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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년,
한동안 눈이 오고 서리가 내리는 바람에 개복숭아 꽃을 감상할 시간 없었는데 요즘 숙지원에는 철쭉이 한창이다.

숙지원은 입체감을 살려 기교를 부리지 않은 땅이다.
원래의 지형을 거의 훼손하지 않으면서 가급적 평면의 특징 살리려고 애를 썼다.
때문에 아름다운 곳이라기보다는 편안한 정원이다.

2007년 봄      숙지원의 모습
▲ 2007년 봄 숙지원의 모습
ⓒ 홍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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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봄           숙지원의 모습
▲ 2009년 봄 숙지원의 모습
ⓒ 홍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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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으로 소나무가 우거진 산이 있고 서쪽에는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냇물을 끼고 있는 지리적인 특징을 그대로 살려 나무를 심고 가꾸었다. 유실수로는 사과, 배, 감, 대추, 자두, 오디, 석류, 살구 매실, 보리수, 호두, 산수유, 앵두나무 등을 심고, 관상수로는 소나무, 동백, 금목서, 남천, 은목서, 동목서, 불두화, 호랑가시나무, 백목련, 수수꽃다리, 해당화, 회화나무 등을 심었다.

그중에서 개체수로는 철쭉이 가장 많을 것이다. 철쭉도 종류가 많은 편인데 숙지원에도 줄잡아 20여종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특별한 종류는 거의 없다. 숙지원 둘레를 동편에는 붉은 색 계통을, 서쪽에는 흰색을 주로 심었는데 동쪽의 꽃이 먼저 피고 서쪽은 이제 피기 시작하는 중이다.

2010년  봄     숙지원의 모습.
▲ 2010년 봄 숙지원의 모습.
ⓒ 홍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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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봄        숙지원의 동편 철쭉길
▲ 2010년 봄 숙지원의 동편 철쭉길
ⓒ 홍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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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봄    숙지원의  중앙 꽃길.
▲ 2010년 봄 숙지원의 중앙 꽃길.
ⓒ 홍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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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은 남도의 길 어디에나 흔한 꽃이다.
그래서 무심하게 넘겨보기 십상이다. 그러나 숙지원의 철쭉 길은 아내와 내가 땀 흘려 이룩한 결과라는 데 보람을 느끼는 공간이다.

철쭉을 삽목하여 길렀으나 절반 이상 죽였던 아픔도 있지만 남은 것들이 제법 실하게 자라 나무꼴을 갖춘 것을 보면 3년의 세월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도 한다. 또 철쭉을 심고 가꾸어 옮기기까지 한 번도 남의 손을 빌려 본 적도 없다. 그 점도 의미를 더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말할지도 모른다.
"하찮은 철쭉 길이 뭐가 그리 대수냐"고.
그럴지라도 나는 숙지원에서 삶의 보람을 느낀다. 

현재 '아내의 뜨락'이라는 의미를 담은 땅이면서 맑은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정원이지만 처음 숙지원은 일부는 밭이었고 일부는 지목이 논이었다. 더구나 4필지로 나뉘어 주인도 세 사람이나 되었다. 정원으로서는 불모지였던 셈이다.

2010년 봄     숙지원 서편 흰색 철쭉길
▲ 2010년 봄 숙지원 서편 흰색 철쭉길
ⓒ 홍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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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땅이 오늘 숙지원의 모습을 갖추기까지의 사연은 이미 옮긴 적이 있기에 다시 거론하지 않을 작정이다. 다만 농사에도 익숙하지 못하고, 조경에도 문외한인 우리 같은 사람도 뜻만 있으면 원하는 정원과 텃밭을 만들 수 있다는 점만 강조하고 싶다.

"눈이 게으르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귀촌에 뜻을 둔 사람들이 참고할 말이기도 하다. 앞으로 전기자동차의 보급이 확대되면 교통비 부담이 줄어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벗어나리라는 전망을 해본다.

아직 숙지원에 집도 없어 출퇴근 하는 얼치기 농부이기 때문에 귀촌이라는 말이 적합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3년간 우리 부부는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고 하지만 모든 것은 이루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나무는 더 자랄 것이다. 자두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철쭉은 그 사이에서 더 화려하게 꽃을 자랑할 것이다. 갖가지 나무들에서 과일을 맛볼 수 있고, 텃밭에서는 완전한 유기농으로 길러진 채소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갖가지 꽃과 함께 숨을 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날들은 아직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봄의 숙지원.
꽃길에서 평화를 기원한다.2010.05.04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 필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숙지원#철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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