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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여강선원을  방문했을 때, 수경 스님은 오체투지를 준비하고 있었다. 기자에게 "수경 스님한테 차나 한잔 얻어 마시고 가야지"라며  여유있게 들어섰지만, 때마침 오체투지를 나가는 수경 스님을 보고 김 전 위원장도 대열에 함께 설 수밖에 없었다. 수경 스님과 김 전 위원장은 반갑게 악수를 나누며 서로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장관하던 분이 오셨네."

"장관은 무슨 장관입니까. 총리급이지."

"그때 출근하지 말고 천막을 치라니까."

"그럴 걸 그랬어. 그래도 위원장 잘리니까 욕이라도 하고 다니지."

"김 위원장도 오체투지 하시지."

"내가 못하겠거니와, 스님이 자벌레마냥 기어가는 모습도 보기 싫어 못해."

 

지난 8일 오후 1시 30분, 주말을 맞아 많은 '여강 걷기' 참가자들로 여강선원이 북적이는 가운데 수경 스님의 오체투지가 시작됐다. 오체투지는 신륵사의 일주문을 나가 남한 강변을 따라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김 전 위원장도 맨 뒤편에서 오체투지 행렬에 동참했다. 그는 일주문을 지나며 잠시 휴식을 취할 때 오체투지라는 고난의 기도를 하고 있는 수경 스님에게 세 번 절을 하며 예를 표하기도 했다. 그 장면을 열심히 사진에 담고 있는 기자에게 "오마이뉴스는 여기서도 생중계를 하네"라며 농담을 던졌다.

 

두 사람은 오체투지를 마치고 여강선원으로 돌아와 차를 놓고 마주 앉았지만 수경 스님을 찾아오는 손님이 워낙 많아 대화는 잘 이뤄지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은 얼마 전 금강을 다녀온 이야기를 하다가 곧 강변에서 시작하는 '생명, 평화를 위한 여강 한마당' 참석을 위해 일어섰다.

 

김 전 위원장은 100여 명의 행사 참가자들에게도 큰 웃음을 줬다. 김 전 위원장은 그가 무대로 나서기 전 있었던 힙합 공연을 패러디 하며 랩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요~ 문화예술위원회엔 위원장이 둘이나 있어~ 자기가 자꾸 진짜 위원장이래~"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은 김 전 위원장은 "저 공사장을 드나드는 덤프트럭을 보면 꼭 장갑차 같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전쟁터다. 특히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저 강을 파헤치고 있다. 예술가들이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예술가들이 나서면 종교인들보다 더 무섭다. 종교인들은 기도하고 하지만 예술가들은 상상력을 무장하고 저쪽에 MB라는 사람의 목줄을 확 잡을 수 있다. 월요일 명동성당에서 대규모 미사가 있는데 그곳에도 예술가들이 힘을 보태야겠다. 힘내자."

 

한편, 이 날 진행된 '생명, 평화를 위한 여강 한마당'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이 주최해 많은 예술가들이 함께 했다. 민예총은 또 여강선원 주변에 다양한 설치미술 작품을 전시해 놓고 있다.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남한강변을 따라 행진을 벌이고 다시 여강선원에 모여 수경 스님과 함께 '대화마당'을 열었다. 주말에 늦은 오후였지만 대화마당에는 낙동강 지역을 순례하고 온 참가자들까지 합류해 200여 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특히 이 날은 동국대학교, 서울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인하대학교 등 대학생들의 참여가 높았다.

 

수경 스님은 대화마당에서 "4대강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내지 못한다면 엄청난 재앙을 겪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종교인들은 4대강 문제를 신앙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이 문제를 조절해 나가고 국가의 나아갈 방향을 다시 잘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6월 2일 지방선거를 계기로 삼아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재검토 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4대강, #여강선원, #김정헌 , #수경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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