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와 서울시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저소득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 펼치는 '따뜻한 겨울 보내기 사업' 모금액을 고가의 아파트소유자에게 지급하는 등 저소득층으로 보기 어려운 주민들에게 다수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또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사건이 급속히 쟁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4월 27일자 한겨레 등 언론 보도에 의하면, 서울시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저소득층 주민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모금한 성금을 양천구청에 전달했고, 양천구청은 이를 저소득층이 아닌 실거래가 5억~6억원에 달하는 일부 고가아파트 거주자들에게 지급했다고 한다.

지원 대상자 1756명 가운데에는 실거래가 6억원이 넘는 신정동 롯데캐슬 아파트와 신정5차 현대아파트를 비롯해 실거래가가 5억원이 넘는 목동아파트 등 중산층 아파트 거주자들이 50여명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아파트들은 전세가격도 2억~3억원 선에 이른다. 또한 실거래가 4억원 이상, 전셋값 1억5000만~2억5000만원 선의 아파트 거주자도 30여명에 이르렀다.

실제로 성금 7만원을 지원받은 조아무개(신정3동 동일하이빌)씨는 실거래 값이 5억2000만원 선인 아들 소유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나라에서 주는 노령연금도 받고 있는데 왜 구청에서 쓸데없이 이중으로 돈을 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천구는 "조씨는 보훈청에서 국가유공자대출로 매입한 집에서 아들과 생활하고 있는데,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원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양천구는 실거래 값 7억2000만원 선인 목5동의 목동아파트 소유자 김 아무개씨에게 생계비 30만원을 지원한 데 대해 "노인 부부 가구로, 할머니가 뇌졸중으로 거동을 못해 간병인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자녀들에게서 약간의 지원을 받지만 소득이 없어 생활이 어렵다"고 성금 지원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주변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해당 아파트에 사는 성금 지원 대상자 6명의 명단을 보고 "여기 집값이 얼만데 이런 사람들한테 성금을 주느냐"며 "더 가난한 사람들한테 줘야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2월 발생한 장애인 복지보조금 26억 횡령사건과 청소년 장학금 1억 6천만원 횡령, 사랑의 열매 성금 유용 등 크고 작은 사건에 이어 또 다시 발생하여 '복지예산 집행의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낸 것으로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의 정치인들도 성명을 내는 등 논란에 가세하고 있어 하나의 쟁점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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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양천구청장 후보로 출마한 이제학 예비후보는 이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여 "추재엽 전 구청장은 부적절한 이웃돕기 성금 지원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추재엽 구청장 재임기간인 2008년 12월부터 2009년 8월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지난해 발생한 장애인 복지보조금 26억 횡령사건, 청소년 장학금 1억 6천만원 횡령, 사랑의 열매 부적절한 사용 등과 함께 복지 예산 집행에 대한 모럴해저드가 도를 넘었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이 2008년 12월부터 2009년 8월 사이에 발생했다는 점과 혜택이 미미한 2만원, 5만원 등 소액을 수백 명에게 지원했던 점 등으로 미루어볼 때, 추재엽 전 구청장이 다가올 지방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선심성 지원을 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공세를 폈다.

그는 이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양천구청은 명확하게 성금 지원대상자 선정 기준을 밝혀야 할 것이며, 당시 구청장이었던 추재엽 후보 역시 이를 한 점 의혹도 없이 해명해야 한다. 이유 여하를 떠나 추재엽 전 구청장의 재임기간 중 발생한 심각한 모럴해저드와 부정 성금 지원에 대해 추재엽 후보는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나라당 양천구청장 후보로 출마한 권택상 예비후보도 보도자료를 내고 "특히, 저소득 계층에 지원해야할 이웃돕기 성금을 5~6억대 집 거주자에 지원하는 등, 2008년부터 2009년까지 '따뜻한 겨울 보내기 성금지원대상' 1756명 가운데, 실거래 값이 4억원이 넘는 아파트 거주자 80명에게 성금이 지원되는 어이없는 복지정책 집행도 문제로 지적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민선4기 양천구청장인 추재엽 예비후보는 자신이 '일 잘하는 구청장'이라고 거듭 자랑하고 있으나, 지난 장애인수당 26억 4천만원 횡령사건과 이번 각종 언론기관의 보도, 그리고 작년 구정평가 결과를 보면, 부정부패 으뜸도시, 일 못하는 구청장이라는 오명을 씻기 어렵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나라당 소속의 조재현 양천구 구의원(목1동, 신정1·2동)도 "주민들이 낸 성금을 더 뜻있게 사용하려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2만원, 5만원씩 주기보다는, 정말 어려운 주민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금액을 지원하는 게 더 적절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천구청장을 사퇴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추재엽 양천구청장 예비후보 공보담당관(대변인)은 "실제로 성금을 지급받은 사람들은 일부 자가 소유자들도 있으나 대부분이 친척집에 살거나 국가유공자로서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 등"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자가 '따뜻한 겨울 보내기 성금' 지급 기준이 있느냐고 묻자 "정확한 기준은 없다"면서 "서울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공문을 보내어서 정확한 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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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추재엽 양천구청장 예비후보는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는 않았으나, 자신의 홈페이지에 해명자료를 통해 "'따뜻한 겨울 보내기 사업' 모금액을 고가의 아파트 소유자에게 지급하는 등 저소득층으로 보기 어려운 주민들에게 다수 지원했다는 보도는 개개인의 사정을 분석해 지원한 성금을 단순히 거주 아파트 등의 이유만으로 판단한 사항으로, 이에 양천구는 지난 3월 이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원 대상자 선정에 대한 기준 등을 명확히 해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하여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홈페이지 해명자료에서 "지난해 12월 양천구의회 행정사무감사와 구정질문을 통해 모 구의원 등이 확실한 근거자료도 없이 의도적으로 '양천사랑복지재단에서 2007년부터 실시해온 '사랑이 가득한 겨울보내기 사업' 후원금 지급실태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언론기관의 사실관계 없는 왜곡보도와 그로 인한 파급효과로 감사원 감사와 수사기관의 지속적인 수사 등으로 재단은 그 존재 이유마저 의혹에 휩싸인 채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민선4기, 自治는 없고 自恥만 있다'는 제목의 세계일보 4월 22일자 기사를 소개하면서 한나라당 소속 이훈구 전 양천구청장의 뇌물수수 비리 사건을 강조했다.

6·2지방선거를 한달 여 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무상급식'외에는 뚜렷한 정책 쟁점이 없는 가운데, 이번 사건을 포함한 복지예산 집행과 모럴 헤저드, 부정부패 등이 이 지역 정가에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