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를 뜻하는 붉은 장미가 이상규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건네졌다. '순결'을 뜻하는 하얀 백합은 한명숙 민주당 후보에게 건네졌다.
두 후보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 야 4당(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국민참여당)대표가 건넨 꽃을 한 손에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론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두 손을 높이 올리며 이상규 후보가 먼저 "빼앗긴 서울을 되찾아오겠다"고 선창했다. 뒤이어 한명숙 후보가 "6월 2일 승리하겠습니다"고 따랐다.
한명숙 민주당 후보와 이상규 민주노동당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후보를 내지 않은 창조한국당과 국민참여당도 이날 두 후보가 합의한 공동 정책·공약과 공동 서울시정 구성 및 운영 방안에 동의하고 서울시장 선거 야4당 연대를 합의했다. 4+4 협상체의 일원이었던 '희망과 연대', '민주통합시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도 이날 두 후보의 단일화 합의에 환영 의사를 표했다.
이로써 진보신당을 제외한 야 4당의 서울시장 단일후보는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이날 한명숙 후보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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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장 범야권 단일후보에 한명숙, "서울의 새아침 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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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대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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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서로 손 맞잡는 것 이상으로 서로의 몸을 밧줄로 이어야"
"대통령부터 시장,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까지 모두 한나라당 천지인 서울특별시는 재개발 철거민에겐 죽음의 도시이며, 결식아동에겐 눈칫밥 도시이고, 학부모에겐 사교육 천국도시, 청년 실업자에겐 자살을 선택해야 하는 절망의 도시, 촛불 네티즌들에겐 암흑의 도시다."
이상규 후보는 현재의 서울시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2월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부 심판은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최고의 가치이자 유일한 기준"이라고 자신이 말한 것을 재차 언급했다. 오세훈 현 시장과 대결해야 할 야권 후보가 하나로 뭉칠 때만이 'MB정부 심판'이라는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였다.
우선 그는 "당 내외의 적지 않은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후보 단일화를)단행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MB정부 심판이라는)국민적 열망과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려와 반대의 의견을 표명한 당직자와 당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넓은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어, "도탄에 빠진 노동자, 서민을 구하겠다는 정당과 정치인이 서로 힘을 모으지 않는다면 몇 사람이나 구하겠나, 서로의 손을 맞잡는 것 이상으로 서로의 몸과 몸을 밧줄로 이어 잡아 당겨야 구원해줄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야권 후보 단일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한명숙 후보의 필승을 기원한다, 아니 반드시 당선돼야 하고 저 역시 한명숙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차이가 있다면 나중으로 미루고 같은 것이 있다면 크게 키워서 도탄에 빠진 서민을 구원하는 일에 먼저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명숙 "마침내 하나... 함께 서울의 변화, 대한민국의 희망 만들자"
한명숙 후보는 "돌아보라, 여기 민주당 후보가 있나, 민주노동당의 후보, 국민참여당의 후보가 따로 있나, 시민후보가 따로 있나"라며 "그렇다, 지금 우리는 마침내 하나다"라고 선언했다.
그는 "우리는 오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며 "냉소와 불신의 정치를 희망의 정치로 바꾸고 분열의 상처를 딛고 이념과 정파의 차이를 넘어서 공동의 목표, 단일후보로 선거에 임하게 됐다"고 이번 단일화 합의의 의미를 부여했다.
또 "모이면 힘이 커진다. 87년, 우리가 하나였을 때 독재는 무너졌다"면서 "다시 그 힘이 모였다, 이제 함께 손을 잡고 서울의 변화, 대한민국의 희망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한 후보는 또 "국민을 화나게 하면 어떤 결과가 빚어지는지를 똑똑히 보여달라"며 MB정부 심판을 강조했다.
"가족의 건강과 안전한 식탁을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던 시민들에게 '반성하라'고 말하는 이 사악하고 비열한 정권에게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줍시다. 4대강을 죽이고, 언론의 입을 막고, 광장을 봉쇄하고, 정치보복을 일삼는 이 무도한 정권을 심판합시다. 전시성 사업과 홍보로 허송세월한 겉치레 시장의 시대를 지워버리고 사람중심의 도시, 사람특별시를 만듭시다."
