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치고 받고, 이익은 중국이 챙기고…. 북한 김정일위원장의 방중으로 우리 정부는 중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을 탓하기 전에 먼저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와 같은 사태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다. 이번 일은 이명박 정부 집권 이래 추진해 온 한국의 외교정책이 빚어 낸 충분히 예견 가능한 하나의 곁 가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여기서 김정일의 방중을 계기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최근 수년간의 동북아 상황에 대해 한번 돌아보도록 하자. 먼저, 이명박 정부는 집권 이래 대북 강경기조를 고수해 왔다. 지금도 한국은 '복원'된 대미관계를 토대로 북한의 '선변화, 후지원'이라는 강경노선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북한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아 핵 실험과 남북 교류 중지 등을 불사하며 맞서 왔다. 그 결과, 남북 관계는 '신냉전'이라 불릴 만큼 급속도로 경색되었다.
그 와중에서, 최근에는 아직 그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에 있기는 하지만, 천안함이 침몰되는 비극적인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주적 개념'의 부활을 검토한다는 등, 대북 강경기조의 고삐를 더욱 바짝 조이려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지역에는, 안타깝게도 신 냉전의 대립 국면이 그 골을 더욱 깊게 하고 있는 중이다.
남북 신냉전에 중국 어부지리로 이익 챙겨
한편, 이와 같은 한반도의 경색 과정 속에서 파생된 동북아 주요 국의 '손익계산'은 과연 어떨까? 먼저 그 동안 이어 온 남북 민간 교류 및 남북 경협 등은 서로 치고 받는 가운데 크게 위축되거나 중지되는 등, 남북이 입게 된 직간접적 피해는 새삼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남북의 경색 국면이 한반도 주변국 모두에게도 남북한과 같은 피해를 초래한 것은 아니다. 그 중에는 '남의 불행은 나의 요행'인 국가도 없지 않으니, 그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실제로 남북 대립은, 중국을 '성가시게' 하기도 하였지만,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나쁘지 않은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그렇다면 남북이 싸우는 판에 취하게 된 중국의 어부지리로는 과연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먼저, 남북의 신 냉전은 남북 양측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대한 가장 최근의 예로는, 천안함 사고 이후 남북의 경쟁이라도 하는 듯한 중국 구애를 들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천안함 사고 직후에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일단 미국을 찾았다. 하지만 이제는 '대부' 격인 그곳에서조차도 관건은 중국에 있음을 깨닫게 되고 말았다. 북한의 경우는, 다른 무엇보다도 김정일 위원장마저 병든 몸을 이끌고 부랴부랴 중국으로 달려온 그 자체가 북한의 대중의존을 잘 나타내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음으로, 남북 양측의 수뇌들이 잇따라 방중했다는 그 자체가 곧 국제사회에 대한 중국의 강화된 영향력을 널리 과시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천안함 사고의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도 않은 현 상황에서, 당사국이라 여겨지는 양 측의 최고 지도자, 그것도 북한은 명목상 및 실질적인 최고 통치자 모두가 한 나라를 잇따라 방문하는 흔치 않은 사례를 남겼다. 이와 같이 남북간 극도의 경색국면은 동북아 역내에서의 중국의 두드러진 영향력을 국제 사회에 널리 과시하는 호기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국익 위해서라도 남북 경색 신속히 해소돼야
마지막으로 남북의 경색은 중국에게 적지 않은 경제적 실익도 챙겨 주었다. 중국은 대내외적으로 더 어려워진 북한에게 "북중 경제협력"의 강화라는 명목 하에 북한의 자원 개발권과 주요 지역의 독점 사용권 등과 같은 '북한 접수'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노무현 정권 당시만 해도 북한에서는 개성공단에 이은 신의주공단 등과 같은 남북간직접적 경제교류를 구상하고 있었다. 이는 북한으로서도 대중 견제를 위해 필요한 것이 기도 하였다. 하지만 한국의 현 정부 들어 그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을 뿐 아니라 "같은 민족으로부터의 수모"도 겪게 된 북한으로서는 사실상 기댈 곳이라고는 싫건 좋건 중국 외에는 없게 되고 말았다.
그런데 중국은 북한의 이와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이 상황에서 남북의 대립은 점입가경으로 빠져들고만 있다. 중국에 있어 이처럼 좋은 호기가 또 있겠는가. 이럴 때 일수록 중국은 표정 단속하며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체면불구하고 북중 경제협력을 간청하며 다가선 북한에게 "우리도 힘들지만 이웃인 북한도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모양새를 갖추며 북한의 숨통을 터줌과 동시에 엄청난 경제적 실리도 챙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남북의 신 냉전은, 중국에 대해 "꿩 먹고 알 먹고"와 같은 어부지리를 선사하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남과 북이 얻게 된 것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이를 고려하더라도 남북의 경색 국면은 신속히 해소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의 대북 강경기조가 이 정도 선에서 바뀌어야 마땅하다. 언제까지나, 비이성적이며 예측 불가한 북한이 먼저 바뀌기만을 기다릴 것이란 말인가. 쥐도 궁지에 몰리면 달려든다는 것처럼, 궁지에 몰린다고 해서 북한이 우리의 바람처럼 순순히 투항하고 나서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외교란 철저히 현실적이어야 한다. 상대가 어떠한 존재이건, 그리고 그 상대가 우리 마음에 들건 안 들건 간에, 우리는 그들을 상대로 우리의 국가안보를 보전하고 우리의 국익 최대화에 적합한 외교전략을 갖추어야 한다. 이제라도 북한의 속성을 냉철하게 간파하고 그에 맞는 외교전략을 전개하도록 하자. 이제 이 정도의 시행착오면 충분하지 않은가. 남북은 만신창이가 되고 그 수혜는 제3국이 챙기는 이 기막힌 현실을 언제까지 지속할 것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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