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5가 보령약국 뒷골목엔 유난히 음식점들이 많이 몰려 먹자골목을 이루고 있는데 아무리 허름한 집이라 할지라도 먹고나서 손해봤다는 기분이 드는 집은 그렇게 많질 않다.
이 뒷골목 쪽에는 삼양사, 두산갤러리, 기독교 관련 단체 건물들, 그리고 자잘한 중소기업체들이 몰려있어 웬만큼 수준에 오르지 못하면 명맥을 유지하기도 힘들겠다는 짐작을 쉽게 할 수 있다.
골목으로 들어와서 다시 골목으로 들어와야하는 <청호냉면>집. 냉면에 관한 한 평양냉면을 더 좋아하는 터라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았던 집인데 밖에 떡만두 4천원이라 걸려있다.
비가 와서 다른데 찾아가기도 귀찮고 그저 뜨끈한 떡국으로 배나 채울 요량으로 들어갔다.
웬걸... 점심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이 찾아오기 힘든 집에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이야. 사람도 사람이지만 사골국물의 짙은 냄새가 홀을 꽉 채워 식욕을 돋운다. 나중에 보니 생긴 지 얼마 되질 않아 점심시간에는 사람이 몰리고 그 이후시간에는 사람이 별로 없단다. 그래서 점심시간에는 아들이 나와서 서빙을 하는데 미처 상 치울 겨를이 없다. 오늘(7일) 가보니 서빙하는 아줌마 한 사람이 일손을 거들고 있다.
그래 떡국에는 사골국물이 최고지. 구색은 갖췄는데 맛은 어떨런지? 국물은 겨우 그릇 높이의 반밖에 차있지 않다. 그러나 4천 원에서 이런 맛이 날 수 있다니?
속이 실한 만두.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평양 물냉면을 주로 들고 함흥냉면은 오장동 것 아니면 별로 들지 않는다. 그래서 직원만 시켜 먹는데 원래는 <동태회냉면>을 했던 모양이다.
떡만두는 양이 좀 적은 듯 하여 다음 날 시켜 먹은 갈비탕. 일반적으로 갈비탕하면 커다란 음식점에서도 갈비가 두어개 '퐁당' 들어가고, 밍밍고 맑은 고기국물에 나머진 잡고기로 대충 처리하는데...
갈비가 무려 네덩이 그리고 국물이 일품이다.
더군다나 잘 익은 김치와 다대기까지...
요샌 다대기보다 고추가루나 후추가루를 귀찮다는 듯 덜렁 내어 주고 말아 실망시키는 집이 많은데... 다대기 풀고 밥 말고 잘 익은 김치 빨아먹으니 절로 트림이 꺼~억 난다.
얼굴마담으로 즉석에서 뽑는 속초 청호냉면을 걸어 놓고도 오히려 떡만두와 갈비탕을 잘하는 집. 얼굴보다는 몸매가 더 죽이는데...
다음에는 저녁 때 제육이나 한접시 시켜놓고 새우젓에 다대기와 겨자를 섞어 소주와 함께 들어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