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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문경에 갔습니다. 마침 '문경 찻사발 축제' 기간이라 사람들이 북적였습니다. 화장실에 갔더니 여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늘 있어왔던 모습이기에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떡 하니 화장실 정면에 '문경새재 공중 화장실 전국 금상 수상'이란 현수막이 걸려 있더군요. 속으로 그랬지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마려운 오줌도 자기 마음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한참 기다려야 하는 화장실이 전국 금상, 이게 맞을까?'

 

이런 생각을 하니 내부에 대한 호기심이 일더군요. 화장실로 가는데 뒤에서 어느 중년 신사의 말소리가 들리더군요.

 

"여자 화장실은 남자보다 (칸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저러다 오줌 싸면 어째. 쯔쯔…."

 

아쉽다는 소리였습니다. 이심전심이었지요.

 

 

녹록치 않은 흠을 가진 화장실이 '금상'

 

공중화장실 시설 관련법이 있습니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7조는 "공중화장실 등은 남녀화장실을 구분하여야 하며, 여성화장실의 대변기 수는 남성화장실의 대·소변기 수의 합 이상이 되도록 설치하여야 한다"며 "여성용 변기 수를 남성용의 1.5배 이상 설치"를 의무화 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축제 등으로 인해 갑자기 인파가 몰릴 때에는 거의 무용지물입니다. 그렇다고 법으로 규정된 내용을 안에 들어가 확인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랬다간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여자들의 눈총을 받을 게 뻔했습니다.

 

대신 남자 화장실 내부를 살폈습니다. 내부는 나무가 심어져 있고 꽃도 피어 깔끔하더군요. 소변기 사이에 칸막이도 되어 있고, 자연 채광과 조명도 노력한 흔적이 뚜렷했습니다. 예산이 꽤 들었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지만 이곳도 남자 화장실에 갖고 있는 결정적인 흠을 그대로 안고 있었습니다. 열린 문 사이로 남자들 오줌 누는 모습이 빤히 보였기 때문입니다. 화장실 내부 구조 배치를 조금만 생각했으면 막을 수 있는 부분인데 이를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녹록치 않은 흠을 가진 화장실이 금상을 받은 셈입니다.

 

 

화장실, 외관 못지않게 편하게 일 보는 배려가 우선

 

아름다운 화장실 공모 주체와 선정 기준이 궁금했습니다. 밖으로 나와 현수막 아래에 배치한 패를 보았습니다.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2009년 제11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금상. 위 기관은 행정안전부와 조선일보사,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가 공동주최한 제 11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공모에 위와 같이 입상하였기에 이 패를 드립니다."

 

 

정부기관과 국내 유력 일간지 그리고 사회단체가 함께한 공모에서 결격 사유를 놓치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아쉬웠습니다.

 

첫째, 현장 방문을 생략한 채 서류와 사진 검사만으로 대상 여부를 따진 걸로 밖에 볼 수 없었습니다. 

 

둘째, 현장 방문 후 대상지를 선정했다면 이는 좋은 화장실 선정 기준이 좀 이상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어쨌거나 이곳 화장실은 '전국에서 최고가는 화장실이다'는 홍보 효과가 만만찮을 것입니다. 하지만 밖에서 오줌 누는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밖에 칸막이를 하나 설치하든지 하는 지혜가 요구됩니다.

 

화장실은 인간의 생리를 해결하는 곳입니다. 화장실은 외관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편하게 일을 볼 수 있도록 작은 배려가 우선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SBS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아름다운 화장실, #문경 찻사발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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