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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쥐가 나에게 가르쳐준 쥐잡기 방식으로 잡은 쥐
쥐가 나에게 가르쳐준 쥐잡기 방식으로 잡은 쥐 ⓒ 김수복

저는 다양한 것을 좋아합니다. 관심사도 다양하고 먹는 것도 다양합니다. 만나는 사람도 그 직업이나 개성, 성별, 인종은 물론이고 나이를 따져본 적이 없습니다.

저희 집에는 사람이면 모두가 무섭다고 혹은 징그럽다고 피하는 지네와 두꺼비가 참 많이 있습니다. 원래 대나무가 있는 집에는 지네가 많다고 합니다. 커다란 날개로 웅웅 소리를 내서 공포를 느끼게 하는 말벌도 참 많이 찾아옵니다. 거미도 있고 개미도 있고 지렁이와 뱀들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모든 생명들과 공존 공생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들을 해코지 한 적이 없고 그들 또한 저를 해코지 한 적이 없습니다. 때문에 저와 그들은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쥐는-오 조상님 용서하소서-이들은 그냥 쥐라고만 해서는 말이 잘 안 됩니다. 개가 새끼를 낳았을 때의 그 새끼와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의 새끼라는 명사 하나를 더 붙여야만 말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반드시 쥐를 쥐라고 말하지 않고 새끼를 붙여서 말하곤 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쥐의 삶을 간섭한 바 없고 무슨 시비를 한 적도 없는데 저를 너무나도 괴롭히기 때문입니다. 정말이지 쥐XX는 그 모습만 떠올려도 이가 갈립니다.

두꺼비는 몸이 울퉁불퉁 이상하게 생겼으면서도 제가 만지면 오랜 친구인 양 가만히 있어줍니다. 반면에 쥐는 제법 날렵하고 붙임성도 있게 생겼으면서도 저와는 눈 한 번 마주쳐준 적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제가 고생해서 확보한 식량은 잘도 먹어 치웁니다. 먹어 치우기만 하나요.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갉고 찢고 흘려서 아주 못쓰게 만들어버리기 일쑤입니다.

이 웬수놈의 쥐XX들을 어찌하나. 제가 그동안 머리를 참 많이도 굴렸습니다. 연식이 오래되어 잘 돌지도 않는 머리를 굴리다 보니 흰머리만 자꾸 늘었습니다. 그래서 그만 포기할까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쥐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찢고 뚫으면 또 얼마나 한다고 야박하게 살해를 도모할 필요까지야 있겠는가, 하는 반성으로 몇 달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제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쥐는 농수축산 그 어떤 분야에서도 재배 및 양식 가공의 기술이 없습니다. 그러한 기술을 배우고자 하지도 않습니다. 때문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식량위기에 노출됩니다. 이 안타까운 현실을 어찌하나. 하지만 저는 결국 사냥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심을 굳혔습니다. 왜냐하면 생산에는 아무 관심도 없으면서 남의 것을 훔쳐다가 창고에 쌓아놓는 기술은 대단히 탁월한, 존재 자체가 착취의 성분으로만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가난해서 허술한 집만 공격하는 쥐들, 얄밉다 정말

고백을 하자면 제가 참 많이 가난합니다. 가난은 지켜야 할 것이 없으니 홀가분하고 그래서 행복에 가깝다는 말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현대를 살아가자면 최소한의 돈은 필요합니다. 동굴이나 무인도로 피난을 하지 않는 이상 전기료에 가스비에 전화료 등등은 필요하고, 쌀값이라든가 기본적인 부자재들, 이를테면 소금이라든가 콩기름, 그리고 세제라든가 운동화 같은 것들을 구입할 돈이 있어야 합니다.

주요 부식들은 마당에 지천으로 깔린 온갖 풀들이며 꽃들을 따다가 생으로 먹거나 데쳐서 먹기에 돈 들 일은 별로 없습니다. 이렇게 살다 보니 어머니와 둘이서 월 45만원 정도면 생활이 가능한데 이 안에는 물론 가끔 들러야 하는 어머니의 병원비와 유류대도 포함이 됩니다.

