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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철쭉은 피지 않고 구름만 걸려 있다
▲ 철쭉군락지 아직 철쭉은 피지 않고 구름만 걸려 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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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나뭇잎이 짙게 물들어가는 오월, 싱그러운 산 빛을 따라 남쪽으로 길을 나섰다. 지리산의 바래봉 철쭉 군락지를 찾아가기 위해서다. 지리산의 높은 봉우리에 핀 철쭉 군락이 오월의 신록 못지 않게 유혹한다.

어제의 태양이 다시 산등성이로 뛰어올라 바래봉 아래 운봉면 용산리를 밝게 비춘다. 깊은 잠에 취해 있던 용산리는 이내 어둠을 서서히 밀어내고 조금씩 깨어난다.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고 주변 산 빛은 세안을 한 듯 맑고 투명한 얼굴로 상춘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길로 들어섰다. 입구부터 산길을 따라 도열을 하듯 펼쳐진 철쭉이 그림 같이 펼쳐진다. 여기저기 사람들의 탄성소리가 들려온다. 사람들은 몇 발짝 걸음을 떼지 못하고 활짝 핀 철쭉을 화폭 삼아 그 속에서 숨바꼭질을 한다. 산속으로 쏟아지는 맑은 햇빛으로 산속 풍경은 발랄하고 생기가 넘친다. 더욱이 연초록 나뭇잎이 드리운 아침 산 빛은 철쭉의 자태를 더욱 곱게 만들고 있다.

이른아침 바래봉 가는길
▲ 바래봉 가는길 이른아침 바래봉 가는길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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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봉으로 가는 산길은 여러 사람이 함께 걸을 수 있는 신작로다. 귀여운 꼬마가 아빠와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씩씩하게 올라가는 모습이 참 귀엽다. 이따금씩 다람쥐도 길로 내려와 잠시 놀다가 달아나곤 한다. 점점 산길이 가팔라진다. 하지만 어린 꼬마는 아직은 신이 난 모양이다. 아빠를 따라 흥얼거리며 열심히 걷고 있다. 멀리 산 아래 마을이 점점 넓게 펼쳐진다.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지고 사람들의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길가에 서 있는 큰 나무 그늘에 사람들은 잠시 몸을 숨기고 숨을 고른다.

얼마쯤 올랐을까? 등짐이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정상까지 도대체 얼마나 남았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그늘에 잠시 앉아 물로 목을 축이자 벌써 하산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 새벽에 길을 나선 모양이다. 하지만 아무 말이 없다. 얼마나 남았는지 그리고 풍경이 어떠한지 물어 볼려다 그만 참았다. 왜냐하면 생각보다 산길은 험하지 않고 경사가 완만하기 때문에 금방 올라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잠시 숨을 돌리고 산등성이로 올라섰다. 이마에 흐른 땀이 볼줄기를 타고 목으로 내려온다. 손수건을 주머니에서 꺼내어 땀을 닦았다. 갑자기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정신을 새롭게 한다. 고개를 들어 발 아래 펼친 풍경을 보았다. 탁트인 산 아래 풍경이 마음속을 시원하게 펼쳐놓는다. 하지만 약간의 황사가 있어 투명한 산 아래 풍경이 아쉽다.

바래봉엔 아직 철쭉이 피지 않았다
▲ 바래봉 철쭉군락지 바래봉엔 아직 철쭉이 피지 않았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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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등짐을 메고 산길을 걸어올라 갔다. 내내 깊 옆에 따라오던 철쭉꽃이 보이지 않는다. 가만히 살펴보니 아직 꽃이 피지 못하고 봉우리 모양 그대로다. 산 아래에 활짝 피어 있는 철쭉이 정상에는 기온으로 인해 아직 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년 같으면 이미 활짝 피어 있을 철쭉군락지가 이상기온으로 개화시기가 늦어진 것이다.

아! 이걸 어쩌나! 오래전부터 얼마나 고대하고 새벽같이 먼 길을 달려 왔는데... 큰 실망이 아닐 수 없다. 미리 나름으로 많이 알아보고 왔건만...

바래봉 아래 팔랑치 산등성이에 털썩 주저앉아 지리산을 한참 바라보았다. 오른쪽 노고단에서 시작하여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희미한 능선이 병풍처럼 나를 감싸고 위로하는 듯 서 있다. 그 병풍으로 대신 위안을 삼는 수밖에...

아직 많은 사람들이 산길을 따라 바래봉으로 계속 올라오고 있다. 그들 또한 나와 같은 심정으로 이곳을 한참 바라만 보리라.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쉬운 마음을 여기에 내려놓고 다음에 오는 수밖에... 다음에 올라오면 기다리고 실망한 만큼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지 않겠나 ?

다음주 5월 22일쯤에는 지리산 바래봉은 꼭 약속을 지킬 것이다.

멀리 노고단이 보인다
▲ 지리산 풍경 멀리 노고단이 보인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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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참고]16일 현재 바래봉 산아래는 만개되었으나 산정상은 아직 피지 않았습니다. 22일쯤에 만개가 될 것 같습니다

가는길 : 대전 - 전주- 남원 - 운봉읍- 용산리



태그:#바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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