종기 당진군수의 뇌물수수 사건 등 자치단체장들의 잇단 탈법․불법 사례를 언급하며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문제는 그 피해가 지역주민과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나 부장은 "여야는 6.2 지방선거 공천에 앞서 저마다 비리전력자를 배제하는 등 개혁공천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말뿐이다"며 "공천이 본격화되면서 그런 약속은 온데간데 없고, 당선 가능성을 앞세워 공천몰이를 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이번에 적발된 자치단체장들 모두 공천이 확정된 인물임을 강조했다.

 

이어 "더이상 지방선거가 '비리 제조창'이 되지 않으려면 뒷골목 깡패만도 못한 사기꾼이나 협잡꾼을 공천하지 않는 것이 급선무"라며 정치 부패는 행정 비리를 낳는 악순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사기꾼'이 뽑히는 줄도 모르고 '구경꾼'이 돼서는 안된다"며 "반드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해 소인배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했다.

 

유권자 역할 강조 전에 지역 신문 역할 다해야

 

이 같은 지역 신문들의 유권자 역할 강조는 지역 언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어 씁쓸하다. 앞서 지적한 대로 지방의원이나 교육의원의 중요성과 올바른 자치단체장을 뽑아야 하는 당위성은 두 번, 세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문제는 지방자치를 위해 제대로 일할 후보를 뽑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올바른 후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줘야하는데 이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출마 후보자들은 일방적으로 자신의 치적이나 경력을 앞세우고, 유권자를 현혹하는 공약을 무수히 쏟아 내지만 정작 이를 제대로 판단 할 기준은 마땅치 않다. 유권자 입장에선 각 후보자들의 공약이나 인물의 됨됨이를 판단할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언론, 지역 신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 진다. 지역의 대표자를 뽑는 지방선거에서 지역의 핵심 의제를 발굴하고, 후보자들의 인물을 검증하는 1차적인 책임이 지역 언론에 있다. 또한 후보자들의 공약이 제대로 된 것인지, 지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검증해야 한다. 이를 통해 유권자들은 후보자 선택의 판단 기준을 세우고 올바른 후보를 선택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지역 언론, 지역 신문의 현실은 지방선거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판단을 도울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유권자의 책임만을 언급하고 있다.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관심은 무엇보다 지역 언론의 책임이 크다. 중도일보를 제외한 대전일보, 충청투데이의 경우 아직까지 선거기획물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역 신문 3사의 선거보도는 반복되는 판세분석과 공천결과 보도에 치중하는 보도 태도를 보이며 지방선거를 의제화 시키기 못하고 있다.

 

유권자의 책임을 강조하기 전에 지역 신문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다.

 

※ 6.2지방선거보도 대전충남모니터단 4월 30일자 보고서입니다. 대전충남민언련 홈페이지(www.acro.or.kr)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6.2지방선거보도모니터단은 지난 4월 1일 발족한 연대기구입니다. 모니터단은 민언련과 각 지역민언련(경기, 강원, 경남, 광주전남, 대전충남, 부산, 전북, 충북) 및 참언론대구시민연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식블러그 (http://cjdout.tistory.com/)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6.2 지방선거보도 모니터, #대전충남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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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 민언련 매체감시 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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