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사장님 ! 하고 부러운 듯 불리던, 내 초등학교 친구, 박갑수…사업에 실패하고 보니, 하루 아침에 해변 모래사장에서 노숙자로 살게 되었더란다.정말 세상살이가 뜨거운 모래밥 한 그릇은 얻어 먹어야제대로 된 인간이 된다는 것을,밑바닥 인생이 되어 비로소 깨닫게 되더란다.뜨거운 땡볕 아래 한 알 한 알 모래알이 익어가는 것이 누렇게 볍씨처럼 고개 숙여 익어가는 것으로 보이더란다.헛된 세파에 날려 보낸 집 한 채 그리워,밤마다 백사장에서 짓고 부수고 다시 지으니,가슴 밑에서 찰박찰박 소리치는 파도소리 들을 수 있겠더란다.대기업은 아니지만,그래도 중소기업 사장으로직원들에게 큰 소리 치며 산 것이,*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이고 자신의 존재가 그저백사장 모래알보다 작은 존재라는 것을 알겠더란다. 지글지글 뜨거운 모래무덤에 살찐 영육을 묻고 다 태우고 나니, 어떤 날은 갈매기처럼 훨훨 하늘을 날기도 했더란다.그렇게 살을 징그럽게 섞으며 함께 살았으면서도 목이 메이는 모래밥만은함께 먹기 싫어서, 바다 건너 혼자 떠난 늙은 마누라 심정도 이해하겠더란다.모래알 한알 한알이 그저 백사장에 모여 사는 것이 아닌 것처럼,물새듯이 새어나간 작은 푼돈이, 그 큰 사업의 방둑을무너뜨린 것을무릎치며 깨우치게 됐더란다….
덧붙이는 글 | *모든 유위법은 꿈과 꼭두각시 같고 물거품과 그림자 같으며 이슬 같고 번개 같다는, 금강경에 나오는 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