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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 아이들은 가까이 있는 산이나 냇가, 숲으로 가서 흙을 밟고 맘껏 뛰어놀며 생명과 평화를 배운다.
▲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 아이들은 가까이 있는 산이나 냇가, 숲으로 가서 흙을 밟고 맘껏 뛰어놀며 생명과 평화를 배운다.
ⓒ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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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자락에 있는 인수동 마을을 걷다보면 한 번쯤은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나무 간판에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이라고 써있는 대문을 지날 때는 물론, 산책하던 아이들과 마주칠 때면 그 재잘거림을 타고 마을에 감도는 생기를 느낄 수 있다. 마을어린이집 아이들은 아무리 찬바람이 불거나 눈이 와도 매일 산책길에 나선다. 마을을 두른 삼각산을 바라보며 짝꿍 손을 잡고 선생님을 따라 씩씩하게 걷다보면 어느새 추위도 싹 잊게 마련이다.

주변 자연과 관계에서 배우는 '생명평화'

요즘 많은 아이들이 실내에서 하루를 보낸다. 아이들 재미를 끌만한 정글짐이며 미끄럼틀 등 실내놀이기구를 갖춰놓았지만 자연스런 햇빛과 산소가 들지 않는 공간에서, 먼지를 마시며 기구에 의존해서 노는 경우가 많다. 반면 마을어린이집 아이들은 가까이 있는 산이나 냇가, 숲으로 가서 푹신한 흙과 낙엽 위에서 맘껏 뒹굴고 뛰어논다. 마을길을 활보하다 놀이터가 보이면 잠바도 벗어던지고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져 땀나게 술래잡기를 하기도 한다. 온 몸이 더럽혀져도 활기가 넘쳐나고, 웬만해선 감기도 잘 걸리지 않는다.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 아이들은 가까이 있는 산이나 냇가, 숲으로 가서 흙을 밟고 맘껏 뛰어놀며 생명과 평화를 배운다.
▲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 아이들은 가까이 있는 산이나 냇가, 숲으로 가서 흙을 밟고 맘껏 뛰어놀며 생명과 평화를 배운다.
ⓒ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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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어린이집이 추구하는 '생명'과 '평화'라는 가치를 아이들은 어떻게 배울까. 아이들은 화단에 꽃을 심고 유리상자 속 곤충이나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는 인위적 생태이벤트로 '생명의 소중함'이라는 추상적인 주제를 주입받지 않는다. 산책하며 만나는 길가의 산수유와 개나리가 새싹을 돋우려고 연두색옷으로 갈아입은 모습을 보며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는 것을 경험하고, 거미가 징그럽고 이질적인 존재가 아닌, 우리 마을 숲속에 어울려 살아가는 친구라고 느낀다. 냇가에서 찾은 개구리알이 올챙이로 변신하는 모습에서, 엄마 뱃속에 품은 동생과 다르지 않게 작은 생명체들이 스스로 자라나는 섭리를 깨닫게 된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평화는 너무 멀지만, 함께 지내는 친구들 사이에, 아이들과 선생님 간에 서로를 존중하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함께 조화를 이뤄가는 '평화'는 아이들 자신이 얼마든지 지킬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다른 사람 이야기를 잘 듣고 그 사람의 상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훈련을 해나간다. 친구들끼리 싸움이 나는 이유도 귀 기울여 듣는 것을 못하고, 자기 욕구만 표출하려 해서 그런 경우가 많다. 다툼이 생기면 쪼르르 선생님한테 이르기보다 아이들끼리 모여서 같이 이야기로 풀 수 있도록 하는 약속도 정해본다.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 아이들은 가까이 있는 산이나 냇가, 숲으로 가서 흙을 밟고 맘껏 뛰어놀며 생명과 평화를 배운다.
▲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 아이들은 가까이 있는 산이나 냇가, 숲으로 가서 흙을 밟고 맘껏 뛰어놀며 생명과 평화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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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고 믿는다.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을 자꾸 옆에서 도와주면 아이들이 잠재된 능력을 발휘하고 성장할 수 기회를 막는 셈이 된다. 각 아이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된 것 같아 보이면 손 씻기, 옷 입기, 신발 신기 등을 직접 해보도록 기회를 준다. 스스로 할 수 있게 된 아이들은 자기가 그만큼 컸다는 것을 내심 자랑스러워한다. 이를 지켜보는 어른들에게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시간을 빨리 단축해서 목적하는 걸 이루기 위해 나서서 다 해주고픈 유혹을 참아야 한다.

