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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늘을 살고 있지만, 어제 그리고 더 먼 어제를 추억하며 살아가는 것이 사람입니다. 추억의 문이 열리면 그 언젠가 보았던 세월의 흔적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것들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입니다. 묵언으로 말을 하기에 가슴으로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 안과 밖의 경계가 사라질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속살을 드러낼 수 있을 때,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됩니다.

 

 

늙어간다는 것은 아름다워진다는 것의 다른 말입니다. 비로소 자기 안에 품을 수 없었던 것을 품게 되어 아름답습니다.

 

 

자신의 속살을 주어 뿌리를 내리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세월의 흔적을 봅니다. 세월의 흔적은 또 다른 생명을 품어 새로움입니다.

 

 

주름, 검버섯, 초점을 잃어가는 눈……. 사람의 육신에 새겨지는 세월의 흔적입니다.

 

 

환한 웃음, 그 속에 들어 있을 수많은 이야기에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왜냐하면, 세월의 흔적이 스민 웃음 속에는 아픔이 친한 벗이 되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꾸덕살 가득한 거친 손은 부드러운 처자의 손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손에는 그 사람의 삶이 들어있습니다.

 

 

늙어간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 삶이 퍽퍽하지 않아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깊어서 아름답습니다.

 

씨줄과 날줄로 만들어진 포에는 할머니의 속살이 들어 있습니다. 속살을 주어 또 다른 생명이 뿌리를 내리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세월의 흔적은 '오래됨' 혹은 '늙음'만이 아니라 그리하여 또다시 새로움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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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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