가난뱅이 주제에 무슨 자동차까지 운영하느냐는 반문이 혹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골에서는 가난할수록 자동차가 필요합니다. 버스는 잘 있지도 않거니와 오후 8시면 막차가 떠나 버립니다. 택시는 왕복요금을 계산해야 합니다. 그러니 자동차가 없는 편보다는 있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답이 나오게 됩니다.

무엇보다 저는 어머니와 둘이서만 사는 게 아니라 어머니의 친구랄 수 있는 개도 데리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고자 아들이 집을 나선 뒤에 어머니는 개를 보시면서 "개가 쌀 같네, 하얗기도 하네"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시간을 보내십니다. 그런데 이  개가 어느 날 새끼를 여섯 마리나 생산해 버렸습니다. 여기서 버렸다고 표현하는 것은 제가 이들을 다 먹여살릴 능력이 있는가 의심스럽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이 여섯 마리의 강아지 중 세 마리를 후배가 어디어디에 분양하겠다고 해서 내주었습니다. 그 뒤에 남은 세 마리 플러스 어미 이렇게 해서 지금 네 마리의 개가 저희 집 식구로 동거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와 제가 먹는 쌀값보다 개 사료값이 더 많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개가 먹으면 얼마나 먹으랴, 했는데 계산을 해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한 포에 수만 원씩 하는 고급 사료는 감히 꿈도 못 꾸고 가장 싼 것을 구입하는데도 그렇더라고요. 문제는 값이 아니라 사료를 어디에 보관하느냐였습니다. 개 사료를 부엌 싱크대 안의 쌀자루와 함께 둔다는 것이 글쎄, 딱히 이유는 없지만 뭔가 구성이 잘 안 맞는다 싶어 바깥의 창고에 두기로 했습니다. 이것을 저와는 하나도 친하지 않고 인사 한 번 나눈 적이 없는 쥐들이 떼로 몰려와서 먹어 치우고 일부는 아예 못쓰게 만들어놓는 것이었습니다.

         도무지  참을 수 없는 쥐들의 횡포
도무지 참을 수 없는 쥐들의 횡포 ⓒ 김수복

참을 수 없는 쥐들의 생존방식

창고는 본체와는 달리 시멘트 벽돌로 지은 것이라서 제법 튼튼합니다. 그 튼튼한 건물을 어떻게 쥐들이 뚫고 들어와서 그 난리를 피울 수 있는지는 제가 아직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대단합니다. 두꺼운 비닐로 된 사료 포대를 어쩌면 그렇게 잘도 뚫는지 구멍으로 사료가 죄다 쏟아져 나옵니다. 흘러나온 그것을 날마다 쓸어담는 것도 일이지만, 비라도 올라치면 습기에 눅눅해지고 결국에는 바스라져서 아주 못쓰게 되고 맙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이 구석 저 구석 집안 도처에 쥐들만의 창고를 지정해놓고 거기에다 사료를 한 알 두 알 물어다가 쌓아놓습니다. 말이 한 알 두 알이지 먹고 하는 일이라는 게 온통 그 짓뿐이니 그 양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다 먹지도 못할 것을 가져다가 쌓아놓고, 또 쌓아놓고, 계속 훔쳐다가 쌓아놓기만 하니 이게 세월의 습기 속에서 곰팡이가 피고 마침내는 썩어서 집안에 악취가 진동을 합니다.

여기서 저는 강력한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식량위기가 지구촌 모든 생명의 문제로 확산되는 이 시점에서 쥐들은 어쩌면 저리도 파괴적이란 말인가. 제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쥐는 머리가 작아서인지 건망증 수치도 아주 높습니다. 때문에 남의 것을 일방적으로 먹어대고도 감사할 줄을 모릅니다. 남의 것을 멋대로 먹어대고 귀찮게 하는 동물로는 또 한 종류 파리가 있습니다. 파리는 그래도 두 손을 싹싹 비비는 식으로 뭔가 재롱을 떠는 것도 같고 용서를 구하는 것도 같은 자세라도 취해 보이지요. 그러나 쥐는 그런 최소한의 인사조차도 없습니다.

