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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사건이 우려했던 대로 '북풍 시나리오'로 정리되고 있는 듯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여당은 사고의 원인을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리고 잇따른 후속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를 보면서 국가의 안보를 정치적인 수단으로 이용하는 구태가 여전히 변하지 않았음에 분노한다.

 

천안함 침몰사건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지 간에 국가의 안보가 크게 구멍이 나있다는 증거였다. 또 사고 발생 이후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사고의 원인규명도 못했고, 국민이 수긍할 만한 속 시원한 브리핑도 없어 전 국민이 소설적인 상상을 하게 했다. 그러므로 관계자들이 문책을 받아 마땅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다른 원인이 아니라 정부와 여당이 작성하고 있는 '북풍 시나리오'가 사실이라면 더더욱 그 책임은 막중한 것이며, 만일 이번 지방선거에 이용하기 위한 국민을 기만하는 발표라면 그들은 더는 국민의 정부라고 할 수 없다.

 

이미 국민은 천안함 침몰사건의 진실에 대해 그 누군가는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민군합동조사단의 발표가 나오지 않은 이유는 뭔가 감출 것이 있거나, 현 정부가 이를 적절하게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며, 결국 이 사건은 미제사건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국민의 생각이다.

 

그런데 지방 선거를 불과 10여 일 앞둔 5월 20일이라는 민군합동조사단의 발표시기도 그렇지만,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국방부의 대북성명 등은 이미 민군합동조사단의 발표가 있기도 전에 '북풍 시나리오'에 따라 이번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이미 보수단체에서는 이번 천안함 사건을 북의 소행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집회 등을 통해서 북한을 응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에서도 밝혔지만, 만일 북한의 소행이라면 북한의 공격 하나 막아내지 못하고 46명의 장병을 순식간에 잃고, 초계함이 두 동강 나도 원인규명조차 시원하게 하지 못한 황당한 해군력, 북한의 일 년 예산에 맞먹는 국방비를 사용하면서도 이렇게 황당하게 당한 국방부에 대한 철저한 국정감사와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오히려 필요할 것이다.

 

많은 국민이 천안함 사고가 났을 때 북풍을 우려했지만, 나름 이명박 대통령은 중립을 지키는 듯했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더욱더 중립적이어야 할 대통령과 정부는 노골적으로 심증만으로 아예 '북한 어뢰설'을 흘렸고, 보수단체는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이른바 좌파 딱지를 남발하기 시작했다.

 

2008년 촛불집회에 대해 한 보수신문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인터뷰 기사를 자기들 입맛에 맞춰 각색하고, 자기들이 주장하고 싶은 것들로 줄거리를 잡아 이른바, 소설을 쓴 것이다. 이에, 인터뷰 당사자들이 발끈하고 나섰고, 인터뷰 내용을 녹음했다는 유모차 부대는 그 증거물 때문에라도 차마 소설을 쓰지 못했다.

 

거대 권력이 가진 힘이라는 것, 사실이 아니라 소설을 써도 그것을 현실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이들에게는 진실처럼 보이는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이 잘못된 것이라는 차후의 보도가 있긴 했지만, 거대 보수신문이 소설을 씀과 동시에 청와대에서는 촛불 시민에게 반성하라는 대통령의 발언을 부각시킨(?) 브리핑을 언론에 전했다. 이런 발언들로 국민이 발끈하자 부랴부랴 진화에 나선 듯보인다.

 

국가의 미래가 달린 문제들이 이렇게 얄팍한 정치꾼들의 시나리오로 좌지우지된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어찌 될 것인가? 더군다나 분단상황에서 '북한 시나리오'가 얼마나 무지한 발상이며 국가안보를 뒤흔드는 발상인가? 전쟁이라도 불사하겠다는 것인가?

 

'북풍 시나리오', 그것이 시나리오가 아니라 진실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증거를 대야 한다. 그리고 북한의 공격으로 말미암은 침몰이라면 그 책임을 끝까지 물어라. 그러나 만일 그게 아닌데 이번 지방선거에 이용하려는 술책이거나 정치적으로 천안함을 이용하려는 속셈이라면, 그런 자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도 없고, 지도자일 수도 없는 이들이니 스스로 이 땅을 떠나야 할 것이다.

 

국민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싶다.

국방부의 정보력, 국가의 정보력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진정, 그대들은 진실을 모르는가? 그렇다면,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사는 그 업을 때려치우라.


태그:#천암함, #북풍시나리오, #북한어뢰설,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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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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