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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가 새로 시내버스 승강장을 설치하면서 장애인 안전을 무시해 논란을 빚고 있다.

장애인 점자블럭 위에 버젓이 버스 승강장을 설치하는가 하면 승강장의 바닥면을 보도보다 높게 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승강장 이용을 가로막고 있다.

장애인 충돌 유발하는 시내버스 승강장

점자블럭 위에 시내버스 승강장이 설치된 불당동 꿈에그린 아파트 시내버스 승강장 모습.
 점자블럭 위에 시내버스 승강장이 설치된 불당동 꿈에그린 아파트 시내버스 승강장 모습.
ⓒ 윤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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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천안시 불당동 꿈에그린 아파트 시내버스 승강장. 천안시가 작년부터 새로 선 보이고 있는 사계절 혼합형 유개 승강장이 설치되어 있다.

깔끔한 외관의 혼합형 유개 승강장은 3면이 막혀 있고 다른 한쪽은 개방형 구조로 만들어져 계절에 따라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1개소당 설치 비용은 약 700만 원. 지난해 도심 등 읍면동에 20개 소가 설치됐다. 올해도 55개 소가 설치 예정이다.

외관이나 구조는 신형으로 멀쩡했지만 불당동 꿈에그린 아파트의 시내버스 승강장은 결정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승강장이 보도상의 시각장애인 점자블럭 위에 그대로 설치된 것. 시각장애인이 점자블럭을 따라 보도를 이동하면 혼합형 유개 승강장 벽면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승강장 벽면 재질이 유리이기 때문에 충돌시 시각장애인이 큰 부상을 입게 된다.

결함을 안고 있기는 도로 건너편의 불당동 한성아파트 시내버스 승강장도 비슷했다. 이곳에는 장애인 점자블럭과 맞붙어 혼합형 유개 승강장이 설치됐다. 점자블럭을 따라갈 경우 시각장애인은 자칫하면 충돌사고를 겪게 된다.

한성아파트 시내버스 승강장에서는 다른 문제점도 발견됐다. 승강장의 바닥면이 보도보다 10㎝ 이상 높아 휠체어 장애인들의 승강장 진입이 어려웠다. 승강장 바닥면이 보도보다 높아 휠체어 장애인들의 이용이 애시당초 불가능하기는 쌍용동의 삼일육아원 시내버스 승강장 등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불당동 꿈에그린 아파트 시내버스 승강장과 한성아파트 시내버스 승강장은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용을 위한 저상버스가 운행하는 노선으로 더욱 문제가 심각했다.

천안시 "승강장 개선 계획 없다"

시내버스 승강장의 바닥면이 보도면보다 높아 휠체어 장애인 등이 이용할 수 없는 천안시 시내버스 승강장의 모습.
 시내버스 승강장의 바닥면이 보도면보다 높아 휠체어 장애인 등이 이용할 수 없는 천안시 시내버스 승강장의 모습.
ⓒ 윤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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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충돌 위험이 도사린 시내버스 승강장이 계속 존속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천안시는 보도상의 여건을 거론하며 불가피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시 교통과 관계자는 "시내버스 승강장이 장애인 점자블럭과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설치하고 있다"며 "승강장이 설치되는 인도의 폭이 넓지 않아 불가피하게 점자블럭과 중복되는 곳이 몇 곳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내버스 승강장의 바닥이 보도보다 높아 장애인 이용이 불편한 구조에 대해서는 바닥면이 높아야 여름에 비가 많이 와 물이 흐를 때에도 시민들의 신발이 젖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승강장을 이용하는 휠체어 장애인들이 몇 사람이나 있겠는가"라며 점자블럭과 중복해 설치된 시내버스 승강장이나 바닥면보다 높은 승강장 바닥면의 정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천안시의 입장은 법령에 위배된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등에 따르면 장애인 점자블럭은 양측의 활동공간을 확보해 가로등 또는 장애물에 부딪치지 않게 설치해야 한다. 점자블럭 위에나 근접해 시내버스 승강장이 설치된 경우 점자블럭을 재시공하거나 승강장 위치를 변경해야 법령에 부합된다.

보도 바닥면보다 높은 시내버스 승강장의 바닥면을 방치하는 것도 규정에 저촉된다. 장애인편의시설 천안지원센터의 박상희 담당자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시행규칙에 버스정류장은 휠체어의 진출입, 회전 등이 가능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며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의 사고 위험도 초래하는 시내버스 승강장의 단차는 제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인 부분을 떠나 장애인 당사자는 천안시 행태를 성토했다.

천안시교통약자이동권확보를 위한 모임의 김성규 대표는 "장애인 충돌의 우려가 높고 단차 때문에 휠체어 장애인은 비가 와도 승강장안에 들어서지 못하는 시내버스 승강장을 놔두면서 저상버스만 운행하는 풍토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73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천안시, #시내버스 승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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