게다가 쥐들의 생존전략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기가 막히고 분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 되곤 합니다. 쥐들은 도대체가 먹을 것이 남아도는 부자들은 건드릴 생각을 안 합니다. 저희 아랫집에 저보다는 적어도 50배 이상 잘 사는 분이 계시는데 그 분의 창고에는 쥐똥 하나 없다 합니다. 이게 뭡니까. 제아무리 부자라 해도, 제아무리 철통같은 보안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해도 쥐들의 그 특출한 능력이면 얼마든지 뚫고 들어갈 수도 있을 텐데, 꼭 없는 자들만 찾아다니며 벼룩의 간을 내먹듯이 처먹어대고 찢어서 못 쓰게 만들어 댑니다.

쥐들의 이런 게으르고 야비한 생존전략을 제가 인정해야만 할까요? 그래, 그래라, 부자는 영원히 대대손손 지구가 망하는 날까지 부자로 존속할 수 있도록 손도 대지  말고 아니 이빨도 꼽지 말고 가난뱅이들만 찾아다니며 괴롭히고 뜯어먹어라, 이렇게 자학이나 하고 있어야 할까요? 이 문제에 대해 저는 한 번 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쥐XX들마저 인간을 차별대우하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그러자 견딜 수 없이 놀라운 슬픔이 확 밀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쥐의 공격으로부터 사료를 지킨다고 상자에 포대를 넣어 보관했는데 이 안으로 쥐가 들어가서 못 나왔다. 이렇게도 쉬운 쥐잡기 방식이 있었을 줄이야. 이것을 가르쳐준 쥐에게 거듭 감사를 드린다.
쥐의 공격으로부터 사료를 지킨다고 상자에 포대를 넣어 보관했는데 이 안으로 쥐가 들어가서 못 나왔다. 이렇게도 쉬운 쥐잡기 방식이 있었을 줄이야. 이것을 가르쳐준 쥐에게 거듭 감사를 드린다. ⓒ 김수복

쥐로부터 쥐 잡는 방식을 배우다

그리하여 저는 결심을 했습니다. 나를 슬프게 하고, 화나게 하는 쥐XX들을 응징할 비상수단을 강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순진하게도 쥐약이라든가 쥐덫, 끈끈이 같은 고전적인 방법들을 활용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아니더군요. 선대로부터 이미 학습이 된 쥐들은 비웃듯이 끈끈이를 피해가고 있었고, 쥐덫은 영리하게도 미끼로 끼워놓은 멸치만 쏙쏙 빼먹고 있었고, 쥐약은 가끔 먹어주기는 하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러던 참에 우연히, 참으로 우연히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쥐는 수직의 벽을 타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고 강인한 발톱을 갖고 있다는, 어찌 생각하면 너무도 상식적인 그 사실을 새삼 발견하고 저는 눈을 크게 떴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골판지 상자도 아무 문제없이 타고 올라간다는 생각 말입니다.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이러한 생각도 제가 영리해서 하게 된 것은 아닙니다. 미련하다 보니 그것을 발견했던 것일 뿐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었습니다. 쥐가 하도 개 사료를 먹어 치우고 훔쳐가고 쏟아놓고 하니까 이런저런 궁리 끝에 한다는 예방책이 커다란 골판지 상자 안에 사료 포대를 넣어둔다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이중의 보호장치로 쥐가 사료 포대를 건드리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다음날 아침 일찍 잠에서 깬 제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즉각 뛰쳐나가 보았지요. 골판지 상자 안의 사료 포대 속에서 뭔가가 펄쩍펄쩍 뛰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고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커다란 쥐 한 마리가 눈알을 부라리며 뭐라고 찍찍거리고 있었습니다. 이중의 보호 장치로도 쥐의 침입을 막을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바보 같은 저는 쥐를 잡았다는 생각은 미처 해보지 못하고 아 이렇게 해도 안 되는구나, 하고 한숨을 내쉬기까지 했습니다. 한참 뒤에서야 불현듯 어, 잡힌 거네? 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그러니까 이 방식은 제가 발견했다기보다 쥐 스스로 저를 잡는 방식을 저에게 알려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악독한 존재를 만나거든 그를 피하지 말고 관찰하라, 집요하게, 끈질기게 보고 있노라면 악독한 존재 스스로 틈을 보이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하는 생각을 말입니다.

