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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말라. 살기 위해 죽으리라. 일어나라 일어나. 내 사랑아~. 어둠을 뚫고 한빛 되어 살아나라."

 

1911년 5월 18일 세상을 뜬 오스트리아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2번 '부활'이 울려 퍼졌다. 지난 9일 오후 6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성문밖교회 예배당에서 생긴 일이다.

 

"우리 공연은 광주정신의 전국 부활을 상징"

 

합창 연습에 나선 이들은 모두 23명. 대부분 서울지역에서 초·중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다.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 '518명의 대합창'을 위해 이곳에서 남몰래 땀 흘리고 있는 것이다. 광주문화예술회관이 주최하는 이 공연은 오는 17일과 18일 옛 전남도청 앞 특설무대 등지에서 펼쳐진다.

 

지휘를 맡은 이영국 영림중 교사(음악)는 독감에 걸려 땀을 흘리면서도 피아노 반주에 맞춰 연신 손을 위아래로 바삐 움직였다.

 

"요사이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광주정신은 광주에서만 머물러서는 더욱 더 안 되죠. 이번 대합창은 광주시립교향악단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시민합창단 518명이 참여해 꾸미게 됩니다. 이런 방식의 공연이 바로 광주항쟁의 전국적인 부활을 상징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 희열까지 느끼게 됩니다."

 

연습에 참여한 이들은 이 교사의 지휘에 맞춰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로 나눠 합창곡을 불렀다. 지난 2월 18일 첫 모임이래 11번째 연습이다. 참석자들은 연습할 때 쓰는 밥값과 뒤풀이비용을 서로 갹출해오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연습은 광주시립교향악단에서 시민합창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은 전교조 서울지부가 올해 초 신청을 하게 되면서 시작됐다.

 

참가자들 사이에서 '군기반장'으로 통하는 송재혁 교사는 "항쟁 30주년 기념공연을 위해 합창단을 모은다고 해서 '사회적 맥락에서 노래하기'란 연수를 받은 교사들 중심으로 중창단을 만들어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활' 공연 위해 자기 주머니 털어가며 3개월째 땀방울

 

 

연습이 한 시간쯤 진행됐을 무렵 서울 경문고 합창단 출신 졸업생 6명이 합세했다. 교사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이들을 반겼다. 30년 전의 광주민주화운동이 공통분모가 되어 제자와 교사를 한 곳으로 모이게 한 셈이다.

 

경문고 유로기아 중창단 출신인 윤대근씨는 "전교조 선생님이랑 화음을 맞추니 노래가 살고 기분도 좋다"면서 "광주 공연에 참가하려면 일주일 내내 직장에서 야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이번 광주 공연에는 전교조 서울지부 교사들을 비롯해 광주시립합창단, 부산한울림 합창단, 조선대 음악교육과 합창단 등이 참여하게 된다.

 

이날 연습이 끝난 시각은 오후 9시쯤. 뒤늦은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 탁자에 둘러앉은 교사들의 이바구 속에서 80년 5월, '해방 광주'가 부활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낼 예정입니다. 


#광주민중항쟁#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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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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