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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촛불집회 관련 국민들은 반성해야' 발언이 알려진 가운데 13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는 대학생, 예비군, 고등학생 등이 '반성문 피켓'을 들고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촛불집회 관련 국민들은 반성해야' 발언이 알려진 가운데 13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는 대학생, 예비군, 고등학생 등이 '반성문 피켓'을 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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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전혁 콘서트 ㄱㅅㄱㅅ(감사 감사) 흥이 절로 나네요."

넷북을 들고 나온 장주성(18)군의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이와 같은 문구가 떴다. 전날에 이어 13일에도 소라 기둥 앞에 자리를 잡고 앉은 장주성(18)군은 소라기둥 뒤편에서 '단독 콘서트'를 하고 있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노래에 맞춰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장군은 오후 7시 10분경 '촛불소녀' 친구 강진하(18)양과 함께 청계광장을 찾았다.

"촛불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시민들이 '반성'의 촛불과 피켓을 들었다. 12일 3명의 시민이 '반성의 촛불'을 밝힌 데 이어 이날은  20여 명의 시민이 피켓을 들고 함께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조전혁 대책위원회'가 마련한 '올바른 교육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대한민국 교육살리기, 희망나눔 콘서트'는 연예인들의 출연취소 결정으로 25분 만에 '썰렁'하게 끝이 났지만, 소라기둥 앞은 전날에 비해 한층 더 북적거렸다.

"반성합니다. 닥치고 투표하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촛불집회 관련 국민들은 반성해야' 발언이 알려진 가운데 13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는 대학생, 예비군, 고등학생 등이 '반성문 피켓'을 들고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촛불집회 관련 국민들은 반성해야' 발언이 알려진 가운데 13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는 대학생, 예비군, 고등학생 등이 '반성문 피켓'을 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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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소라기둥을 앞을 찾은 사람은 장군 만이 아니었다. 오후 7시경, 가장 먼저 도착한 박진호(31)씨는 "부끄럽네요. 반성한다는 분이 적반하장으로 국민에게 반성을 요구하다니 투표로 답합니다. 6.2일 꼭 투표"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섰다. 다소 긴장된 표정의 박씨는 "어제 1인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제 스스로 겁쟁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이렇게 혼자 나와서 내 생각을 알리고 싶었다"고 '1인 시위' 이유를 밝혔다.    

예비군 복장을 한 김원재(31)씨는 스스로를 '촛불예비군 O.J'라고 소개했다. 2008년 촛불 때 썼던 별명이란다. 김씨는 "반성할 사람이 없다고 그래서 왔다"며 소라기둥 오른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손팻말을 들었다.  

"반성합니다. 그러므로 촛불예비군은 닥치고 투표하겠습니다." 

오후 7시 15분경, 10여 명의 대학생들이 '반성'에 동참했다. 이들은 바닥에 앉아서 우드락에 색색의 펜으로 각자가 하고 싶은 말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물리공부만 한 것 반성합니다. 앞으로 투표하겠습니다.-물리학과 대학생"
"반성할 사람은 바로 너야"

대학생들이 동아일보 건물과 파이낸스 센터 건물 앞에 각자 흩어져서 피켓을 들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7시 30분경, 경찰의 경고방송이 나왔다.

"여러분은 지금 1인 시위를 빙자한 미신고 옥외집회를 하고 계십니다."

그러자 전날 처음으로 '반성의 촛불'을 들었던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조전혁 콘서트'가 열리는 곳을 가리키며 "왜 정치집회는 가만히 있냐. 선거법 위반 아니냐"며 항의를 하기도 했다. 종로구 정보과 형사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소라 광장 주위를 배회했고, 기동경찰 1개 중대가 배치되었다. 전경들은 버스 창문을 통해 소라 광장 쪽을 바라보기도 했다. 

'조전혁 콘서트' 참가 노인들과 실랑이도

잠시 후, 한 무리의 노인들이 '반성하는 시민들' 앞을 지나갔다. '조전혁 콘서트'에 참석한 사람들이다. 이들 중 한 남성은 피켓을 든 대학생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애들 데려놓고 세워놓고 말이야. 너무 한심해. 이게 할 짓이야!"

그러자 옆에 있던 여성은 "이명박 대통령만큼 해봐라. 그만큼 했음 됐지 얼마나 더 잘해. 무조건 잘못한다고 그럼 어떡해"라고 거들었다. 이들과 청계광장에 있던 사람들 사이에는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있다. 한 시민은 이 여성에게 "잘못하니까 그렇지"라는 말을 한마디 톡 쏘고는 가던 길을 갔다.

35분경 해산명령이 내려졌다. 이를 지켜본 시민 서상영(44)씨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반성하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서 피켓을 든 것 아니냐"며 "이명박 정권 들어서 상식이 안 통하는 사회가 된 것 같아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서씨는 "문제는 지금 세대보다 우리 애들 세대"라며 "4대강 사업부터 현 정부가 벌여놓은 것들을 어떻게 뒷감당 할지 걱정"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대학동기와 함께 '반성의 피켓'을 든 정유현(21)씨는 "MB가 반성하라는 이야기가 어이 없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삶에 쫓기면서 살아온 내 자신을 반성하는 기회를 준 것 같다"고 전했다.

"3차 해산명령입니다. 공공의 질서와 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으로부터 5분 내에 자진해산하지 않을 시 현행범으로 체포하겠습니다."

7시 50분께, 또 다시 해산명령 방송이 나왔다. 소라 기둥 앞에서 '반성의 피켓'을 든 사람들은 서로에게 박수를 쳐주며 자진해산했다.


태그:#촛불 , #이명박 , #조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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