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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와 의사 등 일부 부유층이 해외로 돈을 빼돌려 호화 부동산 등을 사들였다가 과세당국에 적발됐다.

 

국세청은 올해 해외부동산을 편법으로 사들이거나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을 신고하지 않는 방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은 역외탈세자 42명을 조사해 323억 원을 추징했다고 6일 밝혔다.

 

국세청은 올해 1월부터 미국 뉴욕 맨해튼,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 등 국내에서 인기 있는 지역의 부동산을 편법으로 취득한 혐의가 있는 개인 등에 대해 조사를 벌여왔다.

 

이들 가운데 불법으로 돈을 빼돌려 이들 부동산을 사들인 행위가 26건이었으며, 국세청은 이에 대해 111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또 과세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해외에 숨긴 자산에서 발생한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16건이었으며, 212억 원을 추징했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교수-의사 부부 등 돈 빼돌려 자녀 이름으로 하와이 콘도 사들여

 

이날 국세청이 공개한 일부 부유층의 해외탈세 사례는 이들 계층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들은 해외에서 고가의 부동산을 편법으로 사들이면서도, 과세당국에 따로 신고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소득세 뿐 아니라 증여세, 법인세 등을 내지 않았다.

 

치과의사인 오아무개씨(여)는 올해 미국 하와이의 호화콘도를 8억 원에 사들였다. 자신이 4억 원을, 미국에서 유학 중인 자녀가 4억 원을 각각 투자했다. 오씨는 현지인에게 콘도를 임대해주고 수입을 올렸지만 소득신고를 하지 않았다.

 

자녀가 투자한 4억 원 중 2억 원은 오씨가 유학경비 명목으로 보내준 것이었고, 나머지 2억 원은 아버지인 김아무개씨(대학교수)가 미국 현지에 예치해 놓은 돈을 증여받은 것이었다. 이들은 유학 중인 자녀가 하와이에 있는 콘도를 임대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재산을 몰래 해외로 빼돌려 증여했다가 이번에 국세청으로부터 3억 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재산이 많은 송아무개씨의 경우는 10여 년 전에 환치기 등의 수법으로 돈을 모아 미국 뉴욕 허드슨강 주변의 고급 주택을 사들였다. 송씨가 사망한 이후 아들이 해당 주택을 상속했지만,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또 송씨는 미성년자인 자신의 아들에게 뉴욕 주택을 다시 증여할 때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8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김아무개씨의 경우 주변의 아는 사람들을 통해 해외로 돈을 빼돌려 해외 금융기관에 수십억 원의 돈을 자신과 자녀 이름으로 예치해 놓았다. 물론 해외 은행에서 발생한 이자소득 등을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또 해당 은행에서 돈을 빼내 수십억 원대의 미술품을 사들여 자녀에게 증여했지만, 이 역시 신고하지 않았다. 그 역시 과세당국으로부터 37억 원을 추징당했다.

 

이밖에 해외 증권투자를 한 박아무개씨는 자신이 갖고 있던 미국 벤처기업 주식이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박씨는 이 돈을 자신의 해외계좌로 옮겼다. 하지만 그는 증권투자를 한다는 사실도 따로 신고하지 않았고 양도소득세도 내지 않았다.

 

이 돈으로 또다시 미국의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면서 이자와 배당·양도 소득이 발생했지만, 그는 역시 세금신고를 하지 않았다. 일부는 박씨 배우자가 하와이에 있는 호화콘도를 사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박씨를 상대로 증여세와 양도소득세 등 23억 원을 추징했다.

 

국세청, 해외도박 등 추가 역외탈세자 세무조사 착수 

 

국세청은 이번 조사와 함께 추가로 해외에서 탈세 혐의가 높은 21건에 대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추가 조사 대상에는 회사 대표가 해외에서 법인카드를 이용해 회삿돈을 현금으로 빼내 도박 자금으로 사용한 경우를 비롯한 해외 도박과 해외부동산 편법 구매 등 탈세 혐의자가 포함돼 있다. 또 명품 수입업체나 대부업체 등 국제거래를 이용해 세금을 내지 않은 개인 등도 들어 있다.

 

송광조 국세청 조사국장은 "5월 종합소득세 확정 신고 이후에도 해외부동산 취득이나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을 성실하게 신고하지 않을 경우 세무조사 등으로 엄정하게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국장은 "해외탈세 행위는 국가 재정기반을 훼손하는 일로, 끝까지 추적해 과세할 수 있도록 세정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며 "해외에 은닉한 재산은 국가들끼리의 정보교환 등으로 결국 다 드러나게 마련이므로 처음부터 성실하게 신고하는 것이 최선의 절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태그:#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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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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