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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일요일 오후는 맑고 상쾌한 날이었다. 며칠 전 인도 남부 영성공동체 오로빌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딸이 방학을 맞아 집에 왔다. 시차도 적응하지 못했지만 딸과 함께 추억을 만들고 싶어 가까운 사찰을 찾았다. 마치 친형제처럼 지낸 지인이 가까운 절을 잘 알고 있다면서 승용차를 운전해 내가 살고 있는 남양주 별내면 청학리까지 왔다.

 

곧바로 나와 딸을 태우고, 그의 집이 있는 경기도 덕소 아파트로 가 그의 아들을 싣고  간 곳이 경기 덕소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묘적사(妙寂寺)라는 절이었다.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월문리 222번지에 있는 묘적사는 깊은 산속 절이 아니라 도로 옆에 있는 절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조그만 연못 안에 연꽃이 떠다니고 연못 중간에 석불(불상)이 앉아 있는 모습이 신비하기도 했다. 딸과 함께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큰 절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위엄 갖추었고 웅장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도권 근교에 이런 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언제든지 시간을 쪼개 올 수 있는 절이기 때문이다.  이날은 오는 5월 21일 석가탄신일을 맞아 대웅전 앞에는 연등으로 가득했다.

 

묘적사는 신라 문무왕(661~680) 때 창건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유물이나 기록이 없다. 묘적사 주지가 쓴 절 안내 표지판을 보면 조선 초 세종대왕 때 학렬대사가 180여 칸의 웅장한 불사를 이룩해 사세를 확장했고, 7층 사리탑 등 많은 사적을 남겼다고 알려지고 있다.

 

조선시대 무예로 과거를 보던 시절, 이곳 절에서 과거를 시행한 적이 있고, 현재 있는 사안중(寺岸中) 십여 칸의 평단지점은 당시 승려로서 활을 쏘게 하는 장소였다고 한다. 이곳은 임진왜란 때 승군을 훈련시킨 절로 알려져 왔다. 특히 조선시대 청나라와 일본 모르게 묘적사 주위의 골짜기마다 100여동의 건물을 짓고 왕의 비밀 명령에 의해 보낸 무사들에게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혀 승려로 가장해 심신과 무예를 가르치는 도량이었다.

 

임진왜란 때 법당, 동별당, 심검당, 요사채 등이 소실됐고, 지금은 산령각과 700여 년 된 사리탑만이 옛 모습을 하고 있다. 현재 법당, 관음전 비하선실 등은 옛터에 그대로 복원돼 있다.

 

하지만 조선 세조 때 이 절이 존재했다는 사실만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묘적산신각중건기> 기록에 따르면 1895년 고종 32년 규오법사(圭旿法師)가 산신각을 중건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1969년 화재로 대웅전, 산신각 등이 소실됐다가 1971년 자신 스님에 의해 대웅전과 요사가 중건됐고, 이어 1976년 관음전, 마하선실이 중건됐다. 지난 79년과 84년에는 나한전과 산신각을 각각 완공했다.

 

앞서 애기했지만 묘적사는 본래 국왕 직속 비밀기구로 존재한 것만은 틀림없다. 일종의 왕실 산하 비밀조직을 훈련시키기 위한 사찰이었던 셈이었다. 비밀요원을 승녀로 출가시켜 승려교육과 함께 고도의 군사훈련을 했다고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묘적사에서 눈여겨볼 만한 곳인 7층 석탑이다. 대웅전 앞 우측에 있는 8각 7층 석탑은 본래 사원 앞에 있던 것을 71년에 현 위치로 옮긴 것이다. 탑을 해체해 이곳을 옮길 당시 이두식 표기로 된 기록이 나왔으나 곧 소멸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8각 7층 석탑은 남양주시 와부읍 제1호로 지정돼 있다.

 

탑은 8각의 지대석 위에 1석으로 조성된 8각 2층 기단을 이루고 하대중석의 면식과 하대 및 상대 갑석에는 각면 2구의 안상이 있으며, 기단은 앙복연화문을 상하에 새긴 불좌형식이다. 탑신은 능각마다 우주를 새겼고, 옥개는 탑신과 1석으로 조성했는데 상층 함에 따라서 체감율이 낮아 비교적 안정감을 준다. 처마 끝은 반전해 곡선을 보이고, 1~7층 처마 밑에는 얕은 3단의 받침이 있다.

 

탑의 정상부 상륜각부는 1석으로 조성돼 있는데, 본래 것은 파손돼 따로 대웅전 앞에 보존하고 있다. 탑의 재료는 화강암이고 높이는 4.30미터이다. 탑을 해체해 이곳을 옮길 당시 이두식 표기로 된 기록이 나왔으나 곧 소멸되었다고 한다. 대체로 조선 초기 왕실의 발원으로 세워진 조형으로 추정되고 있다.

 

묘적사 대웅전 앞은 오는 21일 석가탄신일을 맞아 연등이 많이 달려 있었다.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절 단장이 한창이었다. 하지만 새로 지어 깔끔히  단장된 신식 '해우소'가 고전적인 사찰의 풍치를 소멸시키는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주변이 도로여서 자동차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사찰 뒤 운치 있는 산이 절을 감싸고 있는 등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에 온 한찬수(41)씨는 "유서깊고 좋은 사찰이 집 근처에 있어 좋다"면서 "절도 산 속 멀리가 찾을 것이 아니라 도로 가까운 곳에서 찾아가 기도를 하는 것도 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아빠를 따라온 한미르(9살, 초2) 군은 "절 폭포에서 물이 떨어져 좋았다"면서 "연등도 너무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요즘 다른 절에서는 보기 힘든 주지 스님의 경고 문구 ▲ 사찰 주위 500미터를 경내지라하며, 경내에서는 누구를 막론하고 정숙해야할 것 ▲ 종교생활에 지장을 주는 행동을 삼갈 것 ▲ 경내에서는 선조들의 얼이 담긴 문화유산재적 가치가 있는 성전주위이니 돌 한조각 나무 한그루라도 파괴하지 말 것 ▲ 술과 담배, 고성방가 삼가를 할 것 ▲ 화단 및 출입 금지구역에 들어가지 말 것 ▲ 경내에서 단정한 옷차림으로 다닐 것 등이 눈길을 끌었다.


태그:#묘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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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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