야 4당, '한명숙 단일후보' 승리 결의... 강기갑 "2번 종자 선택해달라고 하겠다"
각 당 대표들도 이번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합의로 고무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앞서 두 정당이 선거에 앞서 단일화를 한 적은 있지만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야 4당이 연대하거나 후보 단일화를 이룬 것은 한국 정치사에 없었다"면서 "남은 3주 동안 야권 단일후보 승리를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 꼭 승리하자"고 강조했다.
강기갑 민노당 대표는 "공당이 후보를 내고 그 후보를 사퇴시킨다는 것은 당의 존재감을 포기하는 것과 같지만 민노당은 국민의 거대한 요구를 거부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어제까지만 해도 이번 선거농사에서 5번 종자(민노당)를 선택해달라고 말했는데 오늘부터는 서울시장 후보는 2번 종자(민주당)를 선택해달라고 하겠다,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정 참여당 대표도 이번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위대한 정치혁명"이라고 칭하며 "국민들의 요구로 만들어진 야권 단일후보, 한명숙 후보를 당당히 서울시장 후보로 당선시켜 이명박 정부의 무도한 정책들을 중단시키는 변화를 이끌어내자"고 강조했다.
한명숙 캠프 선대위원장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야 4당만이 아니라 야권연대를 위해 노력해온 모든 시민단체, 여성·환경·법조·학계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 시민사회 원로들, 종교인까지 포함하는 범민주 공동선대위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선거는 단순히 민주당 한명숙 후보의 선거가 아니라 이 땅의 민생과 민주주의, 평화를 바라는 온 국민의 마음을 받아 임하는 선거"라며 "선거운동 첫날인 20일 천안함 침몰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사악한 무리를 상대로 치르는 선거기 때문에 결연한 각오로 임해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야4당·시민사회 참여하는 공동정부 구성키로... 당선시 공동인수위 활동 |
한명숙 민주당 후보와 이상규 민주노동당 후보는 이날 후보 단일화 외에도 공동정책·공약 및 공동정부 구성 방안 등에 대한 합의를 일구어냈다.
두 후보는 먼저 이날 합의서를 통해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단결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여 힘을 모아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실정을 심판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다른 야당과 시민사회를 폭넓게 망라한 참여와 협력의 바탕 위에 시민참여형 공동지방정부를 구성하겠다"며 "주민참여 예산제를 전면 도입하고 시정운영 공개를 확대해 민·관 거버넌스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후보단일화의 전제 조건이었던 공동 정책·공약은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 실시 등 공교육 강화 위한 지원 확대 ▲서민 고용안정과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 ▲재개발·뉴타운 사업의 근본적 대안 마련과 서민주거안전망 확충 등 3대 과제로 정리됐다.
이들은 이와 함께 ▲4대강 사업 및 한강르네상스 중단 ▲교육과 복지예산 대폭 확대 ▲서울시 및 산하기관 비정규직 단계적 축소 및 공무원 노동권 보호 노력 ▲SSM 규제 방안 마련 및 중소기업·영세상인 지원책 마련 ▲공공무상보육 실현 및 아동수당 점진적 확대 ▲사회적 약자의 권리보장 정책 추진 ▲대학생 생활지원 프로그램 시행 ▲주민참여 예산제 도입 ▲서울시 및 산하기관 고위직 여성할당제 시행 ▲건강사각지대 해소 지원책 마련 등 구체적인 10대 기본과제도 정했다.
또 공동 서울시정 구성 및 운영을 위해 "당선자는 당선 직후 민노당과 공동선대위에 참여하는 모든 정당·시민사회단체 등과 협의하여 공동으로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 인수위원회는 서울시의 목표와 과제, 운영원칙 및 인사위원회 구성방안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또 공동시정운영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인수위가 정하는 기준에 의해 참여 구성원을 정하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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