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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여기 야채 좀 더 달라니까! 거 참..."
"예예... 지금 갑니다!"
"아, 진짜... 몇번을 부르게 만드는 거야? 종업원들이 영 굼떠서 이거 원..."

지난 금요일(7일), 이른바 '술시'를 맞은 한 음식점의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아마도 옆자리의 남자 손님은 아이들까지 데리고 외식을 나온 것 같은 데, 뭔가 한참 부족한 모양이다. 이날따라 이 음식점에는 시끌벅적한 술모임 손님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쳐, 종업원들이 눈코 뜰 새가 없다.

그런 종업원 아주머니의 뒤에 대고 옆자리 손님이 계속 구시렁거린다. 아이들은 그 모습을 눈만 멀뚱멀뚱 뜬 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 넓은 음식점에 서빙하는 사람이라고는 중년을 넘긴 아주머니 2명이 전부다. 여기저기 테이블에서 부르는 소리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분주히 움직이지만 힘에 부친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인정받는 비결은?

그런데, 조금 있으니 우리 가족의 테이블에도 반찬이며 야채가 부족한 한 것이 아닌가. 종업원 아주머니들이 바쁜 것 같아 아들에게 시키려다 조금 기다리기로 했다. 잠시후 지나가는 종업원 아주머니를 나즈막히 불렀다.

"저기, 사모님.. "
"예? 저 불렀어요?"
"예, 반찬이 맛있어서 그러는데 한 번만 더 가져다 주셨으면 하는데요. 야채도 더 필요하네요."
"예, 더 드려야죠.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바로 올게요."

그런데, 여러 번 불렀다는 조금 전 옆자리 상황과는 응답의 속도가 다르다.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로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닌가. 땀까지 연방 흘리는데도 미소까지 빼놓지 않는다. 아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한마디 한다.

"아빠, 우리 자리는 저 아주머니가 왜 웃으면서 빨리 갖다주는 거죠?"
"응, 배려하는 예절은 돈 안들고 인정받는 비법이란다"
"......"

가족들과 자리를 마치고 계산대로 나서는데 종업원 아주머니가 친절하게도 뒤따라 나온다.

"맛있게 드셨어요? 갑자기 손님이 들이 닥쳐서 시중도 제대로 못해 드렸네요. 말씀이라도 가족 대하듯 따뜻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또 오세요. 다음에 손님 없을 때 오시면 더 잘 챙겨드릴께요."

왕대접을 받으려면 우선 나의 배려가 우선이다. 어린이날 외식을 나선 우리가족.(특정기사내용과 무관)
▲ 손님은 왕? 왕대접을 받으려면 우선 나의 배려가 우선이다. 어린이날 외식을 나선 우리가족.(특정기사내용과 무관)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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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고자 하면 먼저 주라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불행하게도 노릇은 제대로 하지 않고 대접만 받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만 내세워 정말 종업원을 아랫사람 다루듯 함부로 하지는 않았는지. 이럴 땐 정말 우리나라가 예절을 중히 여기는 '동방예의지국'이 맞나 싶다. 차라리 서양의 '당신 먼저!(After you!)'라며 배려하는 문화보다 한참 부족한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내가 대접을 받으려면, 먼저 상대방을 인정하고 나를 낮추자!'

내가 40여 년간 지켜 온 변함없는 인생의 모토이자 생활철칙이다.

음식점에서 내 돈내고 밥 먹는데 무슨 예의가 필요한지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일상적으로 우리가 늘 따지는 '기본'만이라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오죽하면 성경에도 '내가 대접받으려면 먼저 남을 대접하라', '받고자 하면 먼저 주라'고 하지 않았는가?

'어이' '여기요' '저기요' '아줌마' '아가씨' '언니' '동생' '삼촌'...이 단어들은 촌수를 나열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종업원에게 생각없이 불렀는 호칭의 일부이다. 여성종업원의 상당수가 부적절한 호칭 때문에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당신은 아는지 모르는지...

호칭에도 부르는 사람의 인격이 담겨있다

서비스 업종에서 종업원을 부를 때 난감한 경우가 많으리라. 하지만 난감한 데도 무턱대고 부를 것이 아니라 인격 존중의 차원에서 호칭을 조금만 배려해 보자.

여성종업원을 흔히 부르는 호칭인 '아줌마'는 유행가 가사에나 어울리지, 어딘지 비하한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가? 어디 그뿐인가. 젊은 여성에게는 '언니'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것도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한술 더 떠 '이모'도 있다. 이제는 촌수 계산이 복잡해진다. 게다가 남자종업원은 나이에 상관없이 '아저씨'로 통일되는 분위기다.

'아주머니'나 '아줌마' 호칭 대신 '사모님', '아가씨' 대신 '여보세요'라고 부르면 어떨까? 미용실에서 머리를 만져줄 때 '아줌마' 대신 '원장님', 택시기사분에게는 '기사아저씨'라 부르기보다는 '기사님'으로 불러 보자. 회사에서 매일 만나는 미화원 아주머니에게도 '사모님'으로 한 번쯤은 바꿔 불러 보라.  

호칭부터 배려해야 우리도 그들에게 귀한 '손님'이 될 수 있다. 인지상정이다. 사람은 자기한테 잘해주는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하기 마련이다. 대접 받으려면 먼저 대우를 해야 한다. 물론, 손님의 '배려' 뒤에는 '진심어린 손님맞이'가 선행되야 함은 필수다.

손님의 '배려'를 원한다면 '진심어린 손님맞이'는 기본이다.
▲ 불결한 '컵' 손님의 '배려'를 원한다면 '진심어린 손님맞이'는 기본이다.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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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왕으로  대접 받고 싶은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고,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도 있다. 또, '입은 닫을수록 좋고 지갑은 열수록 환영받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왕으로 인정받았다고 생각되면 답례로 보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팁'이라고 불리는 답례를 많이 해야 꼭 위신이 서지는 않는다. 단돈 5천 원이라도 진정한 고마움을 표현해 보자.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중요하다. '팁'은 반드시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

계산할 때 주인에게 직원의 대접을 잘 받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 후 직원에게 전해주라고 당부하며 건내주면 금상첨화이리라. 주인은 직원의 칭찬을 들어서 기분 좋고, 직원은 주인에게 인정 받아서 기분 좋고, 손님인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생각해 보자. 상상만해도 즐겁지 아니한가?

미소와 칭찬은 존경받는 첫 번째 비결

"존경받는 인격의 비결은 결코 없다. 상대방을 미소 짓게 하려면, 먼저 미소 지으라. 관심을 끌고 싶으면, 먼저 관심을 보이라. 칭찬을 듣고 싶으면, 먼저 칭찬하라. 그들을 긴장케 하고 싶으면, 당신이 먼저 긴장하라. 그들을 소리 지르게 하려면, 당신의 목소리를 먼저 높이라. 사람들은 당신이 그들을 대접하는 대로 당신을 대접한다. 아주 간단하다. 비결 같은 건 없다.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윈스턴 처어칠)

하찮은 일이라고 치부하지 말라. 내가 먼저 베풀고 실천하면 상대방이 기분 좋고 나 또한 보람을 느낀다. 어디 그뿐이랴. 자녀들에게 이렇게 좋은 '산교육'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만나는 모든 이들이 내 가족, 내 이웃이라는 생각으로 너그러운 배려를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은 나만의 희망사항일까? 

당신은 어떤 모습을 세상속에 각인하고 싶은가?


태그:#배려, #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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