마을어린이집에서는 딱히 한글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아이들 스스로 자연스럽게 욕구가 생길 때 어떤 식으로든 채워가기 때문이다. 흔히 6살 또래가 되면 한글에 관심이 많아진다. 그래서 한글수업을 하긴 하는데, 한글을 도구로 해서 속담을 익히며 몸으로 노는 시간이다. 생일잔치할 때 친구에게 줄 편지에 '생일 축하해'란 글씨를 써달라고 하면서 스스로 글자를 터득하기도 한다.

그림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던 아이들이 글씨를 아는 순간부터 글씨로만 이해하려고 정형화될 수 있다며 한글을 늦게 가르치면 좋겠다는 부모님도 있다. 한글 뿐 아니라 영어, 연극, 무용, 중국어 등 취학 전 아이들 조기교육이 늘고 있는데, 사회구조에 맞게 아이에게 지식을 집어넣으려고 하는 부모의 욕망과 불안이 반영된 것이다. 마을어린이집은, 많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누려야 할 것을 못 누리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어떤 가치를 두고 아이를 기를 것인가 하는 부모님의 가치관이 바로 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 아이들은 가까이 있는 산이나 냇가, 숲으로 가서 흙을 밟고 맘껏 뛰어놀며 생명과 평화를 배운다.
▲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 아이들은 가까이 있는 산이나 냇가, 숲으로 가서 흙을 밟고 맘껏 뛰어놀며 생명과 평화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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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세울 때도, 그 어떤 전문성보다 아이를 잘 이해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잘 맞춰갈 수 있는 성품을 중요한 자질로 삼는다. 부모님들이 요리나 손작업, 그림책 읽기 등 자신이 잘하는 활동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부모님들이 그저 아이를 맡기는 게 아니라 상호협력하면서 내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공동체적으로 함께 키운다는 의미에서다.

"아이들 자기 과제 넘어서도록 돕고 싶다"는 선생님

마을에 사는 청년들도 산책이나 운동 도우미로 자원활동을 한다. 현대사회는 아이들이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만 있고, 청년들도 특별히 아이들을 따로 접촉할 일 없이 살아간다. 아이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거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자연스럽게 마을의 이모․삼촌으로서 아이들과 만나 신선한 기운을 서로 주고받게 되는 것이다.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 아이들은 가까이 있는 산이나 냇가, 숲으로 가서 흙을 밟고 맘껏 뛰어놀며 생명과 평화를 배운다.
▲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 아름다운마을어린이집 아이들은 가까이 있는 산이나 냇가, 숲으로 가서 흙을 밟고 맘껏 뛰어놀며 생명과 평화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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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선생님도 마을어린이집에 처음 왔을 때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아이들 대하는 것을 무서워했다고 한다. 4년 전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던 이 선생님은 출산하고 딸을 키우면서 마을어린이집에 도움을 받기 위해 찾아왔다가 당시 3개월 된 딸을 마을어린이집 학생으로 보내고, 자신도 교사를 하게 됐다고 한다.

아이들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진 않았던 자신이 어느덧 물 흐르듯 여기까지 왔다며, 그동안 아이들에게 잔소리할 때마다 '그럼 나는 잘 살고 있나' 돌아보며 많이 배웠다고 한다. 이제 마을어린이집 새로운 주체(원장)로 선 이영미 선생님은,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자기 기질에 따라 매번 똑같은 문제로 혼나고 그것을 넘어서야 하는 과제가 있는데, 잘 넘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단다.

이영미 선생님은, 아이들이 오며가며 마을 어른들을 만나면 인사하고, 어른들도 아이들이 다소 시끄러워도 짜증스럽게 보지 않고 흐뭇하게 지켜봐주셔서, "이게 정말 마을로 사는 모습"이라고 느낀다고 한다. 아이들이 마을의 아이들로 어우러질 수 있도록, 아이들이 뛰어노는 마을 곳곳을 함께 소중한 마음으로 지켜가면 좋겠단다. 특히 '작은숲속'에서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거나, 나무를 베거나 공사하려 하지 말고 자연 속에 살아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마을 사람들과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마을신문> 5월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어린이집, #교육, #어린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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