아무튼지 그렇습니다. 쥐는 매끄러운 골판지 상자도 아무 문제없이 타고 올라갑니다. 그러나 두터운 비닐이 수직으로 서 있을 때는 타고 오르지를 못합니다. 바로 여기에 핵심 주제가 있습니다. 두터운 비닐이 세워져 있을 경우에는 타고 오르지도 못하고 구멍을 뚫지도 못한다는 것, 그런데 사료 포대는 두터운 비닐로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잡혀주고, 앞으로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이 쥐의 희생정신에 감사한다. 아울러 미안함을 전하고 싶다
이렇게 잡혀주고, 앞으로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이 쥐의 희생정신에 감사한다. 아울러 미안함을 전하고 싶다 ⓒ 김수복

알고 보면 아주 쉬운 쥐잡기

자, 지금부터 방법론으로 들어갑니다. 쥐를 잡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먼저 두터운 골판지로 된 큼직한 직사각형 상자를 준비하십시오. 높이는 50센티쯤이 적당합니다. 그리고 역시 50센티쯤의 두터운 비닐로 된 포대를 준비하십시오. 이 포대 안에 맛난 냄새를 솔솔 잘 풍기는 음식을 넣은 다음 상자 안에 넣고 상자와 비닐포대 사이에 접착제를 발라 고정시키십시오.

요점은 비닐포대가 빳빳하면서도 약간은 늘어진 형태로 서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포대가 너무 늘어져서 구겨지면 주름이 계단 구실을 하기 때문에 쥐가 타고 올라 도망가 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빳빳하면서도 살짝 늘어진 상태에서는 비닐 특유의 신축성 때문에 타고 오를 수도 없고 구멍을 뚫을 수도 없습니다. 이 점만 유의하신다면, 준비는 아주 간단합니다.

이제 그것을 쥐가 다니는 곳에 놔두기만 하면 됩니다. 쥐는 맛난 냄새를 맡고 골판지 상자를 가볍게 타고 올라가서 비닐포대 안으로 훌쩍 뛰어 내릴 것입니다. 한참을 먹겠지요. 먹다가 이상해서 주위를 둘러보고, 앗 함정이다, 알아차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빠져나올 길은 없습니다.

문제는 함정에 빠진 쥐를 어떻게 꺼낼 것이냐 하는 점인데요. 쥐는 아시다시피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와 맞장을 뜨기도 하는 용맹한 동물입니다. 사람이라고 맞장 뜨지 말란 법 없습니다. 너 이놈 드디어 잡혔구나, 하고 낙낙해서 얼굴 내놓고 들여다보며 웃음보나 터뜨리고 있다가는 자칫 입술을 쥐에게 물어뜯기는 봉변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끝까지, 끝장을 보여주는 순간까지 긴장을 풀지 말고 세심하게 다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함정에 빠진 쥐를 어떻게 꺼낼 것이냐의 문제는 각자 요령껏 알아서 해결하실 일이지만, 저는 연탄집게를 불에 달궈서 그것으로 끄집어냈다는 것을 참고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끄집어낸 쥐XX를 땅에 정중하게 묻어줄까 생각도 했지만, 조금 야박해질 필요가 있겠다 싶기도 하고, 후환도 두렵고 해서 매장은 포기했습니다.

이상으로 경과보고 및 활용안내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쥐잡기#쥐덫#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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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이 일이고 공부인, 공부가 일이고 사는 것이 되는,이 황홀한 경지는 누가 내게 선물하는 정원이 아니라 내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우주의 일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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