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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바식으로 산다〉
▲ 책겉그림 〈쿠바식으로 산다〉
ⓒ 삼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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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해체 후 쿠바는 굶주림과 실업률에 허덕였다. 국제 무역 중 75%나 차지하던 설탕산업이 소련에 의존해 왔던 까닭이다. 당연히 석유 수입은 끊겼고, 전기도 나갔고, 사탕수수 농장에서 쓰던 트랙터도 고철덩이로 주저앉아 버렸다. 

그때 피텔 카스트로는 '평화시대의 특별시기'를 선포했다. 소련 붕괴로 맞이하게 될 자본주의 체제에 대항하기 위함이었다. 그 속에서 그는 이웃공동체를 세워나가는 유아원에서부터 대학원까지의 무상교육, 주거 및 의료서비스까지도 튼튼히 해 나갔다. 무너진 국가 경제위기는 관광산업으로 승부수를 띄워 큰 성공을 거뒀다.

쿠바가 극과 극으로 기억되는 건 그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체 게바라와 같은 붉은 혁명이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사회주의 국가로, 누군가에겐 카리브해안의 낭만과 정열의 지상낙원으로 기억된다. 사회 밑층에도 가난하지만 행복이 있고, 통제가 있지만 꿈과 자유가 있고, 허름한 집들 사이에 이웃 사는 온정이 있으니, 다 한쪽에 치우친 시각 때문일 것이다.

헨리 루이스 테일러가 쓴 <쿠바식으로 산다>(삼천리 펴냄)는 극과 극으로 대비되는 쿠바에 대해 어느 한쪽으로 쏠리거나 치우침 없이, 그야말로 균형 잡힌 쿠바를 재발견토록 도와준다. 소련 해체 후 쿠바가 북한처럼 개인 자유와 인권까지 마음대로 짓누르는 처절한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요, 그렇다고 관광 개방 이후 마음껏 즐기고 탐욕을 부릴 수 있는 그런 자유로운 낙원도 아님을, 그들의 밑바닥 일상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가족과 이웃 공동체의 작동 방식에 대한 이 연구는 쿠바 사회의 밑바닥에서 출발한다. 아바나의 가족과 이웃 공동체의 경험이 쿠바 다른 도시의 경험과 꼭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지도자의 사상, 계획, 조직적 제도적 틀이 쿠바 전역에 걸쳐 일관되기 때문에, 아바나의 여러 경험은 쿠바 다른 도시들의 거울이 될 것이다. 곧 아바나 이야기는 쿠바 섬 전체에 걸쳐 이웃공동체의 생활과 문화를 올바로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준다."(프롤로그)

이 책 1장은 1959년 쿠바혁명의 연원을 찾기 위한 쿠바의 근대 독립운동 과정을 추적하고, 2장은 부르주아지의 도시였던 쿠바 수도 아바나를 민중 도시로 개조해 간 과정을, 3장에서는 398개 가구에 대한 면접조사를 바탕으로 한 아바나 이웃공동체에 대한 분석을, 4장에서는 경제위기에 직면한 쿠바가 이웃공동체의 연대성 위에서 회복해 나간 과정을,  5장에서는 라울 카스트로 집권 이후 쿠바 사회의 미래를 전망한다.

사실 쿠바는 세스페테스가 이끄는 '10년 전쟁'(1868-1878)을 시작으로, '작은 전쟁'(1879-1880), 그리고 호세 마르티와 안토니오 마세오가 이끄는 '독립전쟁'(1895-1898)을 치렀다. 그만큼 다른 아메리카 국가들이 독립한 것보다 훨씬 늦은 독립이었지만, 더 큰 계급투쟁들이 있었던 까닭이다. 더욱이 그 중심에 미국과 친밀한 지주중심의 자산계급이 크나큰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민중계급은 정의와 사회경제적 호혜성, 그리고 부에 대한 공평한 분배에 바탕을 둔 사회건설을 꿈꿨고, 1895년에 이르러 민중계급이 그 권력을 장악하게 된다. 물론 독립전쟁 막바지에 미국이 개입하여 군정을 실시한 탓에 미국의 속국이 되었지만, 1959년 피텔 카스트로가 이끄는 민중계급이 다시금 혁명을 실현함으로써 자생적인 정권을 재창출하게 된다.

만약 우리나라도 그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가 미국 눈치를 보지 않고, 자생적으로 나라를 세워나갔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더디긴 했겠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속국이 되기보다는, 뭔가 남다른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아름답게 정착시키지 않았을까. 비록 그것이 쿠바식은 아니더라도, 1등만 기억하는 경쟁체제보다는 모두가 함께 발맞추어 나갈 수 있는 사회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을까?

이는 북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만약 북한이 소련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독자적인 사회주의 모델을 개발해 나갔다면, 지금보다는 더 아름다운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  물론 북한이 쿠바처럼 어려운 경제 여건에도 불구하고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이웃공동체의 연대성을 확실하게 뿌리내린다는 전제 하에서 그렇다. 더욱이 쿠바처럼 관광산업과 같은 외교무역을 자유롭게 개방했더라면 요즘과 같은 경제위기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도 우리에겐 기회가 있는 듯하다. 비록 쿠바식 사회주의 체제는 아니더라도 참된 '공산'(共産)을 펼치면 되기 때문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목회현장에서도 주로 논의되고 있는 초대교회의 공산사회는 가장 이상적인 사회로 손꼽히고 있다. 그 사회는 있는 자와 없는 자가 키 재기하거나 소외당하지 않고, 함께 발맞추어 나가는 아름다운 이웃공동체 사회인 까닭이다.

이 책에서도 쿠바는 1959년부터 1963년까지 부동산 소유권을 제한하여 소유자의 미개발 토지를 정부가 고시 가격으로 매각토록 하는 것과 함께 토지 투기가 제거되었고, 그야말로 주택은 상품이 아니라 기본적 인권이 되도록 정부가 책임져 주었다고 한다. 아울러 그토록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도 대학원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했고, 전 국민의 의료서비스를 보장해 준 것을 본다면, 우리도 얼마든지 쿠바식의 좋은 부분을 배워가야 하지 않나 싶다.

물론 쿠바에게 과제가 없는 것만은 아니란다. 무너진 사회주의를 구하기 위한 국제관광이 대담한 성과를 올렸지만, 그에 못지 않는 위협이 밀려오는 까닭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관광 바이러스'와 '소비주의 열풍'이란다. 아울러 고도로 전문화된 지식층과 전문가 층이 훨씬 높은 임금을 벌어들이기 위해 관광산업으로 일자리를 옮기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으니, 그에 따른 대비책도 늦출 수 없다고 한다.


쿠바식으로 산다 - 밑바닥에서 본 아바나의 이웃공동체

헨리 루이스 테일러 지음, 정진상 옮김, 삼천리(2010)


태그:#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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