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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5월 들어 그룹 사장단 회의를 직접 주재하더니, 17일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기공식에도 나섰다. 지난 3월 경영복귀 이후 외부 공개석상에 나서기는 처음이다.

 

때맞춰 삼성전자는 이날 올해 26조원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1일 삼성그룹에서 향후 10년에 걸쳐 5대 신수종 사업에 2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지 6일 만이다. 최근 일주일새 49조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투자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이 회장 복귀한 삼성전자, 올해 26조원 사상최대 투자 발표

 

삼성의 대대적인 투자 배경에는 이건희 회장 중심의 오너경영체제 복귀가 직접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 안팎에선 "이 회장의 결단 없이는 나오기 힘든 투자 결정"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지난 11일 그룹 차원의 신수종 사업 투자와는 별개로, 17일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LCD 사업 분야의 26조원 투자 계획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액수다. 반도체에서 11조원, LCD 5조원과 기타 2조원 등 시설투자에만 18조원을 들이고, 연구개발(R&D)에 8조원 등 모두 26조원을 쏟는다.

 

투자 금액으로만 따지면 이 회사 창사 이래 가장 많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가장 많이 투자했던 2008년의 14조원보다 12조원이나 많다. 또 올해 초 회사 쪽에서 밝혔던 투자 추정치 8조5000억원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투자를 통해 향후 정보통신분야에서 시장의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최근 글로벌 IT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과감한 선제투자를 통해 후발 사업자들과 간격을 벌려 놓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3월 전격 복귀선언 이후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와 외부인사 잇달아 접촉

 

물론 이 같은 '과감한 선제투자'와 '공격 경영'은 이 회장의 경영복귀와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 회장'이라는 직함으로 돌아온 이 회장은 지난 3월 24일 "지금이 진짜 위기"라면서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위기론'을 바탕으로 깔고,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로 그룹 경영을 지휘하고 있다. 지난 11일 그룹 신수종 사업 투자를 논의하면서,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머뭇거릴 때 과감하게 투자해서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조는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에도 이어졌다.

 

그는 이날 화성 반도체 사업장의 '메모리 16라인 기공식'에서 "지금 세계경제가 불확실하고 경영여건의 변화도 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런 시기에 투자를 더 늘리고, 인력도 더 많이 뽑아서 글로벌 사업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투자는) 그룹에 성장의 기회도 (가져)오고,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이러한 공격적인 경영 행보는 5월에 두드러진다. 그룹과 주력계열사를 통한 대대적인 투자 발표와 함께, 오는 24일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회장과 회동도 예정돼 있다. 지난 4월엔 일본 재계단체인 게이단련 회장단과 만났다.

 

삼성 관계자는 "그동안 세계 IT산업을 대표해 온 삼성과 소니는 LCD 등의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면서 "이번 회동을 통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향후 IT 분야의 협력관계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제경영' 복귀와 삼성생명의 막대한 상장차익 논란... 사회적 책임 부각 의도

 

물론 이러한 이 회장 주도의 경영 행보에 대해, 황제식 경영의 회귀와 최근 삼성생명 상장에 따른 막대한 차익에 대한 따가운 여론의 시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이번 투자 내용은 이 회장이 복귀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사면복권 이후, 그룹 회장 복귀와 삼성생명 상장으로 사실상 지배구조 논란이 해소된 마당에 대대적인 투자와 일자리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부각시키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삼성의 미래는 단순히 신수종사업 투자와 같은 차세대 먹을거리를 찾는 데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과거 국민과 했던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2008년 4월 삼성특검 후 밝혔던 삼성 경영쇄신안 가운데, 이 회장이 '조세포탈로 문제된 차명계좌의 실명전환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한 후, 남는 돈을 사회에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겠다'고 약속했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세금 납부 액수는 물론 남은 돈의 구체적 용도가 밝혀지지 않았으며, 경영쇄신안의 다른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그:#이건희,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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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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